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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Oct 22. 2020

제77화 힘은 내 안에 있다

“오늘의 바다에서 건져 올린 굴비는 어떤 맛일까?”  

   

110년 전통을 이어 온 ‘젊은 보리굴비 장인(匠人)’의 꿈은 특별하다. 법성포에는 대대손손(代代孫孫) 전통 보리굴비 만들기를 가업으로 여기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있다. 110년 동안 한결 같이 삼대가 전통방식을 고수하며 지금껏 보리굴비를 만들고 있는 정용진(44, 오늘의 바다 대표, 영광군 법성면 진굴비길 소재) 대표가 그중 한 사람이다.     

 보리굴비 작업을 마치고 잠시 집 앞 바닷가에서 쉬고 있는 두 부자(父子) 2대 (좌)정성인翁, 3대 (우)정용진 대표

제1대 정봉수(할아버지, 1907~1970), 제2대 정성인(아버지, 1970~2014), 제3대 정용진(2014~ ) 씨로 이어지는 110년의 시간 동안 정 씨는 처음부터 가업을 이어가겠다는 말을 선 뜻 하지 못했다고 한다.  

   

“저희 집안은 평생 굴비만 만들어 왔지만 저는 다른 일을 해보고 싶었지요. 도시 생활자로 이 일, 저 일 닥치는 대로 도전해봤지만 실패의 연속이었지요. 그러던 어느 날 마음 한구석에는 늘 굴비가 자리하고 있었죠. 그리고 다시 내 고향 법성포 칠산 앞바다로 돌아왔지요. 내 인생 목숨 걸고 하고 싶은 일은 오직 ‘굴비’밖에 없다는 확신을 가지고요.”       


정 씨는 2014년부터 본격적으로 보리굴비 가업에 뛰어들면서 명절 때 먹는 특별한 생선이라는 편견을 과감히 없애고 평상시에도 영양만점의 보리굴비를 가정의 식탁에 오를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직접 보리굴비를 쌀뜨물에 담가 하루정도 숙성시킨 다음 찜솥에 쪄 진공 포장 후, 각 가정에 전자레인지나 오븐레인지로 2분 정도 데워 바로 먹을 수 있다는 편리성에서 불편한 굴비 손질을 꺼리는 주부들의 고민을 한 번에 해결했다는 점이 인정되어 2016년 6월 ‘부세 굴비의 제조방법’에 대해 특허출원을 획득하면서 ‘젊은 보리굴비 장인(匠人) 정용진’이라는 타이틀을 얻게 되었다.   

  

‘젊은 보리굴비 장인(匠人)’ 정용진 씨는 오늘도 칠산 앞바다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깊어가는 그의 야무진 포부만큼이나 스토리가 있는 보리굴비를 만들겠다는 그의 담대함은 110년의 가업뿐 만아니라 굴비의 명맥을 이어가야 한다는 무거운 책임감으로 가득 차 있다. 그러면서 보내온 글은 ‘힘은 내 안에 있다’였다. 이제는 보리굴비의 제조, 유통에 이르기까지 본인의 의지 여하에 자신감 있게 힘을 기르고 중장기적인 계획이 이미 세워졌다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정용진 대표의 보리굴비 랩소디가 어디까지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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