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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Nov 05. 2020

제89화 봄눈으로 바라보고 가을빛으로 물들자

안균섭 시인이 운영하고 있는 회사((주) 도시유플러스) 사훈으로 쓰고 있다.

봄이 오면 겨우내 얼었던 얼음이 녹는다. 너무 강하지도 약하지도 않게 봄은 세상을 부드럽게 바꾼다. 이처럼 봄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본다면 우리의 삶은 훨씬 행복해질 것이다. 봄처럼 낮은 자세로 부드럽게 세상을 바라보며 살아가자는 의미이다. 가을은 또 어떠한가? 모두가 삶을 똑같이 아름답게 물들이지는 못한다. 나무도 봄, 여름 동안 비바람을 견디며 많은 노력을 해야만 비로소 가을에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 삶도 아름다운 가을빛처럼 물들이려면 참고 견디고 노력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찬란한 가을빛처럼 생을 아름답게 물들일 수 있다면 정말 행복한 세상이 될 것이다.  

    

사람은 자연에서 태어나 자연으로 돌아간다는 진리를 우리는 종종 잊고 산다. 물질적 풍요만을 추구하는 요즘에는 더욱 아득하게만 들린다. 자연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이 가장 아름답다는 것을 죽음에 이르러서야 우리는 비로소 깨닫게 된다. 자연처럼만 산다면 세상이 좀 더 부드럽고 갈등 없는 행복한 삶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생각해 본다. 


안균섭 시인은 시(詩) 같은 마을 전북 옥정호 기슭에서 태어났다. 옥정호는 詩처럼 아름다운 섬진강 상류에 있다. 지금은 사람들에게 많이 알려져 있지만 예전에는 전기도 들어오지 않은 오지 중에 오지였다. 안 시인은 “어릴 적 태어나 자랐던 때 묻지 않은 시골 풍경들이 아직도 마음속 깊이 남아 있어 시어를 만들어내는 원천이 되는 것 같다.”라고 한다.


안 시인은 경기도에서 약 20여 년 공직생활을 하다가 홀연히 사표를 쓰고 나왔다. 누군가에게는 선망이 되는 직장이었겠지만 거기서 안주하면 그가 꿈꾸는 길을 가보지 못하고 후회할 것 같아 과감히 사직서를 내고 나왔다 한다. 공직의 사슬을 끊은 후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으니 “인생 할 줄을 더 쓰기 위해 공무원을 그만두었는데 그 한 줄이 아마 시인의 길이 않을까?"라고 그날의 심경을 밝혔다. 

사진 촬영이 취미인 안균섭 시인은 원하는 사진을 담기 위해 배낭을 메고 며칠 씩 자연 속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현재 안균섭 시인은 도시계획을 수립하는 엔지니어 길을 걷고  있다. 어쩌면 매일 냉철하고 삭막한 판단을 요구하는 엔지니어에게 시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데 “어릴 적 순수한 마음으로 아름다운 풍경을 보고 자란 덕분에 지금의 시가 나온다 ”라고 말한다. 어린아이들이 좋은 풍경을 보고 자라면 어른이 되어서도 그 감성이 내재되고 언젠가는 그 감성들이 표출된다고 믿고 있다.  

    

최근에 안 시인은 어머니를 하늘나라로 보내드렸다. 모든 삶에는 이별과 죽음이 있다지만 아름다운 가을날에 어머니를 갑자기 보내기는 매우 힘든 일이었을 것이다. 그렇지만 하늘의 이치를 거스를 수 없는 일, 이 세상길 떠나시는 어머니를 배웅하며 쓴 시를 보내왔다.    


슬픈 가을 / 안균섭     


텅 빈

어머니 텃밭을 닦다가

이 가을을 허뭅니다

어개진 가을 경계를

눈물로 잇고

깔끄막 너머

숨죽인 뗏장만 뜯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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