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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Nov 15. 2020

제96화 인내, 용서, 사랑, 그리고 평화

 2017년 8월 여름, 대한민국 극장가를 뜨겁게 달궜던 영화 ‘택시 운전사’의 실존인물이자 독일 출신 외신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와 함께 5.18 광주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린 호텔 소속 택시 운전사 김사복 선생, 그는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숨은 영웅이었다. 그간의 행적이 묘연했는데 이 영화가 개봉되면서 그의 장남 김승필 씨가 나타났고, ‘내 아버지가 김사복이다.’라며 존재를 알리면서 세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영화 '택시운전사' 실제 주인공 김사복 선생의 장남 '김승필' 씨  

김사복 선생의 장남 김승필 씨는 2017년 8월 2일 영화 개봉 이틀 후에 영화를 봤다고 했다. “평소 아버지(영화 ‘택시운전사’ 실존 인물 김사복)가 이야기하셨던 역사적인 내용이었고, 엇비슷한 스토리가 매우 감동적이었죠. 그런데 마지막 다큐 인터뷰에서 힌츠페터가 김사복 씨를 찾는다고 했을 때 너무 놀랐어요. 대학시절 때 아버지의 손에 이끌려 광화문 프레스센터에서 힌츠페터 씨가 촬영한 동영상을 독일·일본 기자들과 함께 봤었거든요. 평소에  외신기자들이 집에 자주 왕래하고 했었어요. 아버지가 힌츠페터 씨와 광주를 다녀오신 분임을 입증하는 사진에서 헤밍루머 녹음 기자는 머리가 벗어지셔서 그 당시 제가 만났던 분들 중에 한 분임을 정확하게 기억하지만 힌츠페터 씨는 여러 독일 기자들 중에 한 분이셔서 ‘정확하게 그분이다’ 라고는 기억하지 못했어요. 하지만 힌츠페터 씨와 광주를 다녀온 이야기나 그 당시의 정치적인 이야기들을 아버지로부터 자주 듣곤 했습니다.”라는 회고의 말을 전했다.     


‘택시운전사’ 영화에서 보여주는 것이 모든 진실이 아니라는 것을 말하는 김승필 씨는 광주항쟁 당시를 알리는 힌츠페터 씨의 저서를 자세히 읽어보면 아버지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말한다. “1980년 5월 19일 날 힌츠페터 씨가 김포공항을 통해 한국으로 들어오고 아버지는 공항 밖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내용이 있는데 사전에 주문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 수가 있지요. 또한 김포공항에서 조선호텔로 가는 중에 아버지께서 현 상황에 대한 설명이 있었다는 저서의 내용에서 주문을 받을 때 광주항쟁에 관한 취재 건이라는 것을 사전에 정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음을 알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20일 날 광주로 들어가는 중에, 30Km 전방에서 모든 저널리스트들을 차단했어요. 그들 모두는 그 시점에서 데드라인이라고 생각하며 인터뷰를 하고 마지막 방송 송출을 했는데 힌츠페터 씨 또한 그렇게 마무리를 하고 철수 했었어야 했지요. 하지만 아버지께서 자의적인 행동을 하신 거예요. 그야말로 광주로 진입하려고 나름 계획을 세웠던 것이죠. 사전에 그러한 인식이 없었다면 그야말로 텅 빈 광주행 고속도로를 사전에 준비 없이는 갈 수 없었던 일들이라는 거죠. 그리고 20일 날 광주에서 집단 사살이 있었다고 해요. 그날 현장으로부터 돌아오셔서 ‘같은 민족을 그렇게 죽일 수 있느냐’ 하며 울분을 터뜨렸었어요. 22일 날 힌츠페터 씨가 일본 동경에 광주항쟁 참상의 필름을 떨어뜨리고 다시 3시간 만에 돌아오셨고 23일 날 아버지는 힌츠페터씨와 광주를 다시 들어가셨어요. 작년에 ”힌츠페터씨 스토리“라는 다큐에서 나온 내용에는 1차 진입 시 노출된 호텔 택시로 재진입시에 위험할 수 있다는 생각에 제천에 차를 세우고 영업용 택시를 렌트해서 힌츠페터 씨와 같이 타고 2차 진입한 내용이 있어요. 그때 광주 진입의 경로는 연구할 부분이 있다고 봅니다. 그렇게 23일 날 군인이 작전지에 진입하는 것처럼 치밀하게 전략, 전술을 세워서 광주로 들어갔던 것이라는 결론을 유추할 수 있다.”라고 주장했다.  

  

김승필 씨의 좌우명은 “인내, 용서, 사랑 그리고 평화”라고 한다. 

그는 이 글의 의미를 이렇게 말한다. “비록 불행의 원천인 어둠과 악이라 할지라도 빛과 선을 느낄 수 있는 나름의 역할이 있다 할 수 있습니다. 그러므로 어느 누구도 판단하지 않으며 오로지 자신을 깊이 성찰하며 인내하고 용서하며 사랑을 실천하면 평화를 이룰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인권을 소중하게 여기시어 광주에서 소신을 펼치신 부친(김사복)의 뜻을 좀 더 깊이 깨닫고자 함석헌기념재단의 “씨알의 소리”에서 활동하고 있는 김승필 씨는 그 당시 시대적 배경을 좀 더 인식하고자 “현대기록사연구원”에서도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또한 한국 민주주의의 초석이 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 많은 사람들의 편향되고 왜곡된 의식을 바로 잡고자 ‘5.18 서울기념사업회’ 홍보대사로써 국민들과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그 날의 진실을 강의나 언론을 통해 알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아울러 부친의 소중한 희생이 헛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김사복 추모사업회’ 추진위원으로서의 역할도 게을리 할 수 없다고 했다.      


한편 ‘김사복 추모사업회’는 인권을 위한 노력과 제2, 제3의 알려지지 않은 김사복을 발굴하는 일과 5.18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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