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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ul 01. 2021

제26화 고요하게 살다가 조용히 떠나세나

왜 사느냐고 어떻게 살아가느냐고 굳이 묻지 마시게. 사람 사는 일에 무슨 법칙이 있고 삶에 무슨 공식이라도 있다던가? 그냥 세상이 좋으니 순응하며 사는 것이지. 보이시는가 저기 푸른 하늘에 두둥실 떠있는 한 조각 흰 구름 그저 바람 부는 대로 흘러가지만 그 얼마나 여유롭고 아름다운가. 진정 여유 있는 삶이란 나 가진 만큼으로 만족하고 남의 것 탐내지도 보지도 아니하고 누구 하나 마음 아프게 아니하고. 누구 눈에 슬픈 눈물 흐르게 하지 아니하며 오직 사랑하는 마음 하나 가슴에 담고 물 흐르듯 구름 가듯 그냥 그렇게, 살아가면 되는 것이라네. 남들은 저리 사는데 하고 부러워하지 마시게. 깊이 알고 보면  그 사람은 그 사람 나름대로 삶의 고통이 있고 근심 걱정 있는 법이라네. 옥에도 티가 있듯 이 세상엔 완벽이란 존재하지 않으니까. 한 가지 살아가며 검은돈은 탐하지 마시게. 먹어서는 아니 되는 그놈의 돈 받아먹고 쇠고랑 차는 꼴 한 두 사람 보았는가? 받을 때는 좋지만 알고 보니 가시 방석이요 뜨거운 불구덩이 속이요. 그곳을 박차고 벗어나지 못하는 선량들... 오히려 측은하고 가련하지 않던가. 그저 비우고 고요히 살으시게. 캄캄한 밤하늘의 별을 헤며 반딧불 벗 삼아 마시는 막걸리 한잔 소쩍새 울음소리 자장가 삼아 잠이 들어도 마음 편하면 그만이지. 휘황찬란한 불 빛 아래 값 비싼 술과 멋진 풍류에 취해 흥청거리며 기회만 있으면 더 가지려 눈 부릅뜨고 그렇게 아웅다웅하고 살면 무얼 하겠나. 가진 것 없는 사람이나 가진 것 많은 사람이나 옷 입고,  잠자고, 깨고, 술 마시고. 하루 세끼 먹는 것도 마찬가지고 늙고 병들어 북망산 갈 때 빈손 쥐고 가진 것도 똑같지 않던가. 우리가 100년을 살겠나? 1000년을 살겠나? 한 푼이라도 더 가지려 발버둥 쳐 가져 본들 한 치라도 더 높이 오르려 안간힘을 써서 올라 본들 인생은 일장춘몽인 것을... 들여 마신 숨~마저도 다 내뱉지도 못하고 눈 감고 가는 길, 마지막 입고 갈 수의에는 주머니도 없는데 그렇게 모두 버리고 갈 수밖에 없는데 이름은 남지 않더라도 가는 길 뒤편에서 손가락질하는 사람이 없도록 허망한 욕심 모두 버리고 베풀고, 비우고, 양보하고, 덕을 쌓으며 그저... 고요하게 살다가 조용히 떠나세나.

(출처: 법정 스님_ '법문' 말씀 중에서)

생전에 설법을 하고 있는 故 법정스님  
법정스님의 '고요하게 살다가 조용히 떠나세나'를 폐목으로 작품화했다.

법정스님의 법문을 읽던 중 뒤통수 한 대 후려 맞은 기분이었다. 모든 말씀이 우리의 삶에 대해 정확하고 냉철하게 적시한 내용에 또 한 번 나를 뒤돌아 보는 계기가 되었다. 어쩌면 속세를 떠나 해탈의 경지에 도달한 귀인만이 세상에 던지는 통렬한 일격이 아닐까 싶다.  


현대인들이 모두가 공감하면서도 현재 처해있는 상황과 인간사의 연관관계의 벽을 뛰어넘지 못하기 때문에 생각만 있고 행동은 없는 것 같다.


 모든 것을 버리고 안빈낙도의 삶을 자청한 본인은 일단 마음만은 편하다. 혹자는 너무 이른 나이에 낙향한 거 아니냐? 는 우려의 말도 하지만 결코 본인은 지금이 적기라고 생각했다.


보통 사람들은 정년 후의 제2의 삶을 설계한다. 그러나 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나이 먹고 고향산천이든, 시골이든, 섬이든 간에 내려와서 시작하는 삶 자체가 힘겨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주변에 정년 이후 귀향한 사람들을 보면서 이양 마음먹고 새로운 길을 찾고자 한다면 숫자 개념부터 생각하지 말고 '지금 당장' 결정을 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새들이 나뭇가지에 앉아 있는 이유도, 내가 물가에 앉아 있는 것도 모두가 삶의 대한 외로움 때문이다.


앞으로 본인이 스스로 직립 보행해야 할 시간은 고작 30년 정도다. 그 이후의 삶.. 병들어 병원생활, 요양원의 갇힌 삶은 죽음보다 못하다. 생명 연명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마음먹었을 때 행동으로 실천하는 당신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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