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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Jul 07. 2021

제27화 결심과 변화

탈태환골(奪胎換骨): 뼈를 바꾸고 태를 빼내다.


환골(換骨)은 옛 성현의 시문을 본떠서 어구를 만드는 것을 말하고, 탈태(奪胎)는 고시의 뜻을 본떠서 원시와 다소 다른 뜻을 표현하는 것을 말한다.


너무나 잘 알려진 '솔개'의 우화는 우리들이 살아가는데 큰 감동과 의지를 복 돕는다. 비록, 이 우화가 진실인지, 거짓인지에 대해서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단지 동물이든, 사람이든 시간의 흐름 속에서 정체된 시기를 맞이할 때 중대한 '결심'과 '변화'속에서 새로운 희망으로 응전하면 그뿐이다.


조류 중 솔개는 가장 장수하는 새다. 대략 70년의 수명을 누릴 수 있다고 하는데 장수하기 위해 솔개는 40년이 되는 해에 중대한 결심과 선택을 하게 된다. 솔개는 40년을 살면서 발톱이 노화되어 생명을 연장하는 가장 중요한 도구 발톱이 무뎌지게 된다고 한다. 물론, 무뎌진 발톱으로는 사냥감을 효과적으로 잡아챌 수 없게 된다. 부리 역시 길게 자라 구부러져 가슴에 닿을 정도가 되며 깃털이 짙고 두껍게 자라 날개가 매우 무겁게 되어 하늘을 빠르게 날아오를 수 없는 힘든 상황이 발생한다.

비상을 준비하는 솔개

"이대로 죽을 것인가? 아니면 환골탈태의  과정을 거쳐 제2의 전성기를 누릴 것인가?"


살아 있는 동안 모든 생명체는 목숨이 붙어 있는 한, 자포자기한 채 죽음을 기다리지는 않는다. 이쯤 되면 솔개는 약 6개월간의 매우 고통스럽고 참기 힘든 갱생의 과정을 거치게 된다. 갱생의 길을 선택한 솔개는 먼저 산 정상 부근으로 날아올라 둥지를 고 고통의 시간을 시작한다.


쓸모가 없는 긴 부리는 바위에 연신 쪼아 빠지게 되면 그 위에 새로운 부리가 돋아난다. 살기 위한 고통의 첫 번째 과정이다. 그런 다음 새로 돋은 부리로 무뎌진 발톱을 하나하나 쪼아 뽑아내는데 이것이 두 번째 과정이다. 그리고 새로운 발톱이 돋아나면 날개의 깃털을 하나하나 뽑아내기에 이른다. 이런 혹독한 변화의 과정을 거치면서 여섯달이 지나면 새 깃털이 돋아나게 되는데 이 과정을 성공적으로 이뤄냈을때 새로운 솔개의 모습으로 30년의 수명을 더 연장할 수 있다고 한다.


작가 생활 올해로 13년의 시간이 지나고 있다. 강산이 한번 바뀌고 100세 시대에 50년이라는 시간을 살아왔다. 나머지 50년의 삶을 살아가는데 '변화'의 시간은 늘 생활 속에서 준비 과정을 거쳐야  한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


"변화하지 않으면 퇴보의 길로 접어든다."


10년이 넘는 시간 속에서 '글씨는 종이에만 써야 된다.'라는 1차원적인 고정관념을 깨기 시작한 것이 요즘의 해양쓰레기와 생활 속 폐품을 활용한 빈티지 작품 활동을 하면서부터다. 캘리그래피 역사를 보더라도 빠르게 변화하는 산업 속에서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과감 없이 퇴보의 길로 접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이 나의 지론이다.


쓸모없는 폐목이나 버려진 생활 속 폐품에 글씨를 새기면서 나의 또 다른 길을 모색할 수 있었다. 지루한 종이 글씨에서 입체적인 3차원 글씨의 도전은 새로운 희망이고, 작품 활동의 신선한 자극제다.

폐목을 활용한 빈티지 서각명패

어느 누구한테 별도의 시간을 내어 캘리그래피를 배운 적이 없는 나, 서각 글씨도 마찬가지다. 단지 먼저 그 길을 었던 서각작가들에게 자문을 받고 스스로 깨우쳐가는 것이 고작이다.


지금 나는 중대한 변화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하고 있다. 1차원적인 종이 글씨를 기본 바탕 아래 다양한 도구에 새기는 글씨는 분명! 변화를 맞는 시기다.


지금의 나는 솔개처럼 글씨 수명 연장 시간을 거치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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