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인이 창작활동을 펼치고 있는 곳은 농어촌이 함께 공존하는 진도군 조도면에 위치한 섬마을이다. 농촌의 비중보다 바다의 비중을 더 중요시하는 전형적인 어촌마을에 더 가깝다. 바다에서 생산되는 톳, 미역, 다시마, 전복, 멸치 외 다양한 해산물들을 생산하는 곳으로 양식 톳의 경우 대한민국 톳 생산량의 50% 이상을 이곳 진도 조도해역에서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다 경작의 비중이 많다 보니 조도(새섬) 섬마을에는 어장관리선(FRP 선외기) 수가 100여 척이 넘게 섬과 섬을 오간다.
그 옛날 노를 젓는 무동력선, 목선에 경운기 엔진을 장착한 경운기 엔진형, 그리고 지금의 가볍고 빠른 FRP 선외기 엔진을 장착한 선박형태는 어민들에게는 지나 온 날들의 초상(肖像)이다.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양식 톳 발을 하면서 생계를 이어 온 김향 빈(72, 진도군 조도면 신전 길) 씨가 지금은 톳 발 양식을 접고 삼치잡이를 전문으로 배를 운영하고 있다. 이곳 섬에서는 4월부터 7월 초까지 양식 톳을 하는데 방파제와 바다를 오고 가는 배들의 겹침 풍경은 살아있는 어촌마을의 활력소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김향빈 씨 선박 '독수리호'는 수개월째 바다를 밟지 못하고 육상에 거치된 채로 9월 삼치잡이 시즌을 기다리고 있었다.
지나가는 길에 김향빈 씨는 독수리호 선명이 오래돼 지워졌으니 배 이름을 써달라고 부탁을 했다. 그 대신 삼치잡이 낚시의 노하우를 전수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다. 어찌 되었든 이곳 섬마을(진도군 조도면 신전마을)에서는 가장 삼치를 잘 낚는 '삼치 달인'으로 통한다. 흔쾌히 수락했고, 맑은 날 배 선체 외벽에 2곳, 갑판 조타실 앞에 1곳에 '독수리'호를 새겨주기로 약속하고 서체 디자인에 들어갔다.
최초 선박을 건조하는 조선소에서 쓰인 배 이름은 각자 다른 선명을 가지고 건조가 되는데도 불구하고 배 이름 서체는 견명조 형태를 띤 무미건조한 글씨다. 배 이름이 다르고 배의 쓰임도 다를 수 있는데도 조선소 측은 배 이름 글자 형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그래서 김향빈 씨는 "서체가 모두 동일해 배 이름에 대한 개성미가 떨어진다."면서 본인의 선명 '독수리호'는 삼치잡이 배로 활용도가 높으니 새의 제왕 독수리처럼 먹잇감에 대해 빠르게 낚아챌 수 있는 느낌을 부여한 배 이름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내게 했다.
삼치잡이 제왕으로 늘 그 자리를 지키겠다는 의지 또한 담겨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서체의 방향은 본인이 2015년 대하드라마 임진왜란 피로 쓴 교훈 '징비록'체를 최대한 적용했다. 서체의 자, 모음에 대해서는 날카롭고 공격적인 형태를 취한 글씨 디자인이 독수리호에 적용했다.
석산 진성영 작가 자신의 고유서체 '석산체'로 배 이름을 새기고 있다.
오전 10시 작업을 착수해 오후 14시 30분경에 최종 마무리를 지었다. 작업하는 시간 동안 김향빈 씨는 수시로 다녀갔고, 붓으로 글씨만 쓰면 금방이라도 완성될 것 같은 본인의 생각에 머리를 긁적거렸다. 배 이름을 새기고 쓰는데 생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린다는 점과 꼼꼼한 디테일 작업 과정이 부가된다는 점을 새삼스럽게 알게 되었다면서 연신 고마운 미소를 내게 보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오고 가는 선주들의 표정은 한결같이 본인들의 배 이름도 써 주기를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