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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06. 2021

제32화 사랑으로

오랫동안 경남 김해에서 살다가 2년 전 고향인 신전마을(소재지_ 전남 진도군 조도면 신전 길)로 귀어한 박수자 씨(요양보호사)... 노인성 질환으로 일상생활을 수행하기 어려운 섬 어르신들을 위해 신체ㆍ가사활동 등을 전담하고 있다.

집 지은 지 1년이 지났으나, 아직까지 명패를 달지 못하다가 이번에 진 작가의 해양쓰레기 빈티지 작품의 일환으로 폐목 명패 써주기 재능기부를 해 준다는 소식을 듣고 신청하게 되었다고 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오직 '사랑' 만이 모든 것을 채울 수 있다고 믿고 있는 박수자 씨의 명패 슬로건은 '사랑으로'다. 경제력이 뛰어나고 재력을 가지고 있어도 상대방에게 사랑을 베풀지 않는다면 불행의 단초가 된다. 경제력은 없지만 서로를 위해 사랑할 줄 아는 사람은 경제력만 믿고 으시되는 사람보다 더 행복하다. 사랑은 경제력보다 더 큰 힘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요양보호사의 첫 번째 조건은 헌신적인 사랑이다. 사랑이 상대방을 감동시킨다. 남들이 말하는 요양보호사는 고되고 힘든 일이기보다는 즐겁고 감사하다는 박수자 씨. 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로 어르신들을 살피고 난 후 짠내음 나는 바닷바람을 맞으며 쉬는 휴식은 곧 힐링이 된다. 도시에서 느낄 수 없는 섬 생활에서 누리는 특권이기도 하다.

바닷가와 맞닿은 곳에 새로운 집에 폐목 명패를 달았다. 인위적인 가공은 찾아볼 수 없다. 바다가 만들어 낸 나무가공은 다시 손을 볼 필요도 없다. 오랜 시간 나무에 박혀있던 대못이 명패 글자 아래로 낙인처럼 박혀있다. 굳이 대못을 빼낼 필요도 없다. 이미 침식의 과정을 거치다 보니 예초의 날카로운 서슬 퍼럼도 온대 간대 없다.

자연과 더불어 바다를 떠돌다 진 작가의 손에 안겨 작품으로 태어난 '사랑으로 황대만, 박수자' 씨의 명패는 오래된 화목(化木)처럼 집 앞을 지키는 살아 숨 쉬는 표지목으로 가옥의 운치를 더하게 됐다.

희망과 사랑을 전해주는 잠언시집 김영진의 '사랑과 희망의 노래'에는 사랑에 대해 아래와 같이 언급하고 있다. 어머니가 위대한 것은 사랑의 힘 때문이다. 밀림의 맹수들도 새끼들을 지킬 때 한층 더 사나워진다.
사랑은 눈으로 보이지 않으나 그 힘은 태산을 움직이고 바닷물을 말린다. 사랑이 있으면 두려움이 없고 사랑이 있으면 좌절도 없다. 그대 사랑하라! 일생동안 사랑으로 살아가라. 모든 것은 사랑으로부터 나온다.

황대만ㆍ박수자 씨의 집 폐목 명패는 그렇게 사랑으로 태어났다.

폐목을 활용한 서각 명패가 현관 옆에 설치가 되었다.
황대만ㆍ박수자 씨가 살고 있는 집(소재지_ 전남 진도군 조도면 신전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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