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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20. 2021

제35화 장어통발의 변신은 무죄

더운 여름철 국민 보양 음식 중 하나인 붕장어는 바다가 인접한 대한민국 모든 곳에서 어장을 형성하고 있다.

1910년 이후 경남 통영항을 중심으로 시작된 장어통발어업은 어업 기술의 발전과 함께 조업 구역도 먼 거리까지 확대돼 장거리 이동 조업을 위해 선박의 규모 또한 대형화돼 가고 있다.

통영 선적 77톤급 장어통발어선의 경우, 한 번에 투망 하는 장어통발 수만 10,000개에 이른다. 통발은 9m 간격으로 10,000개의 통발을 엮어 던지다 보면 그 길이만 따져도 무려 90km 이상이 된다고 한다. 부산에서 대구까지의 거리와 맞먹으며 뿐만 아니라, 장어 미끼로 사용되는 냉동 멸치 역시 한번 출항할 때마다 2주일 분량인 9,000kg씩 준비해 나간다고 한다. 실로 어마어마한 규모의 장어통발어선! 통발의 수가 많다 보니 한 번 투망 하는데 6시간이 넘게 걸린다고 한다. 대낮에 시작된 투망 작업은 캄캄한 밤중이 되어서야 끝나는데 붕장어가 통발에 들어가기를 기다리는 4~5시간이 선원들에게는 유일하게 쉴 수 있는 시간이다.

대체적으로 유형별 장어통발의 길이는 약간의 차이는 있지만 약 52cm~72cm로 구성돼 있다. 한쪽은 막혀있고 다른 한쪽은 깔때기 모양의 유도 구가 있어 미끼로 유인하는 장어를 포획하는 대다수의 전문 어업인들이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구다.


장어통발의 유형(좌측이 양문형)

장어통발 67cm~72cm 길이로 양쪽 모두 유도구가 있는 양문형 장어통발은 많은 어획량을 올릴 수 있는데 주로 일본 어업인들이 많이 사용하고 있다.

포구로 밀려온 폐 장어통발은 52cm 길이가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섬 지역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어구로 판명된 셈이다. 그중 A타입은 플라스틱에 구멍이 전체적으로 뚫려있고, B타입은 절반만이 구멍이 뚫린 상태로 되어 있는데 B타입을 수거해 작업화에 착수했다.

학창 시절부터 흔히 봤던 디자인이 지금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는 것은 수십 년이 흐른 뒤에도 실용성과 질리지 않은 보편성을 입증해 준다.

좁고 좁은 저 문으로
들어가는 길은
나를 깎고 잘라서
스스로 작아지는 것뿐
이젠 버릴 것조차
거의 남은 게 없는데
문득 거울을 보니
자존심 하나가 남았네
두고 온 고향 보고픈 얼굴
따뜻한 저녁과 웃음소리
고갤 흔들어 지워버리며
소리를 듣네 나를 부르는
쉬지 말고 가라 하는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다가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익숙해 가는 거친 잠자리도
또 다른 안식을 빚어
그마저 두려울 뿐인데
부끄러운 게으름
자잘한 욕심들아
얼마나 나일 먹어야
마음의 안식을 얻을까
하루 또 하루 무거워지는
고독의 무게를 참는 것은
그보다 힘든 그보다 슬픈
의미도 없이 잊히긴 싫은
두려움 때문이지만
저 강들이 모여드는 곳
성난 파도 아래 깊이
한 번만이라도 이를 수 있다면
나 언젠가 심장이 터질 때까지
흐느껴 울고 웃으며
긴 여행을 끝내리 미련 없이
아무도 내게 말해주지 않는
정말로 내가 누군지
알기 위해
(故 신해철_ 민물장어의 꿈)

2014년 12월에 발표한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노랫말 일부다. 2010년 당시 신해철은 한 매체와 인터뷰에서 "민물장어의 꿈'은 나의 팬이라면 누구나 알지만 뜨지 않은 어려운 노래다."라고 밝히면서 "이 곡은 내가 죽으면 뜰 것이다. 내 장례식에서 울려 퍼질 곡이고 노래 가사는 내 묘비명이 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사람은 갔어도 노래는 남아'

오늘 난 장어통발에 신해철의 '민물장어의 꿈' 노랫말 일부를 들추어 새기기에 이른다.

장어통발에 석산체를 새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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