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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13. 2021

제34화 근대사의 유물 '유리공'을 만나다

입으로 불어서 만든 유리공은 재래식 양식과 뜬주낙에서 그 유래를 찾아볼 수 있다. 오늘날 발전된 양식환경에 비해 과거의 힘들었던 삶을 회자할 수 있는 유리공은 양식 역사를 다시한번 엿볼 수 있는 우리의 유산임에 틀림없다.


1960년대에 서해안 쪽에서는 굴과 홍합 양식에 유리공을 주로 사용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유리공을 이용해 바다에서 양식을 하기 위해서는 부력 통 즉 유리공에 끈을 겹겹이 매달아 연결시키고 하수용 끈을 다시 매달고 굴이나 홍합 종묘를 붙인다고 한다. 그러나 초기에는 몰탈을 칠한 새끼줄을 썼으나, 바닷물 염기로 인해 쉽게 부식되어 삐삐선으로 교체되었으나 그마저도 오래가지 못해 끊어져 유리공이 이탈하여 잃어버린 경우가 많아 종래에는 두텁고 탄력 있는 고무 밧줄을 사용했다고 한다.  


유리공 하나는 양식줄 3개 정도를 매달수 있는 부력이 있는데 예를 들어 양식장의 200미터에 120개 정도를 매달아 띄울 수 있다고 한다. 스티로폼 및 플라스틱 부력 부표가 생산 시점인 1970년대 중엽 이후에 유리공은 사라지게 되었다고 한다.

(좌)유라공(유리부표)을 바다에 띄웠던 실제 모습(민속나라 제공), (우)바다에서 밀려온 유리공을 해변가에서 발견된 모습

섬 지역 어부들에게 유리공은 뜬주낙(낚시를 매는 기다란 줄에 부표와 뜸을 달아 물속에 떠 있도록 하여 물고기를 잡는 방법)에 활용이 되었던 것으로 구전을 통해 알 수 있었다.


주낙은 한 가닥의 줄에 일정한 간격으로 가짓줄을 달고, 가짓줄 끝에 낚시와 미끼를 단 것으로 땅주낙, 뜬주낙, 선주낙으로 나뉜다. 여기서는 유리공을 이용했던 '뜬주낙'에 대해 언급하고자 한다. 뜬주낙은 표층이나 중층에 있는 어족을 대상으로 하는 어업 기법인데 낚시가 수면 아래 적당한 깊이에 있어야 하고 물의 흐름에 따라 저절로 이동하도록 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등 푸른 생선(다랑어, 삼치 외)을 잡는 어업에 주로 뜬주낙이 쓰인다고 한다.


요즘에는 유리공을 쓰이는 곳은 찾아볼 수가 없다. 해변가에 밀려온 유리공은 본시 부듯가 근처 하적장에 방치되었던 것이 지난번 태풍의 간접적인 영향으로 바다로 유입되어 떠밀려 온 것으로 추측이 된다.


과거 어부의 손에 닳고 닳은 유리공은 그렇게 내 품으로 안겼다. 해양쓰레기를 활용한 빈티지 작품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그 어떤 도구보다 귀하게 다가오는 것은 '63년 전의 유물'이라는 점이다.

유리공을 활용한 작품이 완성되었다.

다시는 바다에서는 볼 수 없는 유리공은 '바람에 말을 귀담으며 물처럼 그렇게 살라' 고 무언의 표정을 짓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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