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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Sep 09. 2021

제38화 뎅그렁뎅그렁

"풍경(風磬)은 소리를 담고 모든 풍경은 소리로 말한다. 소리는 자신만의 풍경을 가지면서 보는 것이 듣는 것이요, 듣는 것이 보는 것을 말해준다. 곧 풍경과 소리는 한 몸이고 하나다. 이 어찌 보기에 감미롭고 듣기에 황홀하지 않겠는가?"


'뎅그렁뎅그렁'


풍경소리를 듣는다. 바람이 밀고 간 자리에 은은하게 들려오는 소리는 높다란 가을 하늘로 긴 여운을 담고 울려 퍼진다. 저절로 시 한수가 떠오르는 감성이다.

'풍경'에 풍경소리를 더했다.

원래 풍경은 사찰의 처마 끝에 달린 조그만 종을 말한다. 그 가운데 추를 달고 밑에 물고기 모양의 쇳조각을 매달아 바람으로 소리가 나기 때문에 '풍경(風)'이라 한다. 물고기를 단 까닭은 눈먼 범부들이 풍경소리를 듣고 자신들의 업을 씻어 다시 좋은 곳에 태어나기를 바라거나, 눈을 늘 뜨고 사는 물고기처럼 눈 뜬 수행자의 끈을 놓지 말라는 바람에서다.


그래서 풍경의 유래는 불교에서 찾을 수 있다.


풍경(風磬)은 풍령(風鈴), 풍탁(風鐸), 첨마(檐馬) 등으로 불린다. 사찰 내 전각(殿閣), 목탑 등의 처마 끝부분 또는 석탑의 옥개석 끝부분에 매달아 바람에 흔들려 소리를 내게 하는 작은 종을 말한다. 이는 중국 불교건축에서 유래한 것으로, 우리나라에는 삼국시대 불교 및 불교건축의 수용과 함께 전래된 것으로 추정된다. 이후 통일신라시대를 거쳐 점차 발전하였고, 고려시대에는 불교예술의 발달과 더불어 화려하고 다양한 모습을 보였으며, 조선시대에 이르러 일반적인 종 모양의 단순한 모습으로 변화하였다.

풍경은 주로 청동·금동·동 등으로 제작하며, 그 크기는 건물의 유형 및 규모에 따라 높이가 3~4㎝에서 30㎝가 넘는 것에 이르기까지 매우 다양하다. 풍경은 몸통, 바람판, 연결구 등으로 구성된다. 몸통은 보통 종 모양이며 그 입면은 종형·사다리꼴 등으로, 그 평면은 타원형·원형·사각형 등으로 각각 구분된다. 바람판은 풍설(風舌)이라고도 하는데, 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바람에 흔들리는 부재이다. 모양은 나뭇잎, 구름, 물고기 등으로 다양하다. 삼국시대에서 고려시대까지는 주로 나뭇잎과 구름 형태가 많이 나타나며, 조선시대 이후 물고기 형태가 등장한 것으로 보인다. 연결구는 몸통과 바람판을 연결하는 부재로서 아래에 연결된 바람판이 움직이면 몸통과 부딪쳐 소리를 낸다. 풍경을 매다는 위치는 건물의 유형에 따라 다르게 나타난다. 사찰 전각의 경우에는 처마의 네 모서리 끝부분에 매다는데, 홑처마인 경우에는 추녀 끝에, 겹처마인 경우에는 사래 끝에 각각 설치한다. 불탑 중 목탑의 경우에는 전각과 마찬가지로 추녀나 사래 끝에 매달며, 석탑의 경우에는 옥개석 끝부분에 매단다. 그 외에도 논산 관촉사 석조 미륵보살입상과 같이 불상 머리 위의 사각형 보관(寶冠) 네 모서리 끝부분에 설치하기도 한다. 현존하는 풍경 중 가장 이르면서도 그 형태가 완전한 사례로는 익산 미륵사지 출토 금동 풍경(풍탁)을 들 수 있다. 그 높이는 약 14㎝이며, 입면은 종형이고 평면은 타원형이다. 몸통 상단에는 원형 고리가 있고, 하단은 가운데와 양 끝단 네 개의 꼭짓점이 V자형으로 돌출된 형태이다. 또한 몸통에는 상·하대가 있는데, 상대에는 연곽과 연뢰가, 하대 중앙에는 연화문 당좌가 각각 표현되어 있다. 이러한 연유로 미륵사지 출토 금동 풍탁은 우리나라 종의 시원 양식으로 추정된다. 그밖에도 경주 황룡사지 출토 청동 풍탁, 경주 감은사지 출토 청동 풍탁, 창녕 말흘리 유적 출토 금동 풍경과 바람판 및 연결구, 강릉 보현사 출토 금동 풍탁, 충주 숭선사지 출토 금동 풍탁 등은 우리나라 풍경의 대표적인 사례이다.(출처: 한국민속대백과사전)


수행차 섬을 찾은 여승으로부터 풍경을 선물 받았다. 집에서 풍기는 느낌이 주변 산세와 잘 어울릴 것 같아 풍경을 놓고 간다는 여승은 국화차 한잔을 마시고는 강진 쪽으로 발길을 옮긴다면서 떠나갔다.


아무 표식 없는 풍경에 '풍경소리' 글씨와 함께 몇 자 적어봤다. 바라보는 것과 듣는 풍경의 소리를 더해 보고 듣는 풍경의 진면목을 느끼기 위해서다.

 '풍경소리'로 캘리그래피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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