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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Sep 21. 2021

제39화 대숲은 소리를 내지 않는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그리 시켰으며 속은 어이하여 비어 있는가? 저리 하고도 사계절 늘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윤선도의 '오우가' 중 "죽(竹)"에 실린 노래다. 대나무가 풀인지 아니면 나무인지는 글 읽기에 이골이 난 4백여 년 전의 대학자나 지금의 우리나 여전히 헷갈리게 만든다.


담양 죽녹원 근처만 가도 대나무의 바람소리는 시간의 멈춤을 알린다. 하나가 아닌 대숲을 이루고 있는 대나무에서 '꽃은 젖어도 향기는 지지 않는다'를 것을 쉽게 깨달을 수가 있다. 전국에서 가장 넓은 면적을 가지고 있는 한국대나무박물관 역시 죽녹원을 떠받히는 기둥 역할을 한다. 예로부터 담양은 기후와 토질에서 대나무가 잘 자랄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이다. 특히, 예부터 죽세공예가 발달해 竹鄕(대나무 고을)로 널리 알려져 있다. 1981년에 죽물박물관이 개관된 후 전국 유일의 죽제품 주산지로서 보존, 전시, 시연, 판매 등 종합기능을 수행할 공간을 갖추어 대나무공예문화 전통 계승과 대나무공예 진흥의 계기를 마련하고자 1998년에 현재의 위치에 확장 이전하여 2003년에 한국대나무박물관으로 명칭을 변경하여 운영하고 있는 한국대나무박물관은 지난 35년 동안 수집해 온 고죽 제품, 명인의 죽세공예품, 전국 대나무공예대전 입상작품 등 다양한 대나무 공예품과 중국, 일본, 베트남, 미국 등 외국제품 및 대나무 신산업제품 그리고 2015 담양 세계 대나무박람회의 전시품과 박람회 참여 국가의 기증품이 전시되어 있는 곳이다. 가히 대나무 고장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러나, 대나무는 전국 어디든지 존재하고 환경의 지배를 받지 않는다. 


이곳 진도 조도(새섬)에도 흔히 볼 수 있는 것이 대나무다. 섬 지역 사람들은 대나무를 활용해 어구로 많이 사용했다. 그 예로 바다에서 고기를 잡는 대나무 낚싯대를 비롯해 나일론 줄이 나오기 전에는 대나무를 엮어 만든 대나무 통발, 대나무 그물로 멸치를 잡는 죽방렴, 선박 양쪽에 깃을 두른 양 펼친 왕대나무에 낚싯줄을 걸어 잡는 전통 삼치잡이(지금까지 사용하는 대나무 어구)등 지역 환경에 걸맞은 대나무의 쓰임은 다양하다.


오래된 대나무가 지난 태풍 '찬투'와 함께 부둣가로 밀려왔다. 두께를 가늠해보니 전통 대나무 농어대나 삼치잡이대로는 쓰이지 않은 것으로 추정이 된다. 본인 역시 소유하고 있는 배에 삼치잡이 대나무를 설치해 낚시를 하고 있지만 삼치 대나무 낚싯대의 두께 2배는 족히 넘어 보이는 전형적인 '모소 대나무' 인 듯싶다. 모소 대나무는 심은지 4년 동안 전혀 자라지 않는다고 한다. 5년째 되는 해에 비로소 자라기 시작해

6주 만에 15m 이상 자란다. 오랜 시간 동안 자신을 감추고 미래를 준비하고 뿌리를 가꾸면서 때가 되면 힘차게 뻗어나갈 수 있도록 그렇게 놀랍도록 인내하는 것이다. 모소 대나무는 흔들림 없이 뻗어나갈 수 있을 때 비로소 자신의 위옹을 세상에 드러낸다.

파도에 밀려 온 폐 대나무 조각에 글씨를 새겨 넣었다. 

"바람이 대숲에 불어와도 바람이 지나고 가면 그뿐 대숲은 소리를 남기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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