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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Sep 25. 2021

제40화 바다 나무

"바다가 보이는 작은 어촌마을에서 생을 마감히기를 원했던 후박나무, 오랫동안 꽃이 피고지는 동안 풍파에 휘둘려도 꿋꿋하게 한 세월 바다나무가 되기를 원했던 후박나무는 뻣뻣한 껍질만 남기고 말았구나."

후박나무 껍질에 후박나무를 노래했다.

후박나무는 크기가 대략 10m가 넘게 자라며 꽃은 연한 녹색을 띄다가 7~8월이 되면 열매는 검게 익는다. 나무가지나 잎을 꺾으면 불쾌한 냄새를 유발하면서 즙이 나오는데 조선시대때에는 식초대용으로 사용하기도 했다.

특히, 후박나무 껍질은 한약재로 많이 사용하는데 수령이 오래된 나무껍질을 잘 벗겨내 건조를 시켜 한약상에 판매를 하기도 했다. 후박나무 껍질을 벗겨낸 나무는 고사(枯死)된다. 여기서는 외껍질만 벗기면 문제가 되지 않으나, 나무껍질의 표피층까지 벗겨내면 나무가 죽는다는 말에서 기인된다.

후박나무 껍질은 '우울증 환자에게 특효'로 잘 알려져 있다. 감정기복이 불안정한 사람에게 달여서 복용하게 되면 큰 효과가 있다. 식욕부진, 소화불량에 고생하는 사람들에게는 '장기능 완화'에 도움이 된다. 그 외 '숙면을 편하게' 취하게 하고, 몸을 따뜻하게 해주고, 염증을 예방하는 '항염효과'에도 탁월하다는 보고다.

후박나무는 주로 기온이 따뜻한 남부지방에 많이 분포한다. 이곳 진도 조도 섬 지역에서도 후박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섬에서 자라 성장했던 후박나무는 내게 껍질만 남긴채 바다로 갔다. 바다나무로서의 생을 마감하기까지 얼마나 생사의 길에서 버텨왔을까?라는 생각을 해봤다. 태풍의 위력앞에서는 자연도 사람도 한없이 약한 존재가 된다.

사람들에게 이로움을 줬던 후박나무... 그렇게 생과 사의 갈림에서 처절하게 존재감을 드러내려했던 후박나무 껍질을 보고 또 보았다. 짠물에 견고하기까지 한 껍질의 외피는 고스란히 후박나무 고유의 색을 잃지 않고 있었다. 누가보더라도 아는 사람은 후박나무 껍질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그토록 섬과 바다를 벗삼아 살아 온 시간속에 산산히 부서지고 찢긴 후박나무의 나머지 잔해(殘骸)는 어디로 흘러갔을까?

후박나무는 '바다나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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