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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Oct 04. 2021

제41화 이곳이 바로 쉼표다

'뭇별과 눈 맞추고 바람의 속삭임을 들으며 파도소리 벗 삼아 자연과 동화되는 곳, 푸른 하늘 아래 섬과 시가 있는 곳.. 이곳이 바로 삶의 쉼표다'

지난 10월 1일 '한국기행' 방송(이곳에서 잠시만.. 쉬어도 좋아요_ 석산 진성영 작가 출연)을 앞두고 연일 쏟아냈던 기사 중 일부다.

작자가 살고 있는 곳(전남 진도군 조도면 하조도)을 이토록 아름답고 멋스러운 시어로 표현해 내리라고 상상도 못 했다.

매일 반복되는 답답한 도시생활 22년의 시간.. 더 이상 무의미하게 인생을 살 수는 없다. 인생 너무 짧다는 생각이 든 것이 4년 전의 일이다. 작가로서의 "새로운 길을 걸어보는 것도 인생을 살아가는 또 다른 참맛일 거야"라는 마음속에 품으며 생이 얼마 남지 않은 채 홀로 외롭게 지내는 어머니품에 안겨 못다 한 어머니를 편안케 해드리겠다는 일념으로 2017년 8월 귀향하게 됐다. 90일간 어머니와 행복하게 섬 생활을 영위하다가 2017년 11월 그 해 어머니는 뇌경색으로 쓰러졌고, 1년 6개월의 시간을 투병 후 2019년 6월 어머니는 작고하셨다. 그 후 홀로 남아 지금껏 어머니가 살아왔고 내가 태어나 자란 이 섬을 떠나지 못하고 홀로 사는 법을 배우며 어머니 사후 4년의 시간이 흘렀다.

누군가에게는 아름다운 섬으로, 또 누군가에게는 상흔이 되어버린 섬으로.. 나에게는 새로운 신세계를 일구는 마음으로 오늘을 살아간다.

한 번쯤 가보고 싶은 새섬 조도를 글씨로 남기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몇 댤 전 해양 쓰레기로 산을 이뤘던 대들목을 찾았다. 인적 드문 그곳에 자연은 옛 모습 그대로였다. 폐목을 찾아 나섰다. 폐목의 매력은 형태가 각기 다른 모양의 다양성에서 시선을 사로잡는다. 자연이 빚어낸 보석 같은 폐목이 그래서 더 값지게 느껴진다.

바다가 내려다 보이는 작업장에는 바람결에 울려 퍼지는 뎅그렁 뎅그렁 풍경소리가 정겹다. 그 아래로 망치소리와 폐목에서 잘려나가는 폐목의 잔재들.. 그렇게 합주곡이 며칠 동안 계속되었다.

폐목으로 서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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