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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Oct 15. 2021

제43화 연잎처럼

수년 전 경기도 여주에 위치한 백화원 연꽃 농원을 들른 적이 있다. 2014년 남한강 청정지역 친환경 웰빙 농산물로 마을기업이 된 이곳 백화원 연꽃 농원은 농가 창업 제2호인 털털한 손동인 대표가 운영하는 곳이기도 하다.

수생식물 연꽃의 자태 속에 연잎들이 하나같이 빗장을 열고 반기는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그런가 하면 전남 무안군 화산마을 화산 백련지는 동양 최대의 연꽃 자생지로 2001년 세계 기네스북에 등재된 곳으로도 유명하다. 해 년마다 연꽃이 피는 계절이면 연꽃축제를 성대하게 할 정도로 국내ㆍ외 연꽃 마니아들이 앞다투어 찾는 명소 중의 하나다.

고려시대 문장가 이규보(1168∼1241)는 ‘하지(荷池·연꽃이 핀 못)’라는 시에서 푸른 가을 하늘에 더욱 맑고 청정해지는 ‘추련(秋蓮)’의 아름다움을 이렇게 노래했다.

"한 마리 새 물속에 들어가 푸른 비단물결을 가르니, 온 연못을 뒤덮은 연꽃이 살며시 움직이네. 참선하는 마음이 원래 청정함을 알려면 가을 연꽃(秋蓮)이 찬 물결에 솟는 걸 보려무나."

연꽃의 화려함에 연잎은 그저 연꽃을 받쳐주는 소도구일까? 한 여름 연꽃이 피기 전 우아한 자태를 부챗살처럼 넓게 펼치며 나그네의 발길을 멈추게 하는 연잎은 눈부신 햇살과 영롱하게 빛나는 물방물을 바람결에 흔들리다 미련 없이 쏟아내고 다시 허리를 꼿꼿하게 편 후, 다시 한 방울 두 방울 정성스레 담아 찬란한 빛을 발산한다.

한도 끝도 없는 인간의 탐욕을 비웃기라도 하듯 연잎에서는 도무지 욕심이라고는 찾아보기 힘들다. 무엇이든 손에 거머쥐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탓하는 연잎 앞에 서면 괜히 부끄러워진다. 어찌하면 우리도 연잎처럼 마음의 티끌을 비우고 탐욕을 버릴 수는 없을까?

"자신을 짓누르는 물방울을 가볍게 비워버리는 연잎처럼 무엇을 버리고 가져야 할지를 스스로 알아야 한다."

어느 날, 해변가에서 허우적 대던 폐목을 발견하고 햇볕 잘든 집 앞마당에 보름 정도 박힌 펄과 바다 이끼를 자연스럽게 바람과 자연광에 탈피되도록 건조과정을 거쳤다. 바로 물로 씻어낼 수도 있었지만 폐목의 상처를 다시 겪게 하지 말아야 한다는 나무에 대한 배려이기도 했다.

나무 재질은 진도 조도 섬에서는 흔히 볼 수 없는 느티나무로 외부 유입으로 추정된다. 느티나무는 예부터 고궁이나 사찰을 만드는 데 쓰였으며, 양반의 집이나 가구, 악기, 건축·기구·조각 등의 재료로 쓰였다. "천마총이나 가야분에서 느티나무로 짜진 관이 나왔다, "는 언론보도를 접한 적이 있을 정도로 느티나무는 일반적으로 쓰이는 나무보다는 특별한 곳에 재료로 사용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느티나무는 관상적 가치가 높아 공원이나 학교 등 공공건물에 가로수로 흔히 사용된다.

특별함이 묻어나는 느티나무 폐목에서 은은한 향기를 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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