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의 묘수(妙手)
몇 해 전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FCEO(프랜차이즈 시오) 과정 담당자에게 전화가 왔다. 월간 'FCEO' 잡지 제호 디자인 리뉴얼을 새롭게 단장을 하고자 한다는 것.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의 프랜차이즈 CEO 과정에서 각 업체 대표들이 프랜차이즈에 맞는 제호를 딱딱한 서체가 아닌 힘 있고 활기 넘치는 디자인으로 개편하는데 캘리그래피만 한 게 없고, 프랜차이즈 브랜드 역시 캘리그래피로 바뀌는 추세다 보니 몇 명의 캘리그래피 작가 중 석산 작가님을 추천했다면서 제호 의뢰를 해왔다.
시대적 흐름을 잘 파악하고 동향 분석을 철저히 하여 프랜차이즈 업계의 성공적인 신장세를 넓혀주는데 FCEO 잡지가 존재한다는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다.
무겁게 다가왔다.
'힘 있고, 활기 넘치는' 서체로 표현해 주셨으면 합니다.
'FCEO'의 영문의 대문자는 보기만 해도 글씨 자세가 안 나왔다. 다양한 한글과 영어 글씨를 쓰면서도 직관적으로 잘 써지는 글자가 있는가 하면 그렇지 않은 글자가 보이는 법이다. 특히나, 영어의 경우 한글에 비해 밑에 받침이 없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다. 영어는 대문자보다는 소문자가 더 글씨의 맛을 살린다.
연세대학교 측에서는 'FCEO'를 모두 대문자로 써주기를 원했다. 그렇지만, 난 그렇게 쓰지 않았다. 'F(franchise) ceo'로 'F'만 대문자로 'CEO'는 소문자로 가는 게 프랜차이즈를 더 돋보이게 부각할 수 있다고 역제안을 했으며, 그 제안을 받아들였다.
여기서, 한 가지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의뢰자가 원하는 대로 요구하는대로 써주면 되는 것 아닌가?라고 할 수도 있다. 나 또한 절반은 동의한다. 나머지 절반은 작가의 몫이라 생각한다. 100% 원하는 대로 써주는 게 맞지만, 엄연히 캘리그래피도 창작의 묘수로 접근해야 한다. 토시 하나 빼지 않고 원하는 대로 해준다면 캘리그래피는 창작이 아니라, 기계가 되고 제조가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