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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06. 2023

제20편_ 고맙소

 이 나이 먹도록 세상을 잘 모르나 보다

진심을 다해도 나에게 상처를 주네

이 나이 먹도록 사람을 잘 모르나 보다

사람은 보여도 마음은 보이지 않아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술 취한 그날 밤 손등에 눈물을 떨굴 때

내 손을 감싸며 괜찮아 울어준 사람

세상이 등져도 나라서 함께 할 거라고

등뒤에 번지던 눈물이 참 뜨거웠소

이 나이 되어서 그래도 당신을 만나서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못난 나를 만나서

긴 세월 고생만 시킨 사람

이런 사람이라서 미안하고 아픈 사람

나 당신을 위해 살아가겠소

남겨진 세월도 함께 갑시다

고맙소 고맙소 늘 사랑하오

(출처: 조항조 '고맙소' 노랫말)


가수 조항조 씨와는 별도의 일면식이 없다. 단지 8년 전 조항조 노래 '너였다'를 작곡한 국상현 씨의 부탁으로 타이틀 서체와 영상편집을 제작해 줌으로써 일적인 면에서 지금껏 인연이 있다.

고맙습니다, 고맙다, 고마워, 고마우이, 고맙소이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일상에서 빠지지 않은 용어들은 시대와 세대가 바뀌어도 자주 애용하는 단어임이 틀림없다.

이런 문구는 캘리그래피에서도 단골 메뉴로 등장한다. '고맙고 감사하며 사랑한다'는 거의 사람들의 말문에서 피해 갈 수 없는 3종 세트다. 그중에 '감사합니다' 보다는 '고맙습니다'는 예의상 조금 낮은 단계의 표현 방식이면서 부담감 없는 느낌을 많이 준다.

물론, 조항조 씨의 '고맙소'를 들으면서 노랫말에서 비친 내용들이 공감을 얻어 폐서각으로 글자를 새겨 본 것이다.

처음 작업본에는 글자를 흰색으로 색을 칠했다가 수개월이 지난 뒤 검은색으로 다시 칠했다. 폐목 자체가 과다한 자외선 노출로 점점 흰색에 가깝게 변색이 되어 멀리서 봤을 때 글자가 없는 흰 폐목처럼 보였기 때문에 과감하게 색 선택을 다시 하게 됐다.


오늘도 '고맙소' 글씨를 보고 있노라면 지금껏 베풀어준 사람들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서각 비하인드>>

1. 위 '고맙소' 글자를 새긴 폐목은 집단적으로 개미집을 형성하고 있었다. 나무의 처음과 끝이 작은 구멍들로 빽빽하게 점자를 보는 듯했다. 깊이 2~3mm를 깎아냈는데도 불구하고 촘촘한 구멍들은 없어지지 않아 양각을 통해 글자를 돌출시켰다.


2. 촘촘히 뚫린 글자에 색 입히는 작업 역시 쉽지가 않았다. 평평한 폐목이라면 물감 흡수력이 빠르게 진행되는데 위 나무는 구멍이 불규칙적으로 뚫려있어 물감의 양도 많이 들어가고 반복적으로 수차례 덧칠을 한 후 완성한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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