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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07. 2023

제21편_ 연잎처럼

種花人只解看花 (중화인지해간화)

不解花哀葉更奢 (불해화애엽갱사)

頗愛一番霖雨後 (파애일번임후우)

弱枝齊吐嫩黃芽 (약지제토눈황아)


사람들 꽃 심고 꽃구경만 할 줄 알지

꽃이 진 뒤 이파리 화사한 줄 모르더라

몹시도 사랑스럽다. 장맛비 그친 뒤에

어린 가지 끝마다 웃자란 연초록 잎

녹음이 짙어 나무그림자가 진하게

드리워집니다.

온통 초록세상입니다.

숲에 바람이 불면

초록이 마구 쏟아질 것 같습니다.

가지마다 초록잎이 무성하여

바람에 흔들립니다.

싱그러운 초록샘새가 납니다.

내 눈에도 잎이

꽃 보다가 더 아름답고 볼만합니다.

(출처: 다산 정약용 시 '지각절구')


다산 선생께서 연못가 정자(亭子)에 앉아 썼다는 연에 관한 시다.


보통 사람들은 연(蓮)을 보며 곱게 핀 꽃을 보며 즐거워하고 감탄하여 사진을 찍는다. 그러나, 다산은 꽃이 아니라 연잎이 펼쳐놓은 초록세상의 향연에 몸들 바를 몰랐다고 한다.


한 여름 무더운 열기도 비껴간다는 연못가의 풍경은 더위에 지친 영혼들의 마음을 잠시 맑게 해 준다.

무동력선에서 탈피된 배 갑판의 일부는 오랜 벗으로부터 인수를 받게 되었다. 오랜 세월 친구의 아버지께서 직접 노를 저으며 겨우내 해태(김 양식) 발로 평생을 가족의 생계를 이어왔다는 조그마한 배는 태풍의 급습으로 파손됐고 그중 잔해물인 갑판 일부를 작품화하라고 보내온 것이다.


무명으로 살다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간 옛사람들... 그들이 애지중지 보살피고 사랑했던 선박의 일부가 오늘 글꽃으로 피어나 그 옛날 부모들의 삶을 잠시나마 회상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서각 비하인드>>

1. 옛날 노를 젓는 목선 갑판에 글자를 새길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유년시절 본인도 부모님과 겨우내 재래식 김발(해태) 양식장에 김을 매기 위해 노를 저어봤기 때문이다.

갑판 주위에는 오랫동안 파래, 굴껍데기의 흔적이 남아 있었다. 폐목의 가장 큰 가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글자를 새기는 데 있다. 가공되지 않은 폐목은 그래서 많은 뒷이야기가 봇물처럼 쏟아진다.


2. 어느 누가 저 폐목이 목선의 갑판 일부라고 생각하겠는가? 신안 앞바다 해저 유물선만 가치가 있는 게 아니라, 평범하게 목선을 타고 가족 생계를 책임졌던 가장의 노고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수고하셨다."라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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