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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07. 2023

제22편_ 자네 오늘 밥값 했는가

몇 해 전 일산의 모처에 수도승의 부탁으로 써 드렸던 '자네 오늘 밥값 했는가'는 그동안 가장 현실적이고 공감이 갔던 문구 중에 하나다.


밥값...,

어떤 이가 평균나이 81세를 기준 잡아 하루 2끼, 1끼당 10,000원을 잡았을 때 평생 밥값은 5억여 원 정도라고 적어 둔 메모를 본 적이 있다. 수치상으로 본 밥값이 만만치 않은 금액으로 환산되고 보니 밥값의 의미를 다시 한번 조명하고 싶다는 욕심이 났다.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밥값에 대한 고찰은 성경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리가 너희와 함께 있을 때에도 너희에게 명하기를 누구든지 일하기 싫어하거든 먹지도 말게 하라 하였더니(데살로니가후서 3:10).” 크리스천뿐 아니라 일반인에게도 잘 알려진 구절이다. 이 내용에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단순하고 명확한 해법을 제시하고 있다.


밥값은 단순히 하루 2끼, 3끼를 먹기 위해 일을 해야 한다는 것보다 살아 숨 쉬는 동안 일속에서 자아를 찾고 행복하게 살아가기 위해서는 경제적, 제정적인 부분이 꼭 필요하다는 것을 말해 준다.


나를 위해, 가족을 위해 오늘의 밥값은 꼭 해야 되지 않을까 싶다.

폐목의 수명은 알 수는 없으나, 썩어 바람처럼 사라지는 그 순간까지 존재한다. 처음 발견했던 폐목은 상태가 별로 좋지가 못했다. 물 웅덩이에 절반은 파묻혀 일부는 썩어가는 나무를 거두어 작업장으로 옮겨 몇 날 며칠을 자연광에 말리기를 수차례.. 바짝 마른 폐목에 방부제와 오일스텐을 바르며 정성을 다해 글자를 새긴 다음 썩어 문드러진 폐목 삭신을 감추기 위해 검은색으로 더 칠한 후 흰색으로 마감처리를 했다.


손이 많이 가는 폐목에 하루의 시간은 생각보다 빠르게 지나갔다.


*서각 비하인드>>

1. 위 폐목의 처음 발견 당시 크고 작은 몽돌 속 물웅덩이에 파묻혀 있었다. 온갖 시련의 나날을 보낸 흔적들이 나무 곳곳에 묻어나고 있었다. 나무 중간에 두 동강이 났을 정도로 많은 충격이 있었다. 작업을 하기 전 가는 실로 2군데를 촘촘히 동여맨 후 비로소 작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목화석을 보는 듯했다.


2. 전체적으로 폐목은 거칠었다. 글씨를 새 기기 위해 수차례 사포질로 연마를 했고 검정 락카 칠을 매겨 폐목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


3. 폐목의 쓰임은 멀쩡한 나무를 작품화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집과정에서 늘 아슬아슬하다. 바닷물에서 한 번, 뭍으로 떠밀려와 고사되어 가는 과정에서 두 번.. 그리고 내 손길이 닿지 못하는 폐목들은 소리 소문 없이 사라져 가는 운명.. 쓰지 못할 나무를 쓸 수 있게 고쳐 쓰는 일... 섬작가로서 내게 주어진 소명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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