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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09. 2023

제27편_ 새벽 부둣가

물안개 가득한 섬마을 새벽부둣가에서 정적을 깬 것은 낯익은 선외기 엔진 소리였다. 9월의 섬 마을 어촌 풍경은 1톤 남짓한 FRP 어선 양쪽 갑판에 6m 길이 왕대를 펼치면서 새벽을 맞는다. 9월 초부터 10월 말까지는 바야흐로 삼치시즌이 도래하기 때문이다.


등 푸른 생선 삼치잡이는 새벽 부둣가의 진 풍경이다. 섬 마을 방파제에서 1시간 남짓 가다 보면 제주 추자도와 진도 조도 사이의 경계지역인 바다 암초를 표시하는 복사초가 있는데 이곳이 바로 낚시인들의 천국이다. 이맘때쯤 제철 방어를 비롯해 삼치가 올라온다.

아직도 진도 새섬에서는 왕대나무를 이용한 전통 삼치낚시가 성행하고 있다.

새벽 부둣가는 그날의 풍어를 준비하기 위한 발 빠른 어민들의 분주한 일상을 볼 수 있는 곳이다. 나 역시 섬살이 5년 동안 삼치시즌이 도래하면 삼치잡이에 나서기도 했다. 작게는 7~8마리, 많게는 20여 마리 넘게 삼치를 잡아 가족들과 지인들에게 짜릿한 입맛을 제공해 주기도 했다.

바다가 내어 준 보물들은 섬에서만 느끼는 특별함이다. 언젠가는 다시 섬으로 돌아가 자연인으로 마지막 여생을 바다 사나이로 살아 볼 작정이다. 이미 다섯 차례 사계절을 섬에서 성공적으로 살아봤기 때문에 섬에 대한 두려움도, 초조함도 없다.

섬, 그 이상의 섬은 오늘도 빨리 내려오라고 손짓을 하는 것 같다.


*서각 비하인드>>

1. 다도해 해상 국립공원 진도 조도 신금산 등산로 폐 계단목으로 작업화 한 '새벽 부둣가'는  튼튼한 나무로 잘 알려져 있다. 쓰다 버린 폐목은 거의 재 기능을 하지 못하기 때문에 폐품처리를 통해 사라지게 된다. 모든 자원은 소중하다. 자원을 지키는 일에 미력하나마 일조한다는 의미에서 큰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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