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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10. 2023

제28편_ 갤러리 휴(休)

30여 년 동안 모 대학 철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다 퇴직한 분이 전남 곡성에 제2의 인생을 '나무 조각을 하며 여생을 마칠까 한다.'며 서각 간판을 의뢰한 적이 있었다. 마침 내가 폐목 서각에 빠져든 시기인 듯싶다.


무엇인가 새롭게 시작한다는 것은 참 좋은 일이다. 물론, 전혀 모르는 일을 배운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도 하지만 두렵기도 하다.  

매듭을 지으며 늘 새로운 성장을 하는 대나무가 이채롭다.

우리는 새로운 시작과 성장과정에서 대나무의 올곧은 지혜를 배우기도 한다. 대나무의 가장 큰 특징은 오랫동안 기다리며 인내하면서 매듭을 지어가며 자란다. 일반 나무처럼 수분과 바람과 계절의 영향으로 무조건 하늘을 향해 뻗어 오르지 않고 매듭을 지으면서 성장하고, 또 다른 매듭을 짓고 새롭게 성장한다. 그로 인해 강한 태풍이 몰아쳐도 잠시 굽힐지언정 꺾이지 않는다.

우리에게 '쉼'이란 무엇인가?

잠시 일을 접고 아무 생각 없이 휴식을 취하는 것, 따가운 햇볕을 피해 새소리, 물소리, 파도소리 들으며 시원한 맥주 한 잔에 곁들인 수박 몇 조각을 맛있게 먹고 놀다가 배부르면 자연스럽게 그늘에서 펼쳐지는 낮잠 삼매경, 극한의 직업 전선에서 구슬땀 흘리며 며칠 간의 달콤한 여름휴가를 기다리는 노동자들...,


쉼은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스트레스받으며 직장 생활하는 직장인들에게, 장사나 사업을 하는 사업가들에게 꼭 필요한 재충전의 시간이다.


쉼을 통해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시간이 됐으면 한다.


*서각 비하인드>>

1. 서각 작업은 전통적인 작품을 만들어내는 서예와 달리 3차원의 공간에서 구현되는 입체적인 창작활동에 속한다. 보통의 서각 판재를 사용하는 경우 전통서각은 느티나무를, 현대서각은 은행나무를 대체적으로 사용하는 작가들이 많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작가들이 그런 것은 아니라는 점은 참고하시면 된다.

   

2. '갤러리 휴' 작품도 은행나무 판재를 이용해 서각 화한 것이다. 흔히 은행나무를 '살아 있는 화석'이라는 말을 주저하지 않는다. 은행나무는 2~3억 전부터 자생해 온 식물로도 유명하다. 은행나무는 수백 년~ 수천 년의 고목이 되어도 꽃을 피우는 태고의 신비를 갖춘 특별한 나무이기에 서각쟁이들의 환심과 관심과 많은 쓰임의 주인공이 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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