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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13. 2023

제34편_ 대성맛집에 오면

'맛있는 집'의 기준을 내린다는 것이 결코 쉬운 것은 아니다. 다양한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 맛이 가장 맛있는 음식점의 첫째 조건이 아닐까 싶다.


섬에서 30여 년 넘게 그 자리를 지키며 한결같은 입맛을 지켜 온 전남 진도군 조도 새섬의 '대성식당' 앞에 걸게 된 "2023 사랑의 폐목서각 명패 달아주기 시즌3"은 내 입맛의 고증에서 비롯됐다.  


집밥 같은 음식, 그 옛날 어머니의 손맛으로 끓여 낸 된장국, 지역 특산물을 최대한 활용한 밑반찬, 언제나 미소를 잃지 않고 반갑게 맞이해 주는 어머니 같은 주인아줌마...


2017년부터 섬 주민을 위해 내가 해 줄 수 있는 재능 봉사가 뭐가 있을까?를 생각했고 행동은 곧바로 옮겼고 지금까지 7년 넘게 재능 기부 차원으로 명패를 달아주고 있다.

처음 시작된 2017~2019 명패 달아주기와 현재 작업해 주는 명패 달아주기 운동의 다른 점은 폐목을 적극 활용해 처음부터 끝까지 내 손으로 완성시켜 직접 걸어주고 있다는 점이다.


2017년 당시는 서각을 시작하지 않았던 해로 광주의 한 서각공방과 협약을 통해 나의 글씨를 보내주면 공방에서 서각 작업을 마무리해서 각 가정으로 보내주는 시스템이었다. 모든 것이 내 맘 같지 않았다. 전체 나무의 틀 속에서 글자가 들어가는 중심을 내가 의도한 대로 해주지 않았다. 나무속 글자의 높낮이부터 시작해 전체 글자의 배치선들이 모두 어긋나게 제작해서 보내줬다. 아마도 그래서 "내가 서각을 직접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그 무렵부터 하게 됐고 완숙되지 않은 서각이지만 지금은 모든 진행과정을 직접 하고 있다.

음문관ㆍ한감례 부부가 일하는 음식점에 폐목 명패가 걸려 있다.

오픈된 공간에 걸리는 '내 작품을 아무렇게나 해서 걸게 할 수는 없다'라는 고집스러운 철학으로 지금껏 진행해 오고 있고 앞으로도 폐목 명패 달아주기 운동은 계속될 것이다.


*서각 비하인드>>

1. 명패의 재료는 버려진 '나무도마'다. 어느 섬집에서 사용하다 바닷물에 떠밀려 무인도에 안착된 듯싶었다. 처음 발견 시 나무 도마 표면에는 많은 시간 동안 칼집의 흔적과 가운데 부분은 약간 움푹 패어있었다.

칼집이 나타난 부분을 전기대패로 밀어 재가공에 들어갔다.


2. 평평한 도마 위에 글씨를 쓴 프린트물을 올리고 본을 떴다. 누가 봐도 작자가 나무도마라고 얘기하기 전까지는 도마라고 생각할 수 없는 환골탈태(換骨奪胎)의 순간이다.


3. 폐목을 만나면서 실생활에서 사용했던 재료에서부터 선박에서 탈출한 부목(浮木), 자연에서 다시 바다로 흘러 무인도로 밀려온 나무들까지 바다는 '폐목들의 집합체'라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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