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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12. 2023

제33편_ 하룻밤의 꿈이었던가

산 너울 모진세월

그 안에 갇힌 날 보네

남겨진 향 내음 좇아

한참을 걸었나

길섶에 놓인 내 모습은

단 하룰 쉬이 맡길 수 없고

열 구름은 잠시 다가오라

손짓하라 미소 짓네

세월의 무게에 실려

다시 또 일어난 사랑

한참을 잊고 바랬던

바람꽃 찾아 떠나가네

가을사랑에 묶여서

빛을 바란 날들

가혹한 하루를 놓을 수 없어

가슴만 태우네

잊힌 애성이 어디메뇨

달빛사랑은 어디메뇨

차오르는 꿈들을 좇아 떠나가네

달빛에 동여맨 이내 마음

줌 바람에 흐를까

가을밤을 숨 조이며 지새네

세월의 무게에 실려

다시 또 일어난 사랑

한참을 잊고 바랬던

바람꽃 찾아 떠나가네

모진 사랑에 실려와

한없이 애 닳은 가슴

비뚤어진 세월에

한 마리 새되어

날아가 버리네

한껏 타오르는 너를 향해

눈 바래기로 맘을 달래

한 알의 먼지로 사라지네

눈앞에 불거져

손끝에 맺어진 운명

홀로 아로새겨가는

눈먼 가시밭길

헤어져나가는 내 맘

어이하리

가을사랑에 묶여서

빛을 잃어버린 날들

가혹한 단 하루를

놓을 수 없어 가슴

만 태우네

나 이 세상 사라진다 해도

사그라지지 않을 날들

꿈 담은 이내 가슴속

영원히 남아

(출처: 지평권 '달빛사랑' 노랫말)


"나 이 세상 사라진다 해도 사그라지지 않을 날들 꿈 담은 이내 가슴속 영원히 남아"



2019년 6월 29일 밤 자정.., 어머니는 고통의 육신의 옷을 버리고 편안히 눈을 감으셨다. 한(恨) 많은 여든아홉의 생이었다.


2017년 8월 20일, 서울살이 22년을 접고 오직 홀로 계시는 어머니를 봉양코자 귀향한 나는 2017년 11월 뇌경색으로 쓰러지기까지 3개 여월의 짧은 시간만이 허용됐다. 그리고 뇌경색으로 1년 6개월을 요양병원에서 사투를 벌이다 북망산(北邙山)을 오르게 됐다.

2017년 9월 가을걷이를 끝낸후 어머니와 함께

몇 달 전 대전 현충원을 찾았다. 아버지와 함께 합장된 묘역에서 어머니 4주기 추념식에 참석했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어머니는 양지바른 현충원 뒤뜰에서 막내아들이 왔다는 것을 알고 계셨을까?


지나간 날들이 필름처럼 지나갔다.

모든 것이 하룻밤의 꿈이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그립고 그리운 사람! 어머니.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새긴 작품

*서각 비하인드>>

1. 이젠 그리움도, 보고픔도 아무 소용없는 공염불이 되어 버렸다. 세상을 살면서 그립고 보고 싶은 대상이 사라지면 무엇이 남을까?를 어머니 사후, 많은 생각에 잠긴 적이 있었다. 어머니는 나에게 희망 같은 존재였으나 이젠 그 희망마저 가질 수 없다는 게 너무 서글퍼진다. 이러한 생각 속에 '하룻밤의 꿈이었던가'를 작업하게 됐다. 이젠 무엇을 하더라도 즐겁지가 않다. 세상사가 다 그렇듯 한번 오면 가는 것을 알면서도 그 아쉬움은 왜 이렇게 큰 울림으로 다가오는지...


2. '그래도 살아야 한다'라고 하지만 희망 없는 삶은 쉽게 진정이 안 되는 것이 현실이 아닌가? 사무치게 밀려드는 보고픔은 어떻게 채워야 하는 걸까? 작품을 하면서 옆에서 꼭 지켜보고 있을 것 같은 어머니가 너무나 보고 싶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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