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캘리그래피 석산 Aug 15. 2023

제41편_ 폐목 현판을 새기다

도시계획 및 조경설계 서비스업을 주로 하는 (주)욱천엔지니어링 안균섭 대표와는 서울에서 작가활동을 하고 있을 때 두 번 정도 마주 한 듯하다.


소탈하고 진솔한 이미지로 기억되는 안 대표는 본업 외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가족과 함께 때로는 혼자서 캠핑을 즐기며 프로페셔널 사진작가 못지않은 사진 촬영 기술을 보유하고 계신 분, 동인지 '미소문학'의 정식 회원으로 시인으로도 활동을 하고 있다. 특히, 석산체를 유별나게 흠모하는 나머지 전 직원들 이름을 석산체로 선물까지 했던 멋진 중소기업의 대표이기도 하다.

겨울날, 홀로 캠핑을 즐기는 안균섭 대표

안 대표는 기존 수원에 본사를 둔 (주)도시유플러스라는 회사를 경영하다가 규모가 커짐으로써 "(주)욱천엔지니어링 법인체를 새로 설립하게 됐다." 면서 "현판을 달려고 하는데 이번에 특별히 폐목현판으로 제작하고 싶다."라고 의뢰가 들어왔었다.


문제는 폐목 재료 공수였다. 제작기간은 1주일로 잡혔다. 그 길로 배를 띄웠다. 이 섬, 저 섬 돌면서 맘에 드는 폐목 수집에 나섰으나 허탕을 쳤다. 다음 날 다시 한번도 가보지 않았던 '대목섬'으로 일찌감치 뱃머리를 돌렸다. 처음 입도한 대목섬은 분위기가 좋았다. 내가 찾고자 하는 폐목이 있을 것 같은 좋은 예감.. 1시간 남짓 이곳저곳을 헤매다가 만난 폐목은 끝부분에 잔 구멍이 송송 뚫린 멋진 폐목이었다. 원하던 폐목을 집 야외 작업실로 옮기고 가공에 들어갔다. 특별히 자연 폐목은 가공 처리를 많이 하지 않아도 된다. 자연 그대로가 운치가 있기 때문이다.  건물 외벽에 거치하는 폐목 현판이다 보니 방부처리를 제대로 해줘야 오래간다. 약속한 1주일 중 6일 만에 현판이 완성되었다.

완성된 (주)욱천엔지니어링 폐목 현판

현판을 받은 안 대표에게 전화가 왔다. "작가님, 뷰티풀~ 뷰티풀입니다. 정말 감사드립니다."였다.


마음이 뿌듯했다.



*서각 비하인드>>

1. 현판은 장소의 이름을 알리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일반적인 기계적인 글씨로 표기된 현판과 폐목을 활용한 손글씨와의 차이는 분명! 후자의 현판에서 잠시 멈춰 보는 각인효과가 있다. 그냥 지나치듯 바라본 기계적인 아크릴 현판과는 사뭇 다름을 인식하게 된다.

  

2. 현판은 장소ㆍ건물의 전체적인 느낌과 건물주나 대표자의 이미지를 나타낸다. 그 옛날 고궁이나 사찰의 편액 글씨도 마찬가지다.  

매거진의 이전글 제40편_ 수류화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