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키우다 보면 늘 드는 의문이 있다. 왜 대체 중간은 없을까?
밥을 잘 먹으면서 잠도 잘 자는 아이, 적당히 사교성 있으며 낄 데 끼고 빠질 때 빠지는 아이.
도무지 이 중간에 위치한 아이는 적어도 내 주변에서는 본 적이 없다.
그중에 우리 아이는 밥은 잘 안 먹지만 잠은 잘 자는 아이다. 돌까지는 이유식으로 속을 썩였지만 그래도 잠은 잘 자게 해 줬다. 새벽에 깨도 분유를 양껏 먹은 적은 없지만 자기 양이 차면 그래도 늦게까지 잠을 사줘서 잠 많은 내게 잠으로 고통을 주진 않았다. 그러나 돌 전 그 작디작은 아이가 흔히들 말하는 평균 양을 먹지 않으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가 없었다. 안 먹으면 안 먹나 보다 하고 봐주는 것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안 먹어서 큰일이 일어나지도 않지만 왜인지 그때는 정말 당장이라도 큰일이 날 것만 같아 식사 시간마다 내게 식은땀을 쥐게 하고 두통을 안겨주었다.
그렇다고 여섯 살이 된 지금 나아졌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지금도 먹는데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편식을 하지만 그래도 그때만큼의 스트레스를 받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여전히 주변에 잘 먹고 통통한 아이들을 보면 그 부러움은 어쩔 수 없다.
내 아이의 속도대로 아이의 성향대로 잘 크고 있지만 어디 부모 욕심이 그런가?
이왕이면 잘 먹고 잘 자서 잘 크고 튼튼하면 더할 나위 없지.
그래도 한 가지 위안을 삼는다면 역시 잠을 잘 자주는 것.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주말이면 10시까지 늦잠을 자 줘서 주말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그마저도 유치원에 가면서 이제는 8시면 기상을 하지만 주변 새벽같이 일어나는 아이들의 비하면 아주 양호한 편이다.
그래서 한 번씩 드는 의문이다. 왜 밥도 잘 먹고 잠도 잘 자는 아이는 없는 걸까?
아니면 진짜 없는 게 아니라 엄마들의 엄살일까? 뭐 하나는 부족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에 혹은 다 가진 것의 대한 겸손일까? 뭐가 됐건 우리 아이는 확실히 둘 다 해당되는 아이는 아니니 그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가 있다면 그저 부러울 따름이다.
얼마 전 친구와 이야기하다 아이 성향에 관해서도 의견이 갈렸다.
우리 아이는 극내향인으로 낯도 많이 가리고 부끄러움도 많아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걸 어려워한다. 놀이터만 가도 또래에게 먼저 다가가지 못하고 적응하거나 친해지는데 시간이 아주 오래 걸린다.
이런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외향적인 아이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그러나 외향인을 키우는 친구의 입장은 또 달랐다. 친구의 아이는 이제 막 초등학교에 입학했는데 이야기를 들어보면 인싸 인싸 그런 인싸가 없다. 하교할 때가 되면 여기저기서 친구 아이의 이름을 부르고 모르는 친구가 없다는 거다. 심지어 형들까지도 친구 아이의 이름을 안다니 말 다했지 뭐ㅎㅎ 듣는 나는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사교적이고 외향적인 아이는 확실히 학교 생활도 잘하고 친구관계가 중요한 그 또래에게 얼마나 생활이 즐거울까 싶어서다.
그런데 역시 친구 생각은 또 다르다. 온 동네방네 다 아는 척을 하고 그 정도가 과하니 민망한 상황도 자주 맞닥뜨린다는 거다. 엄마는 아이 성향을 따라가질 못하니 그야말로 부끄러움은 엄마 몫인 거다.
그것도 생각해 보면 불편한 일이긴 하다. 이렇게 이야기를 듣다 보니 또 생각이 거기에 미치는 거다.
대체 왜 아이들은 중간이 없는 걸까?
적당히 사교적이어서 친구들과 잘 지내면 좋을 텐데 극적으로 외향적이거나 극적으로 내향적이니 말이다.
이 또한 아이들도 어린이집, 유치원이라는 작은 사회를 경험하고 학교에 입학하면 서로 다른 성향의 친구를 만나고 사귀면서 서로 융화되는 걸까? 그러면서 사회화가 되는 걸까?
그랬으면 좋겠다. 어른인 나도 어릴 적을 생각해 보면 먹기 싫어하고 비쩍 말라서 어디 가면 엄마아빠에게 아이들 굶기냐는 농담반진담만의 우스갯소리를 듣게 하곤 했지만 지금의 나는 없어서 못 먹고 살이 쪄서 걱정인 사람으로 자라 있다. 유치원생 무렵 친척들을 보면 뒤에 숨기 바빴던 나였지만 적어도 어디 가서 부끄러워 나서지 못하고 해야 할 말을 못 해 당하고 살지는 않는다.
아이는 부모의 거울이라는데 아이에게 타고난 성형과 기질은 있겠지만 그래도 사회를 겪으며 좋은 방향으로 스스로 잘 살아갈 수 있는 건강한 어른으로 자랐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지금은 중간 없이 극단적이지만 언젠간 우리 아이도 사회에 잘 섞여 융화되며 잘 살아가겠지.
사실 평범하고 중간으로 살아야 하는 것도 그렇게 살아왔고 그게 미덕이라 여기는 나의 욕심일지 모른다. 꼭 중간이 아니더라도 그게 뭐가 됐든 아이 스스로가 그 안에서 불편을 느끼지 않고 만족하기만 한다면 뭐라도 좋다. 내향인으로 살던지 먹기 싫으면 먹지 말던지 그저 편안하고 스스로 행복감만 느끼면 바랄 게 없다.
뜬금없는 결론은 아들아, 순간을 놓치지 말고 지금 행복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