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쓸개 없이 4일 차 샤워했다

담낭 절제술 후기

by 선정수

지난밤에는 으슬으슬 몸살기가 있어 전기장판을 켜고 잤더니 자는 동안 땀이 푹 났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샤워를 선택했다. 수술 부위가 궁금하기도 했고 밴드를 떼놓고 있는 게 좋다는 의사의 권유도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대로 샤워해도 되는데 수술 부위를 박박 문지르면 안 된다고 했다. 씻고 나선 물기를 잘 말려주고 별도의 드레싱은 필요 없다. 병원에서 몇 번씩이나 반복 확인한 지침이다. 수술부위에 붙여 놓은 밴드를 떼자 눈살이 약간 찌푸려진다. 스테이플러로 집어놓은 상처가 약간 안쓰럽다. 배꼽은 세로로 절개해 봉합사로 꿰맨 뒤 역시 스테이플러로 마감. 열흘 뒤 외래 진료에서 제거해준다고 했다.


식사는 저지방 저자극식으로 먹고 있다. 특별한 것 없이 아기 밥이랑 똑같다. 맵고 짜지 않은 걸로. 6살 딸내미는 삼겹살을 먹고 난 먹지 않았다. 식전 약과 식후 약을 챙겨 먹고 저자극 저지방식을 먹는데 소화가 잘 안되나 보다. 설사가 난다.


수술기계 구멍은 아프지 않은데 배꼽 짼 곳이 당기는 느낌이 있다. 아이는 자꾸 같이 뛰어놀자고 하지만 아직은 무리다. 책 읽어주고 장난감 놀이하는 수준으로 놀아준다. 뛰면 당긴다. 아이에게 수술 자국을 보여주면서 "아빠는 다 나을 때까지 심하게 뛰면 안 돼" 하고 설명해줬다. 아이는 약간 풀 죽은 목소리로 "그럼 다 나을 때까지 엄마랑 놀지 머"라고 답한다.


느낌적인 느낌인지 아니면 담낭 제거술의 영향인지는 모르겠지만 약간 울컥하는 일이 줄어드는 것 같다. '쓸개 빠진 놈'이란 말이 정말로 맞는 건지, 그 옛날에도 담낭 제거술이 있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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