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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Feb 01. 2024

담배 10갑을 세는 단위는?

보루? 포?? 줄???

20대 남성이 주운 신용카드로 편의점에서 담배를 대량으로 반복 구매하다가 때마침 편의점에서 물건을 사던 베테랑 형사한테 딱 걸렸습니다. 


형사는 오래도록 쌓인 경험을 통해 신용카드를 주워 쓰는 사람은 담배를 대량으로 산다는 걸 알고 있었죠. 형사는 이 청년을 지켜보다가 카드를 빼앗고 신분증을 제시할 것을 요구합니다. 뒷면 서명과 신분증 이름이 일치하면 문제없는 거고, 아니면 범죄자니까요. 청년은 도망쳤지만 멀리 가지 못하고 잡혔습니다.


청년은 10갑 들이 대포장 담배를 세 차례 구매했습니다. 담배 한 갑에 4500원쯤 하니까 4만 5000 곱하기 3은 7만 5000원입니다... 7만 5000원 때문에 전과자 되게 생겼네요. 안타깝습니다.


많은 언론이 이 내용을 보도했습니다. 그런데 MBC 보도가 좀 눈길을 끕니다. MBC는 <"편의점에서 담배를 포로 사?"‥18년 경력 베테랑 형사 '촉' 발동>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이 내용을 보도합니다. 담배를 포로 산다니 무슨 말일까요?  MBC는 자막을 통해 <포: 담배 10갑이 든 한 상자, 출처=국립국어원>이라는 설명을 내보냈습니다. 제가 알기로 담배 10갑을 세는 단위는 '보루'인데, '포'는 시멘트나 쌀자루를 헤아릴 때 쓰는 말 아니었나요???


그래서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 '포'를 검색해 봤습니다.

16개의 '포'가 나옵니다만, 담배 10갑을 세는 단위라는 설명은 없습니다. 다른 언론사들은 대부분 '보루'라는 표현을 사용했습니다. KBS 등은 '담배 10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보루'가 board의 일본식 표현이라서 순화를 시도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국립국어원이 운영하는 '온라인 가나다'를 통해 질문해 봤습니다. 친절하게 잘 알려주십니다. 

'보루'는  '포', 또는 '줄'로 순화해 쓰라고 제안했다고 하네요. 강제성은 없다고 하구요.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담배 한 '포'는 좀 이상합니다. 사전에도 나와있지 않구요. 


언어는 변하는 것이지만 당대의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뜻이 통해야 하는 겁니다. 일본어를 순화하겠다는 MBC의 충정은 높이 삽니다. 그러나 '담배'도 포르투갈어, 스페인어의 '타바코'가 일본을 거치며 '다바꼬'가 된 이후 우리나라로 들어와 담배로 굳어진 것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담배'도 순화해야 할까요? 애당초 어떤 문물을 들여올 때 우리나라 말로 새롭게 이름을 지어 붙이는 노력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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