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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Apr 19. 2024

슬기로운 채집생활 팩트체크

야생동물과 먹이경쟁은 하지 말자

1. 완연한 봄이 찾아왔습니다봄 하면 떠오르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산나물인데요오늘은 이 산나물에 대해 팩트체크를 준비했다고요. (산나물과 관련된 것 중 확인해봐야 할 것들뭐가 있을까요?


- 산나물 정말 향긋하고 군침 돌죠.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그런데 요즘 봄을 맞아서 산에 가시는 분들 많고, 산에서 들에서 나물 캐시는 분들도 참 많습니다. 먼저 확인해 볼 사실은 "산나물은 캐는 놈이 임자다" 이런 통념입니다.

 어려웠던 시절 산나물 캐서 보릿고개를 넘어갔다는 이야기도 있고, 산나물은 오랫동안 한반도에서 채취해 먹었던 역사가 있는데요.

 이 산나물 함부로 캐면 처벌받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산에 들에 나는 산나물에 주인이 어디 있나고 물으실 분이 있으실지 모르겠는데요. 주인이 있다고 합니다.

산지 주인이 개인이면 사유림이고 주인이 나라이면 국유림으로 부르는데요. 산주 동의 없이 임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거나 가져갈 경우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 벌금에 처해지고요. 임산물 채취를 위해 입산통제구역에 들어가기만 해도(단순차량통행 포함) 10만 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됩니다. 보호수 또는 산림보호구역 내 산물을 훔치거나 가져갈 경우 1년 이상 10년 이하 징역에 처하고요. 이런 위반으로 적발된 임산물은 가격과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압수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합니다.

지자체나 시설별로 나물 뜯기 행사하는 곳이 있습니다. 산나물 축제도 곳곳에 많이 열리고요. 이런 지정된 장소를 찾아서 산나물 뜯으시는 게 안전할 것 같습니다.      


2. 도시 지역에서도 도로나 하천변공원 같은 데서 쑥이나 냉이 같은 나물을 캐시는 분들도 많은데요깨끗하고 안전할까 하는 걱정이 좀 드는데요.


- 2015년 서울시가 안양천, 중랑천, 양재천, 탄천 등 하천변 4곳과 올림픽대로 등 3개 도로변, 한강시민공원 양화지구 등 3개 공원 등에서 비교적 채취가 쉽고 이용도가 높은 쑥, 냉이 등을 채취해서 서울시보건환경연구원에 의뢰한 검사 결과를 발표했는데요. 직전 3년 동안 검사한 62건의 봄나물 시료 중 5건에서 기준을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됐습니다. 쑥과 냉이에서 납과 카드뮴이 기준치를 넘은 것인데요. 당시 서울시는 "차량 통행이 빈번한 도심지 도로변 등에서의 야생 봄나물 채취 및 섭취로 건강을 해치는 일이 없도록 매년 야생 봄나물에 대한 안전성 조사와 더불어 지속적인 홍보를 실시할 예정"이라고 발표했습니다. 당시 강종필 서울시 복지건강본부장은 “시민 여러분께서는 도심지 도로변 및 하천변, 공원 등에서 야생 봄나물의 채취 및 섭취를 자제하여 줄 것을 당부드린다”라고 말하기도 했고요.


3. 2015년에 직전 3년 치 검사결과를 발표한 거면 지금으로부터 10년 전 일인데요요즘은 어떻습니까?


- 2016년 서울시가 보도자료를 하나 낸 적이 있는데요. 2015년 검사한 결과를 발표한 겁니다. 이 때는 32건의 봄나물에 대해 검사를 했는데 모두 기준치 이내였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서울시와는 별도로 2015년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전국 도심의 하천·도로변, 공원, 유원지 등 오염 우려 지역에서 자라는 야생 봄나물 377건을 채취해 중금속 오염도를 측정한 결과, 쑥 17건, 냉이 7건, 돌나물 5건에서 기준치를 초과하는 중금속이 검출된 적이 있습니다. 

그 이후로는 도심 지역에서 채취한 봄나물에 대한 검사 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습니다. 당시 식약처는 "봄철 야외활동 시 도심 하천변, 도로변 등 오염우려지역의 야생 봄나물을 채취·섭취하지 말아 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2016년 서울시 자료에는 "야생 봄나물에 대한 중금속 오염도 검사는 도심 주변 하천·도로변 및 공원에서 자라는 야생 봄나물에 대한 표본조사로 모두 기준 이내로 나타났으나, 채취지역 및 품목에서 골고루 납, 카드뮴이 미량 검출되고 있어 보다 안전한 농산물을 구입해 섭취해 달라"라고 당부했습니다.

2015년 식약처 조사에선 도로변, 도심, 공장 옆 등 오염우려지역에서 채취한 검체에선 중금속 오염이 나타났지만, 야산이나 들녘 등 비오염지역에선 모두 기준에 적합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4. 일단 도심지역 특히 공장이나 도로변 이런 곳에서 봄나물을 뜯지 말아야겠네요. 그럼 사유지가 아니면서 통제가 되지 않는 오염이 없는 곳에서는 봄나물 뜯어먹어도 되는 겁니까?


- 네 일단 임산물 무단 절취에 해당하지 않아야 하고, 오염 우려 지역이 아닌 곳에서라면 산나물을 뜯어도 괜찮을 것 같은데요. 한 가지 더 주의해야 할 점이 있습니다. 산나물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다면 모습이 비슷한 독초와 헷갈릴 수 있다는 건데요. 곰취, 원추리, 명이나물이라고도 부르는 산마늘이 대표적입니다.  독초인 ‘동의나물’은 쌉싸름한 맛이 특징인 ‘곰취’와 비슷하게 생겨서 오인 가능성이 굉장히 높습니다. ‘동의나물’은 향이 없고, 잎 가장자리는 둔한 톱니가 있습니다. 반면, ‘곰취’는 향이 좋으면서 잎이 부드럽고 광택이 없으며, 날카로운 톱니를 가지고 있습니다. 동의나물을 잘못 먹으면 오심, 구토, 저혈압, 마비, 호흡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실제로 48세 여성이 오대산에서 다른 일행으로부터 건네받은 동의나물을 섭취한 뒤 구강마비, 사지 저림, 어지럼증, 시야장애, 복통 등의 증상으로 병원을 찾은 사례가 보고돼 있습니다.

독초인 ‘여로’는 산나물로 먹는 ‘원추리’와 혼동하기 쉬운데 ‘여로’는 잎에 털과 깊은 주름이 있습니다. 반면에 ‘원추리’는 잎에 털과 주름이 없습니다.  독초인 ‘박새’는 주로 명이나물로 불리는 ‘산마늘’과 구분하기 어렵습니다. ‘박새’는 여러 장의 잎이 촘촘히 어긋나 있으며 주름이 뚜렷합니다. 반면 ‘산마늘’은 마늘(부추) 향이 짙게 나고 줄기 하나에 2~3장의 잎이 달려 있어 구별할 수 있습니다. 성인 23명이 산에서 박새를 산나물로 오인하고 채취해 섭취한 뒤 단체로 심한 구역질, 복통 등의 소화기계 증세를 호소한 사례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외에도 ‘미국자리공’의 뿌리를 인삼·도라지·더덕 등의 뿌리와 오인해 섭취하거나, ‘산괴불주머니’를 ‘쑥’으로 혼동하여 먹는 사례가 자주 있다고 합니다.     


5. 잘못 알고 생김새가 비슷한 독초를 먹으면 큰일 나는 거네요그런데 서구사회에선 고사리에 독이 들어있다고 아예 먹지를 않는다고 하던데요?


- 국립수목원의 <봄 독성식물 필드 가이드북>을 살펴보면요. 고사리에 대해 "인체와 관련되어 보고된 중독사례는 없지만, 과섭취나 장기간 지속적인 섭취는 피해야 한다"라고 적혀있습니다. 소가 고사리를 먹으면 중독증상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다고 하고요. 동물실험을 통해 다량을 장기간 섭취할 경우 폐암 또는 방광암의 유발 원인으로 보고됐다고 합니다.

고사리를 섭취할 경우 꼭 끓는 물에 5분 정도 데치고 여러 번 물을 갈아주면서 담가놓으면 독성물질이 제거된다고 하니까 알아두시면 좋겠습니다.     


6. 고사리 이야기가 나와서 말인데제주도에서 고사리를 채취하다가 발생하는 길 잃음 사고가 그렇게 많다면서요


- 제주도소방안전본부는 지난 15일 “봄철을 맞아 지난달 29일부터 제주 전역에 길 잃음 안전사고주의보를 발령했다”라고 밝혔습니다. 소방본부 집계 결과 최근 5년(2019~2023년) 동안 제주도 내 길 잃음 사고는 모두 459건으로 집계됐는데요. 소방당국은 “길 잃음 사고 중 41.4%(190건)가 고사리 채취와 관련이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길 잃음 사고 시기는 고사리 채취가 이뤄지는 3~5월에 58.6%가 몰려서 발생했습니다. 제주도내 목장과 오름(기생화산이라고도 부르는 작은 언덕) 등지에는 매년 4월이 되면 이른 아침부터 고사리 채취객이 몰려듭니다. 고사리는 봄비를 맞으며 자란 게 가장 연하고 상품성이 좋다고 하는데요. 제주도민은 4~5월 비를 ‘고사리 장마’라 부른다고 합니다. 이때 따는 고사리는 잎이 아직 펴지기 전이어서 줄기 부분이 여리고 부드럽다고 하네요. 제주에서는 ‘고사리 명당은 딸이나 며느리에게도 알려주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고 하는데요. 특히 고사리는 제주 중산간(200~600m) 지대에 주로 분포하는데 땅 밑 고사리만 보고 걷다 숲 속에서 길을 잃어버리는 사례가 많다고 합니다.      


7. 산나물과 혼동되는 독초만큼이나 독버섯 섭취로 인한 식중독 사례도 자주 보도되는 것 같은데요버섯 채취에도 주의사항이 있을 것 같아요.


- 전문가가 아닌 경우엔 산이나 들에서 만나는 야생버섯을 절대로 채취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워낙 생김새가 비슷한 종류들이 많아서 독버섯을 식용버섯으로 잘못 알고 먹었다가 큰 사고가 나기 때문입니다. 게다가 식용이라고 하더라도 버섯의 경우 중금속을 축적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광산, 공장 인근이나 농약 살포가 많은 경작지 인근에서 채취한 버섯은 먹지 않는 게 좋습니다. 야생버섯은 먹지 않는다. 시장이나 마트에서 파는 것만 사다 먹는다. 이렇게 외워두시는 게 속 편합니다.

색이 화려하면 독버섯이라거나, 은수저에 닿았을 때 색이 변하면 독버섯, 또는 끓이면 독이 없어진다 등 일반 상식처럼 알려진 독버섯 구별법은 대부분 잘못된 정보입니다. 야생 버섯은 먹지 않는다고 알아두시면 가장 안전합니다.     


8. 가을 되면 도토리 채집에 열을 올리는 분들이 많이 계십니다이건 어떻습니까?


- 네 동네 야산이나 공원에서 도토리 줍는 분들 많이 볼 수 있는데요. 이 도토리가 야생동물에게 정말 중요한 먹이입니다. 동면하는 동물들 반달가슴곰, 다람쥐 이런 동물들은 동면에 들기 전에 먹이를 많이 먹어서 지방으로 에너지를 비축하는데요. 먹이를 제대로 먹지 못하면 날이 풀리기 전에 겨울잠에서 깨어나면서 굉장히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죽을 수도 있고요. 그리고 청설모 같은 동물들은 가을에 여기저기 열매들을 파묻어 놓고 겨울과 봄까지 이걸 파먹으면서 버티는데요. 사람들이 도토리를 싹 쓸어가면 야생동물들은 먹을 게 없는 거죠. 심심풀이로, 옛 추억을 떠올린다는 이유로 도토리 주워가셔서 가루 내서 묵 쒀 드시고 하는데요. 내가 재미있는 만큼 야생동물은 고통스럽다는 걸 알아두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야생동물과 먹이 경쟁을 해야 할 만큼 부족한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은 아니잖아요. 자연과 환경을 돌아보는 아량을 좀 가졌으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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