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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Apr 26. 2024

[팩트체크] 노인 운전 위험하다?

16~20세 젊은이들이 사고성향 가장 강해

1. 65세 이상 어르신이 운전을 하다가 큰 사고를 내는 일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일각에선 사고방지를 위해 고령자 운전면허를 강제로 회수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는데요. 오늘 팩트체크 주제는 <노인의 운전은 위험하다?>입니다. 먼저 최근 사례부터 살펴보죠.     

- 지난 23일 오전 11시 10분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에서 70대 운전자가 몰던 승용차가 한 지역농협 건물로 돌진하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운전자 A 씨가 가벼운 상처를 입어 치료를 받았다고 합니다. 당시 현장을 지나는 사람이 없어 A 씨 외에 다른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습니다. A 씨 차량은 전면 주차를 시도하던 중 갑자기 건물 쪽으로 돌진한 것으로 파악됐는데요. 음주 등 다른 법규 위반사항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22일에는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의 한 노인종합복지관에서 91세 B 씨가 운전하던 차량이 후진하면서 행인들을 덮쳤습니다. 이 사고로 노래교실에 가던 80대 1명이 사망하고 3명이 다쳤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기어 조작을 착각해 후진 상태로 액셀러레이터를 밟아 사고가 난 것으로 보인다”며 정확한 사고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신체능력과 판단력이 떨어지면서 사고로 이어지는 것인데요. 고령자 관련 사고 소식을 전하는 뉴스 댓글에는 노인의 운전면허를 박탈해야 한다는 의견과 일부 사례를 침소봉대하는 것이라는 반박이 엇갈리고 있습니다.


2. 고령 인구가 많아지고 자동차도 많아지면서 노인과 관련된 교통사고가 늘어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예견된 결과라고 할 수 있겠는데요. 통계를 살펴보면 어떻습니까?     

- 도로교통공단 교통사고분석시스템을 통해 확인해 봤습니다. 2022년 기준 연령대별 가해사고 통계를 보면요. 65세 이상은 3만 4652건의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51세부터 60세까지가 4만 4581명으로 사고 건수가 가장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치면 노인들이 전 연령대 중에 두 번째로 사고를 많이 내는 연령대라고 인식이 되겠죠. 연령대별로 인구가 달라서 단순하게 이 연령대에서 발생한 사고가 많다고 이야기하면 그건 과학이 아니죠. 그래서 연령별 운전면허 소지자와 사고발생 건수를 종합해서 분석해 봤습니다.

2022년 기준 65세 이상 운전면허 보유자는 438만 7358명입니다.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 연령대 가해사고 발생건수는 3만 4652건이니까. 운전자 10만 명당 790건의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것으로 분석됩니다. 우리나라 전체 운전면허 보유자는 3413만 3763명이고, 전체 가해사고 건수는 19만 6836건이니까 운전자 10만 명당 가해사고 발생 건수는 577건입니다. 65세 이상 운전자가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성향이 전체 운전자보다 강하다고 해석할 수 있습니다.

3. 그런데 어르신들은 굉장히 억울해하실 수 있어요. 초보운전자나, 음주운전자, 혈기 왕성한 나이 어린 운전자들보다 노인들이 더 얌전하게 운전한다. 이렇게 주장하시는 분들이 많거든요.

- 미국에선 16~19세 사이 젊은 운전자들이 실제로 교통법규를 위반하거나 충돌사고를 가장 많이 낸다고 알려졌습니다. 노화에 관한 오해에 대해 팩트체크를 시도한 <노화, 그 오해와 진실>이라는 책이 있습니다. 미국 책인데요. 국내에도 번역돼서 소개됐습니다. 이 책에선 "사람들이 흔히들 이렇게 생각한다. 노인들이 젊은이들보다 교통사고를 내기 쉽기 때문에 노인들이 운전을 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이다."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정작 운전자들이 조심해야 할 대상은 16~19세 사이 젊은이들이다. 실제로 주행 위반을 하거나 충돌사고를 가장 많이 내는 이들은 그들이다."라고 밝힙니다. 미국 전체 운전자 중 19세 미만 젊은이들의 비율은 4.9%였고, 이중 12.2%가 교통사고를 낸 것으로 집계됐다고 합니다. 반면 75세 이상의 노인 운전자 비율은 6.5%였는데, 교통사고율은 3.3%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혔습니다.


4. 미국에선 노인이 19세 미만 젊은이보다 사고를 덜 낸다는 말인데요. 우리나라 상황은 어떻습니까?

- 우리나라에서 운전면허를 갖고 있는 16~20세 인구는 2022년 기준 53만 6334명입니다. 우리나라는 만 16세 이상부터 125cc 이하 오토바이를 몰 수 있는 원동기장치 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는데요. 자동차면허는 18세 이상부터 딸 수 있고요. 16~20세의 교통사고 가해사고 발생 건수는 6508건이었습니다. 운전면허 보유자 10만 명당 1213명 꼴로 교통사고를 일으킨 셈이죠. 65세 이상은 790건이고, 전 연령대 합산은 577건입니다. 정리를 해보면 노인들이 전 연령대와 비교하면 1.36배 더 많이 교통사고를 발생시킨다고 볼 수 있습니다. 16~20세는 2.1배 더 많이 교통사고를 발생시키는 것이고요. 노인이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성향이 전 연령대에 비해 강하다고 볼 수 있는데요. 사실은 16~20세 젊은이들이 더 사고 성향이 짙다고 이해하면 될 것 같습니다.     

5. 현대사회는 평균수명이 굉장히 길어져서 노인도 일률적으로 이야기하면 안 될 것 같은데요. 혹시 65세 이상을 좀 세분화해서 본 통계는 없나요?

- 네 65세인 분과 85세인 분의 여러 가지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는데요. 그래서 노인 보건 연구하시는 분들은 전기노인, 후기노인 이런 식으로 나누기도 합니다. 65~69세 중 운전면허 보유자는 223만 8627명이고 가해사고는 1만 6952건입니다. 10만 명당 가해사고는 757건입니다. 75~79세는 운전면허보유자 10만 명 당 가해사고가 810건이었고요. 75~79세는 862건으로 가장 사고성향이 강합니다. 80세 이상은 10만 명당 807건으로 나타납니다. 65세부터 80세까지는 연령대가 높아질수록 10만 명당 사고 건수도 많아지고 있는데요. 80세 이상은 70대보다 사고 건수가 줄어드는 걸로 나타납니다. 그런데 역시 전체 운전자를 놓고 보면 굉장히 많은 건수인데요. 16~20세보다는 적습니다.


6. 그렇다면 일정 연령 이상은 운전면허를 박탈해야 된다 이런 주장은 일리가 있는 건가요?

- 굉장히 위험한 주장인데요. 통계를 보면 16~20세 운전면허보유자가 가장 사고를 많이 내는 걸로 나타나는데요. 20세 미만은 운전면허 다 박탈해야 한다고 하지는 않잖아요. 정말 운전을 해서는 안 될 사람들, 반사신경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든지, 상습적으로 음주운전을 한다든지, 자동차를 흉기로 사용했다는지, 이런 분들을 걸러내고 운전을 제한해야 하는 게 올바른 방향이 되겠죠.

그리고 대중교통이 촘촘하지 않은 대도시 이외 지역에선 운전을 하지 않고는 일상생활이 불가능한 곳들이 굉장히 많거든요. 이런 곳에 거주하시는 분들 연령대가 굉장히 높기도 하고요. 일률적으로 나이 기준을 정해서 운전면허를 박탈한다면 이런 분들은 생계를 이어 나기가 곤란한 상황이 되는 것이죠.

지금도 만 75세 이상 운전자가 운전면허를 갱신하려면 정기적성검사에 앞서 치매검사를 받아야 하고 고령운전자 대상 교육을 받도록 돼 있습니다. 형식적이라는 비판이 있긴 한데요. 이런 검사를 내실 있게 꾸려서 실제로 운전에 곤란을 겪는 어르신들, 운전대를 잡으면 자신과 이웃을 해칠 가능성이 큰 분들한테는 면허를 제한해야 하겠죠.


7. 지금도 노인들을 대상으로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는 정책이 실시되고 있지 않나요?

- 네 도로교통법은 운전면허 보유자가 운전면허의 효력을 없앨 목적으로 운전면허를 반납하면 면허를 취소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선 지자체들은 이 조항을 근거로 75세 이상 고령 운전자들의 운전면허 자진반납을 유도하고 있습니다. 고령운전자가 운전면허증을 스스로 반납하면 지자체별로 교통카드 또는 지역화폐, 현금 등으로 약 10만 원~30만 원 수준의 혜택을 제공하는데요. 이 금액이 터무니없이 적다 보니까 운전을 꼭 해야 하는 노인들이 선뜻 반납을 할 수가 없는 것이죠. 외국의 경우 고령자의 운전능력에 따라 운전허용 범위를 달리하는 조건부 면허를 발급하고, 실질 운전능력을 평가하기 위해 의료 평가와 실차주행 평가를 병행 실시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주에 따라 고령자를 대상으로 실기시험 같은 실차주행평가를 실시하고, 지역 내에서만 운전할 수 있는 조건부 운전면허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일본은 일정 교통법규 위반 경력이 있는 75세 이상자의 경우 임시 인지 기능검사 및 실차평가에 해당하는 운전기능검사를 받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8. 앞으로 노인인구는 계속 늘어날 텐데요. 노인들이 자립생활을 하는 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하는데요. 운전도 일상생활이라는 측면에서 굉장히 중요할 것 같고요. 뭔가 특단의 대책이 나와야 할 것 같습니다.

- 네, 노인들이 도움을 받지 않고 스스로 일상생활을 영위하는 게 굉장히 중요합니다. 장거리 이동도 마찬가진데요. 자율주행 기술이 점점 발달하고 있는 상황이니까. 기술 발달에 맞춰 노인이 안전하게 운전할 수 있는 실제 능력을 측정하고 평가할 수 있는 제도가 도입돼야 할 걸로 보입니다. 최근 주행 보조 장치 이런 게 좋아져서 어르신들도 장치의 도움을 받으면 얼마든지 운전할 수 있는 단계까지 가고 있거든요.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급발진 사고도 소비자 입증 책임을 완화하는 제도 개선이 이뤄졌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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