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유학 26. 화천 한국수달연구센터
우리나라 생태계 최상위 포식자는 무엇일까요? 밤하늘의 제왕 수리부엉이, 멋진 자태를 뽐내는 물수리와 말똥가리, 몸집은 작지만 육상 생태계의 강자로 군림하는 담비. 대형 육식동물이 사라져 버린 한반도 남쪽에선 야생 호랑이와 표범, 늑대와 스라소니 등을 찾아보기가 어렵습니다. 그렇지만 수서 생태계의 최강자인 수달은 아직도 곳곳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오늘 곰배령 설피마을 생태유학 어린이들이 수달을 만나러 다녀왔습니다. 강원도 화천에 있는 한국수달연구센터가 그 현장이었습니다.
오늘은 2024 제4기 인제 야생동물생태학교 현장 체험 학습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대한민국 최고 야생동물전문가이신 한상훈 박사님과 함께 강원도 화천군 한국수달연구센터를 찾았죠. 수달을 만나러 간다는 얘기를 듣고는 생태유학 어린이들은 정말 정말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귀여운 수달을 직접 만나볼 생각에 부풀었던 것이죠. 수달은 어떤 소리를 내는지, 먹이를 어떻게 사냥하는지, 헤엄을 얼마나 잘 치는지 등 너무너무 궁금한 것도 많았습니다.
한상훈 박사님의 환대를 받으며 모인 아이들은 수달의 생태에 관한 영상을 먼저 시청했습니다. 수달이 차지하고 있는 '핵심종'의 위치가 얼마나 큰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를 배웠습니다. 수달이 살고 있다는 건 생태계가 건강하다는 증거이고, 환경오염이나 인간의 간섭으로 인해 먹이 사슬이 깨지거나 서식지가 파괴되면 수달도 결국 살 수 없다는 걸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어 한국수달연구센터 관계자분의 안내를 받아 센터에서 보호하고 있는 수달을 만나는 기회를 가졌습니다. 다양한 사연을 가진 수달들이 센터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홍수로 보금자리가 파괴되면서 어미를 잃어버리고 떠내려가다가 사람의 손에 구조된 개체도 있었고요. 전시관람 시설에서 살다가 노령으로 인해 남은 여생을 편히 보내라고 수달센터에 맡겨진 개체도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할머니 수달인데요. 이 수달은 동남아시아 지역에서 서식하는 종인 데요. 한국수달과 달리 가족이 무리 생활을 한다네요. 그래서 할머니가 외로울까 봐 가족 수달이 함께 센터로 이주했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수달 표본을 만져보면서 부드러운 수달의 털가죽을 느껴봤습니다. 과거엔 이 부드러운 털가죽 때문에 수달이 남획돼서 멸종 직전까지 몰렸다고 합니다. 물론 산업화로 인해 환경이 파괴되면서 서식지를 잃었기 때문에 위협받기도 했죠. 아이들은 센터 연구원님의 설명을 들으면서 안타까운 마음에 새어 나오는 한숨을 멈추지 못했습니다.
다음은 오늘의 하이라이트. 야외에서 수달을 만나는 시간이죠. 한국수달연구센터에선 구조된 수달을 5단계에 걸쳐 잘 돌봐주면서 자연으로 돌려보내 줍니다. 어미를 잃은 아기 수달이 구조되면 체온을 잃지 않게 하도록 인큐베이터에서 돌봅니다. 기력을 잃은 개체들은 실내 사육장에서 먹이를 공급하면서 체력을 회복하도록 돕습니다. 이후 야외 사육장에서 자연으로 돌아갈 준비를 합니다.
오늘 생태유학 아이들이 만난 수달들은 활기찬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사람 소리가 나자 먹이를 주는 줄 기가 막히게 알고 그물망 앞으로 다가옵니다. 연구원님이 닭고기를 던져주니 덩치가 큰 수컷이 먼저 물고는 한적한 곳으로 가서 포식을 즐기네요. 왜 수달에게 물고기가 아닌 닭고기를 주는지 궁금했습니다. 수달은 야생에서도 물가에 둥지를 튼 새를 잡아먹기도 한다고 해요. 그렇지만 이 수달센터는 재정적 압박 때문에 먹이를 닭고기로 바꿨다고 하네요. 독지가 분들이 민물고기를 좀 후원해 주시면 어떨까 싶네요. (현금 후원은 받지 않는다고 합니다.)
아이들은 수달의 일거수일투족에 눈길을 떼지 못했습니다. 귀엽지만 날카로운 이빨을 가졌고, 땅 위에서 다람쥐처럼 재빨리 움직일 수 있지만, 물속에서는 물고기보다 더 빠르게 헤엄칠 수 있는 참 매력적인 동물입니다. 한 동안 수달의 매력에 푹 빠졌던 아이들은 센터와 야생동물생태학교가 준비한 수달 그리기 대회에 참여했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열심히 수달을 그리고 하고 싶은 이야기를 그림에 담았습니다. 누군가는 수달의 서식지를 지켜달라고 이야기했고, 누군가는 로드킬 당하는 수달의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힘겨운 삶을 이어가는 수달을 응원하는 메시지도 눈에 띄었습니다. 눈에 담고 도화지에 담은 수달이 아이들의 마음속에도 오래오래 담겨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자연을 사랑하는 어린이들이 자연을 사랑하는 나라를 만들어 주기를 기대해 봅니다.
선경진: 수달이 너무너무 귀여웠고 먹이를 받아먹는 모습이 신기했어요! 수달들이 잘 지냈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