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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피마을 어린이 농부

생태유학 25. 산골마을에도 농사가 시작됐어요.

by 선정수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곰배령 설피마을 생태유학 어린이들이 드디어 텃밭 가꾸기를 시작했습니다. 왜 텃밭을 지금 시작하냐고요? 여기 곰배령 산골마을은 산 아래 세상보다 봄이 늦게 시작됩니다. 그래서 밭농사도 산 아래보다 한 달 늦게 시작하죠. 생태유학 또는 농촌유학 선배 어린이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요. 6개월 단위로 연장하는 유학기간을 늘리는 선택을 하는 아이들이 열에 아홉 정도 된다고 합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자신들이 심어놓은 농작물이 어떻게 자라는지 너무너무 궁금하기 때문에 연장을 선택한다고도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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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배령 설피마을 어린이들은 올해가 두 번째 텃밭 가꾸기입니다. 올해 생태유학에 합류한 우리 집 딸아이는 첫 번째 텃밭 가꾸기고요. 지난해 처음 텃밭을 일굴 때는 돌이 엄청나게 나와서 매우 힘들었다고 하는데요. 올해는 이미 일궈놓은 밭에서 작업을 했기 때문에 지난해보다 훨씬 수월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난 가을부터 겨울까지 방치됐던 텃밭은 잡초가 우거져서 모종을 심기까지는 손길이 많이 필요했습니다.


인제로컬여행사업단 생태유학 담당자님이 함께 해주셔서 아이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6학년 겸이와 2학년 수현이는 제법 농부 폼(?)이 날 정도로 척척 일을 해냈습니다. 4학년 경진이는 농사보다는 흙을 파헤치면 나타나는 벌레에 더 큰 관심을 보였고요. 2학년 쌍둥이들은 지난해 농사지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제대로 한몫 거들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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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동 2리 이장님도 나오셔서 농사기술을 전수해 주셨고요. 아이들은 가족마다 하나씩 만들어진 밭둑에 옥수수, 가지, 방울토마토, 쪽파, 상추를 심으며 풍성한 수확을 기대했습니다. 상추를 즐겨 먹지 않는 우리 집 딸아이는 상추를 심으면서 자신이 가꾼 상추를 잘 먹어보겠다고 약속하기도 했답니다. 내 밭 네 밭 가리지 않고 서로서로 도와가면서 풀도 뽑아주고, 돌도 골라내고, 밭두둑을 북돋아주고, 비료도 섞어주는 우애 깊은 생태유학 친구들입니다.


땀 흘려 일하고 먹거리를 키워내는 농부님들의 노고를 깨닫고, 한 생명이 자라나는 데 필요한 노력을 조금이라도 깨달은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애써 심은 작물들에게 정성껏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기로 약속하면서 텃밭 가꾸기 첫 번째 시간은 막을 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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텃밭 가꾸기 before & after 입니다. ㅎㅎ

선경진: "오늘 처음에는 재미없을 것 같았는데, 막상 해 보니까 신나고, 종종 나오는 애벌레들이 너무 귀여웠어요. 또 식물은 어떻게 자랄지 기대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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