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유학 30.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에서 생긴 일
곰배령 설피마을 생태유학 어린이들은 지난 주말 강원도 인제군 북면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에 다녀왔습니다. 인제 야생동물생태학교에서 마련한 생태유학 어린이를 위한 특별 프로그램이었어요. 이날은 산양을 만나는 날이었죠. 조금은 더운 날이었지만 아이들은 눈빛을 반짝이며 산양을 관찰했습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의 국립공원야생생물보전원 북부보전센터를 방문했는데요. 먼저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동물 전문가 한상훈 박사님이 산양에 대해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산양은 설악산의 깃대종(Flagship Species) 인데요. 깃대종은 특정지역의 생태·지리·문화적 특성을 반영하는 상징적인 야생 동·식물로서 사람들이 보호해야 할 필요성을 인정하는 종입니다.
산양은 설피마을 생태유학 어린이들에게 제법 친숙한 동물입니다. 설피마을에도 산양이 살고 있어서 마을 체육관 언저리에서도 산양의 배설물을 볼 수 있으니까요. 경진이도 마을 인근 바람부리 생태공원과 방태산 자연휴양림에서 산양 사체를 목격한 적이 있죠. 이번 겨울 강원도에 폭설이 자주 내리는 바람에 산양들이 많이 죽었다고 합니다. 우리나라에 2000마리 정도 살고 있었는데 이번 겨울에만 1000마리 가까이 죽었다고 합니다. 폭설 때문에 먹이를 구하기 어려워진 산양이 낮은 곳으로 내려와 먹이를 먹어야 하는데, 아프리카돼지열병을 막으려고 세워놓은 멧돼지 이동 방지용 울타리에 가로막혀서 탈진해 죽은 개체가 정말 많았다고 합니다.
탈진하거나 다친 산양이 발견되면 지자체를 통해 북부보전센터로 들어온다고 합니다. 여러 가지 검사를 받고 적절한 치료를 받은 뒤 기력을 회복한 산양은 다시 산으로 돌려보내고요. 야생 생활을 감당할 수 없을 정도로 부상이 심각한 개체들은 센터에서 키우면서 교육 전시에 활용한다고 합니다. 어린이들은 눈을 반짝이며 산양을 관찰하고, 센터의 수의사님 설명에 귀를 기울입니다.
마침 센터에 구조돼서 들어온 올빼미와 참매, 새매를 보며 감탄하고, 다리를 다쳐 제자리에서 폴짝이기만 하는 새끼 까치를 보면서 안타까운 한숨을 쉽니다. 산양은 사람을 매우 경계하기 때문에 가까이에서 보기 어렵다고 하는데요. 센터의 산양들은 지난겨울 너무나도 혹독한 겨울을 보내면서 먹이를 얻어먹는데 어느 정도 익숙해졌기 때문에 울타리 가까이로 사람이 접근해도 잘 도망치지 않는다고 해요. 그런데도 울타리에 바싹 붙으니 멀찌감치 달아나더라고요.
산양은 성질이 유순하고 까탈스럽지 않아서 사람들이 잡으려고 하거나 겁주지 않으면 민가 근처에서도 잘 살 수 있다고 하네요. 설피마을에도 산양이 자주 내려와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한상훈 박사님은 산양 학습을 마치면서 산양을 소개하고 센터의 일을 설명해 주신 수의사님께 감사를 보냈습니다. 그러면서 아이들에게 당부를 하셨죠. "여러분들도 야생동물을 좋아하고 도와주고 싶으면 수의사가 되세요. 그게 최고의 직업이에요."라고요.
그런데 돌아오는 길에 경진이는 수의사가 되면 피를 봐야 되지 않냐고 하면서 싫다고 하네요.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을 갖고 살면 뭐가 되더라도 야생동물에게 도움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산양은 고려시대에는 ‘반양(盤羊)’, 조선시대에서 광복 이전까지는‘영양(羚羊)’이란 이름으로 불렸다고 합니다. 그러나 광복 이후 영양에서 산양으로 이름을 바꾸어 사용하기 시작했고 그 이유는 분명치 않다고 하네요. 산양(山羊)은 가축인 염소를 예부터 일컫는 한자 이름으로 고유의 옛 이름을 되찾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합니다. 산양분유, 산양유라고 불리는 것들은 뉴질랜드에서 수입한 염소의 젖이라고 하네요. 우리나라 야생의 산양과는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산양의 원래 이름을 찾아줘야 할 이유가 하나 더 생겼네요.
선경진: 눈이 많이 와서 죽은 산양들이 너무 불쌍했어요. 그런 일이 생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