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유학 31. 인제곤충바이오센터를 가다
강원도 인제군 진동 2리 설피마을 생태유학 어린이들은 이번 주말도 바쁘게 지냈습니다. 이번엔 인제곤충바이오센터에서 곤충의 세계를 탐험했습니다. 우리나라 최고의 야생동물 전문가 한상훈 박사님은 센터에서 반갑게 아이들을 맞아주셨습니다. 박사님의 소개로 만난 센터 관계자분이 센터에 있는 곤충을 설명해 주십니다.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우고 설명을 듣고 저마다 열심히 손을 들으면서 질문을 하고, 아는 내용이 나오면 적극적으로 자기도 알고 있던 내용이라고 어필합니다. 먹이를 물고 오는 어미를 향해 목을 빼는 새끼 제비랑 똑같습니다. 어찌나 재잘재잘 지지배배 표현을 잘하는지 참 대견합니다.
센터에서 아이들은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직접 만져봅니다. 어른 손가락만큼 크고 통통합니다. 어른들은 눈살을 찌푸리는데, 아이들은 통통한 게 촉감이 좋다고 하네요. 너무 오래 들고 있으면 애벌레 건강을 해칠 수 있으니 내려놓고 흙으로 덮어줍니다. 아이들은 센터 관계자분의 열정 넘치는 해설을 들으면서 평소에 궁금했던 것에 대해 질문을 쏟아냅니다. 열정과 열정이 더해져 센터 안이 불붙을 것처럼 열기를 뿜어냈죠.
진동리에서 만났던 사슴벌레, 긴꼬리산누에나방 등 다양한 곤충을 표본을 통해 볼 수 있었어요. 사슴벌레는 해발 600미터 정도 높이를 좋아한다고 적혀있는데요. 역시 과학의 힘은 대단합니다. 진동리 설피마을이 딱 600~700미터 사이에 있으니까요.
본관 전시실을 다 보고 나서 바깥으로 나오면 거대한 돔이 두 개 있는데요. 하나는 온실처럼 꾸며놓은 유리돔이고요, 하나는 구멍 숭숭 그물돔입니다. 나비를 비롯한 많은 곤충을 만날 수 있었죠. 배추흰나비와 암끝검은표범나비 그리고 번데기와 애벌레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그리고 나비 모여있는 곳에 몰래 잠입한 것처럼 가만히 그물에 붙어있던 거대나방도요.
갑자기 <꽃들에게 희망을>이라는 책이 생각납니다. 수천수만의 나비 애벌레들이 거대한 탑을 향해 나아가죠. 온갖 고생 끝에 탑 가까이 갔을 때 애벌레는 그것이 기어오르려는 애벌레가 모여있는 것이라는 걸 목격하게 됩니다.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다른 애벌레의 머리를 밟고 탑을 오르는 애벌레들... 그 끝에는 무엇이 있었을까요? 꼭대기에 다다른 순간 끝도 없이 추락하고 마는 애벌레의 모습이 있을 뿐이죠. 탑을 내려오던 애벌레는 나비를 만납니다. 그리고는 애벌레는 깊은 생각에 빠지죠.
저는 이 책을 정말 좋아합니다. <꽃들에게 희망을> 여러분도 한번 꼭 읽어보시기를 권해드립니다. 바닥을 벅벅 기는 빨갛고 검은 뿔이 삐죽삐죽 솟은 그 애벌레와, 우아한 날개를 뽐내며 하늘하늘 하늘을 나는 암끝검은표범나비의 차이는 무엇일까요? 결국 얼마나 내면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는가 하는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깨달음은 모두에게 달려있는 것이고, 결말도 백 사람이면 백 가지 결말이 나오게 돼 있는 것이니... 여러분들께도 일독을 권합니다.
한상훈 박사님이 아이들에게 큰 선물을 주셨습니다. 인제곤충바이오센터 뒤편에는 '비밀의 숲'이 있는데요. 바로 송송 유아 숲 체험원입니다. 아름드리나무 중간에 공중에 붕 떠있는 거대 트램펄린이 설치돼 있어요. <네트놀이시설>이라고 이름을 붙여놨는데요. 이름보다 훨씬 거창합니다. 여기에서 생태유학 어린이들은 정말 시간이 가는 줄 모르고 땀 흘리며 놀았습니다.
도농교류센터(=마을펜션=유학센터=숙소)로 돌아온 아이들은 저마다 물총을 하나씩 들고 나와서 신나는 앞마당 물싸움 놀이를 했습니다. 룰미팅도 몇 번이나 하고 팀도 몇 번을 바꿨는지 몰라요. 그렇지만 정말 더위는 날리고, 우정은 돈독해지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습니다.
경진이는 내친김에 이엘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하네요. 너무 폐를 끼치는 것 같아서 안 되겠다고 잘랐는데요. 이엘 어머님께서 오셔서 폐 아니라고 보내도 좋다고 얘기해 주시는 김에 보내버렸죠. 몇 시에 잠들었는지 모르겠지만, 우정이 더 깊어지는 밤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마음속 나비는 날개를 펼치고 날고 있을까요? 여러분의 나비는 어떠신가요?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아이들이 마음속의 날개를 활짝 펼치고 힘차게 날아오를 수 있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