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설피마을 생태유학 아이들이 담력훈련에 나섰습니다. 지난주에 아이들끼리 밤나들이를 했는데 너무 재미있었던 모양입니다. 아이들은 날짜를 정해 저녁 9시 15분에 마을 체육관 앞에서 모이기로 했죠. 누군가의 제안에 아이들은 모두 기꺼이 담력 훈련에 동참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9시만 되면 잠자리에 드는 2학년 쌍둥이들도, 지난번 밤나들이에 참여하지 못했던 6학년 서윤과 현기도 이번엔 함께 했습니다. 도농교류센터에서 살고 있는 8명의 친구들이 모두 담력훈련에 나선 것이죠.
설피마을의 밤은 매우 깜깜합니다. 드문드문 가로등이 있기는 하지만 일단 계곡을 따라 집들이 띄엄띄엄 자리 잡고 있습니다. 편의점 등 영업장이 하나도 없기 때문에 불이 환하게 켜있는 시설도 없죠. 누군가는 우리나라에서 별을 보기 가장 좋다고 이야기하는데 밤하늘에 별이 쏟아지는 건 사실입니다. 아이들은 설피마을의 깜깜한 밤을 즐기기 시작했습니다.
랜턴 불빛을 얼굴에 비추면 유령처럼 보이는 마술~
저마다 랜턴을 하나씩 들고 나왔습니다. 아이들은 저마다 가고 싶은 코스를 정하느라 떠들썩합니다. 부모님들이 나오셔서 '안전교육'을 진행합니다. "뱀을 발견하면 도발하지 말고 돌아서 지나가라",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라"라고 저도 이야기를 했지만, 이야기를 해놓고도 좀 헛웃음이 나더라고요. 저의 유년시절이 생각나서요. 이미 아이들도 다 알고 있는 것이니까요. ㅎㅎ
설피마을은 가로등 불빛이 닿지 않는 곳은 굉장히 어둡답니다.
누군가는 아랫길로, 누군가는 윗길로 가자고 왁자지껄합니다. 9시 15분에 모여서 한참 동안 떠들썩하더니 결국 팀을 나눠 출발을 합니다. 생태유학 숙소인 마을펜션(도농교류센터)에서 학교까지 가서 학교 운동장에 모여 무서운 이야기를 하거나, 손병호 게임을 하고 돌아온다는 계획이었는데요.
계획을 짜느라 왁자했던 시간보다 담력훈련 시간이 더 짧았던 것 같기도 하고. 여하튼 아이들은 20여분 만에 돌아왔습니다. 평소 무서움을 많이 타는 2학년들도 씩씩하게 잘 다녀왔네요. 오히려 6학년 형에게 겁이 많다고 놀려대기도 하더라고요.
코스를 정하느라 진지하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고 있습니다.
캄캄한 어둠 속에서 아이들은 무얼 느꼈을까요? 서로가 서로의 발밑을 비춰주고, 혼자가 아니라서 무서움을 덜 느끼고, 함께 어둠을 뚫고 목표를 이뤄내는 성취감을 느꼈을까요? 어려운 것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아이들은 오래도록 남을 추억 하나를 마음에 새긴 것 같습니다. 다치지 않고 안전하게 모험을 즐기면서 밝고 맑게 자라나기를 바랍니다. 다음번엔 반딧불이들이 아이들의 발밑을 비춰준다면 더없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