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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딱할새 고양이

생태유학 33. 초4가 새를 불러들였다!

by 선정수

산골 생태유학도 넉 달이 다 되어가네요. 문을 열고 나가면 하늘과 산이 보이고, 계곡 물소리가 시원하게 들리는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설피마을에는 엄청난 매력이 있어요. 풍부한 자연에 기대어 살고 있는 야생동물을 굉장히 많이 만날 수 있다는 것이죠.


딸내미와 저는 1일 1 야생동물 관찰하기를 목표로 세우고 지내다가 얼마지 않아 이건 너무 쉽다는 걸 깨달았어요. 그래서 좀 더 큰 목표를 세웠죠. 집 앞에 새 모이대 (Bird feeder)를 설치해서 새들을 많이 보겠다는 목표였어요. 적당한 걸 구할 수가 없어서 당시 한창 유행하던 테무에서 버드피더 세트를 구입했어요. 단돈 3만 원 안쪽에서 모두 해결했죠.

KakaoTalk_20240625_232816335_10.jpg 처음엔 이런 모습이었죠. 새들이 많이 오기를 바랐는데요.

모이는 해바라기씨와 소형조류를 위한 혼합잡곡이었습니다. 장대를 세우고 모이통을 3개, 급수대를 1개 달았죠. 그런데 한참이 지나도 새들이 이용을 하지 않는 거였어요. 집과 너무 가까이 지었나 싶은 감도 있었는데요. 동네 새들이 벌레를 물고 나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되면서 깨달음을 얻었죠. 아... 온 천지에 이렇게 통통한 벌레들이 많은데 새들이 왜 말라빠진 곡식을 먹으러 오겠냐고요.


어떻게 할까 고심하던 중이었는데요. 딸내미가 먼저 행동에 나섰어요. 새들이 오지 않는 모이통을 땅으로 내려놓고 곡식을 바닥에 뿌려준 것이었죠. 눈썰매에 물을 담아서 새 목욕장도 만들어 주고요. 어디선가 열심히 땅을 파서 흙을 체로 거른 뒤에 모래목욕장도 만들어 줬습니다. 이건 만든 다음날 바로 비가 쏟아져서 진흙구덩이로 변해 버려서 폐기됐습니다. ㅠㅠ

KakaoTalk_20240625_232816335_06.jpg 땅에 내려놓으니 참새가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러자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참새들이 가장 먼저 반응을 보였습니다. 이전에도 바람이 불어 모이통이 흔들리면서 땅으로 떨어진 곡식을 주워 먹기는 했는데요. 곡식을 바닥에 뿌려주니 아주 격한 반응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온 동네 참새가 모여들어서 바닥을 쪼고요. 내려놓은 모이통을 능숙하게 잘 이용하는 녀석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아직 솜털을 벗지 못한 새끼를 데려와서 먹이를 먹이는 어미도 볼 수 있었고요.

어미 참새가 새끼를 데려와서 먹이를 먹여줍니다.

할미새(알락할미새, 노랑할미새)와 딱새도 신이 났습니다. 할미새는 꼬리를 까딱거리면서 쪼르르르 뛰어다니는 게 너무 귀엽습니다. 딱새도 암컷과 수컷, 유조 가릴 것 없이 왔다 갔다 합니다. 딱새는 곡식을 쪼는 것 같지는 않은데 근처에 둥지가 있는지 굉장히 많이 보입니다.


경진이의 결행으로 뒤늦게 알게 된 사실이 있어요. 새는 종류마다 먹이 먹는 습성이 다르다는 것이죠. 참새와 할미새는 바닥에서 먹는 걸 좋아하는 종류라서 모이통이 장대에 걸려있을 때는 이용하지 않았던 겁니다. 그리고 참새와 딱새는 사람 사는 곳 주변에서 살아가는 종류라 다른 종류보다 경계심이 덜하고요. 할미새도 여태까지 관찰하기로는 굉장히 대담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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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뻐꾸기, 때까치, 딱새, 원앙어미와 새끼, 왜가리, 원앙 암수 입니다.

원래는 도시에서 잘 볼 수 없는 새들이 장대에 걸린 모이통에 날아오는 모습을 그렸는데요. 처음과는 약간 달라졌습니다. 그래도 참새들이 짹짹거리고 새끼도 데려오고 해서 거실 창문 바깥이 조류버전 동물의 왕국입니다. 보는 재미가 쏠쏠하죠.


여기 하나 더 추가입니다. 요즘 경진이가 매우 애정을 쏟고 있는 '냥이'들입니다. 지난해까지는 엄청 많이 왔다고 하는데요. 너무너무 많이 몰려드는 바람에 먹이 주는 걸 자제하자고 생태유학 가정끼리 신사협정을 맺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한 마리가 자꾸 우리 집 대문 앞에서 뻗치고 있는 겁니다. 부르면 '애옹~'하고 대답도 하고요. 그래서 경진이가 안 먹고 남기는 삶은 계란 노른자를 주기 시작했죠. 그랬더니 이 녀석이 태국 탁발승 동네 순회하듯이 하루도 거르지 않고 찾아오네요. 가끔씩 몇 마리가 엉켜서 영역 다툼을 하기도 합니다. 좀 더 지켜보고 중성화 수술을 시켜줘야 하는지도 좀 파악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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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피마을 냥이들입니다. 백설기, 둘째기, 셋째기

곰배령 설피마을에는 정말 갖은 새들이 많습니다. 여태껏 만난 새들은 원앙, 벙어리뻐꾸기, 뻐꾸기, 검은등뻐꾸기, 되지빠귀, 때까치, 큰부리까마귀, 물까치, 양진이, 딱새, 노랑할미새, 알락할미새, 물까마귀, 왜가리, 호랑지빠귀, 참새, 노랑턱멧새, 박새, 멧비둘기, 휘파람새 등등 정말 많습니다. '천상의 화원' 곰배령 가는 길엔 야생화 말고도 야생동물도 많다는 게 널리 알려져서 야생동물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이 찾아오고 야생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법을 깨우치는 공존의 장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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