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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정수 Aug 19. 2024

산골유학 여름방학이 끝났다.

생태유학 38. 반딧불이, 박쥐와 함께 한 피날레

2024년 8월 18일. 개학을 하루 앞둔 산골생태유학 어린이들이 어스름한 저녁에 하천 위로 놓은 다리에 모였습니다. 어둠이 깔린 하늘을 보고 아예 드러누웠네요. 오늘은 인제야생동물생태학교 제4기 8월 수업이 있었던 날입니다. 진동분교 생태유학 아이들과 다른 곳에서 온 친구들은 강원도 인제군 기린면 진동2리 방태천 위를 지나는 한 다리로 모였습니다. 역시나 대한민국 야생동물 최고 전문가이신 한상훈 박사님이 이끌어 주셨는데요. 반딧불이와 박쥐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오늘의 야생동물학교는 반딧불이 관찰!!

우리나라에서 살고 있는 반딧불은 모두 8종, 이 가운데 흔히 발견되는 종은 모두 3종인데요. 늦반딧불이, 애반딧불이, 운문산반딧불이라고 합니다. 오늘 관찰할 설피마을에 살고 있는 종은 늦반딧불이라고 합니다.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운문산반딧불이와는 달리 한 마리씩 띄엄띄엄 날아다니는 습성이 있다고 합니다. 계곡에서 유충시절을 보내기 때문에 계곡 근처에서 많이 발견되는데요. 


역시나 반딧불이가 날아다닙니다. 보름달이 휘영청 밝아서 좀 우려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반딧불이가 굉장히 선명하게 밝은 빛을 내며 날아다닙니다. 잘 시간이 훌쩍 넘긴 아이도, 방학숙제를 다 끝마치지 못해 마음이 개운치 못한 아이도 있었지만, 모두가 반딧불이가 발산하는 아름다운 불빛에 홀려 기분이 아주 좋습니다. 달빛아래 반딧불이가 춤을 추고 아이들도 따라서 춤을 추는 것 같습니다. 인생에서 이렇게 아름답고 기분 좋은 광경을 다시 마주할 수 있을까요?

보름달이 밝게 빛난 밤 인제 산골에서 야간촬영 모드로...

반딧불이를 관찰한 뒤에 한상훈 박사님이 걸어주신 천체망원경으로 보름달도 관찰합니다. 달밤에 취하고, 반딧불이에 취하고, 친구들과 함께 보내는 밤시간에 취한 아이들이 여름방학 마지막날을 조잘거립니다. 오래도록 기억이 날 밤입니다.


반딧불이 관찰을 끝내고는 박쥐를 관찰하러 갔습니다. 서울양양고속도로 교각 밑에서 박쥐가 잘 발견되는데요. 한상훈 박사님이 거대한 포충망으로 몇 차례 시도 끝에 박쥐를 붙잡았습니다. 진동 어린이들은 박쥐를 많이 봐서 익숙했지만 처음 보는 어린이들은 굉장히 흥분하더라고요. 박쥐를 안전하게 투명한 관찰통으로 옮긴 뒤에 요리조리 살펴봅니다. 박쥐가 내는 초음파를 우리가 들을 수 있는 소리로 변환해 주는 신기한 기계를 가져오셨는데요. 박쥐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소리가 커지는 걸 느낄 수 있었습니다. 

한상훈 박사님이 붙잡은 대륙큰수염박쥐. 이후 무사히 자연으로 돌려보내줬습니다. 

박쥐를 안전하게 풀어주고 잘 날아가는 걸 확인한 뒤에 8월 야생동물학교는 해산했습니다. 다른 곳에서 온 친구가 한 박사님께 이 수업 다시 하면 안 되겠냐고 조르더라고요. 정말 재미있었나 봐요. 저도 정말 재밌었답니다. 밝은 달을 뒤로하고 경진이는 설피마을 도농교류센터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아직 밀린 숙제가 남아있었기 때문에 경진네 집에는 굉장히 늦도록 불이 켜 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징징 안 하고 무사히 밀린 숙제를 탈탈 털어서 완성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2024년 8월 24일 곰배령 입구에서 여름방학 마지막날은 반딧불이, 박쥐, 방학숙제와 함께 저물었습니다. 내일은 2학기가 시작되네요. 더 재미있는 산골유학 이야기로 찾아뵙겠습니다. 애독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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