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쓸개 없이 14일째 철심 제거

담낭 제거술 후기

by 선정수

수술 후 14일 만에 외래 진료를 받으러 갔다. 수술을 담당했던 집도의는 외래 진료를 받으러 온 나를 못 알아봤다. "그때... 응급실로 들어온 그분 맞죠?" "아닌데요." "흠흠"


모니터로 기록을 불러들이더니 사진과 기록을 한참 본다. "아, 쓸개가 아주 썩었었네..." 이미 떼어내 어디로 가버린 쓸개지만 참 쓸개 듣기에 민망한 말이다. 수술이 조금 더 늦었으면 큰일 날뻔했다고 겁주는 걸 잊지 않는다. 그리고는 경과가 좋으니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말을 덧붙인다. 병 주고 약 주고 병 주고 약 주고.


스테이플러를 제거할 차례다. 배꼽은 녹는 실로 꿰맨 뒤 스테이플러를 찍어놨고, 윗배 두 군데는 그냥 스테이플러로만 찍어 놓았었다. 진료실 침대에 누웠더니 집게 같은 도구로 순식간에 샥샥 뽑아냈다. 따끔한 정도.


그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아 너무너무 삶의 질이 떨어졌었다. 본 김에 커피 마셔도 되냐고 물었다. "아무 상관없어요." 그렇구나. 아무 상관없구나. 하지만 퇴원할 때 간호사가 건네준 주의사항에는 커피로 추정되는 찻잔에 금지 표시가 분명히 있었단 말이다.


집에 돌아와서 아이랑 놀아주다가 뭣 때문에 또 버럭 성질을 내버렸다. 진정한 쓸개 빠진 놈은 아직 덜 된 듯하다. 수영을 해도 되고 스쿠버 다이빙을 해도 되고 목욕을 해도 된단다. 목욕탕 가기도 싫고 스쿠버 다이빙과 수영은 할 일이 없을 듯 하지만 좋은 참고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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