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안 가는 딸내미와 겨울나기 - 서울대공원 동물원
서울에 한파 주의보가 내렸던 11월 25일. 유치원과 얼집 모두 가지 않는 6살 진이와 아빠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을 찾았습니다. 진이에겐 "엄청 추운 날 동물원 동물들은 어떻게 하고 사는지 보러 가자"라고 제안했습니다. 아이의 과학적 호기심을 자극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것도 큰 목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월요일에는 아이를 데리고 갈 곳이 마땅치 않기 때문이기도 했습니다. 토요일, 일요일에 문을 여는 관람시설 대부분이 월요일엔 휴무이기 때문에 월요일에는 아이를 데리고 어딜 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365일 문을 여는 서울대공원 동물원은 우리에겐 큰 행운입니다.
철도파업의 영향으로 배차시간이 매우 길어진 4호선 지하철을 기다리면서 진이와 동물원과 동물원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오늘처럼 추운 날 동물들은 어떻게 지낼까? 어떤 동물들이 추위에 강할까? 결론은 동물원에 가서 누가 밖에 나와 있는지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대공원역에서 내린 뒤 코끼리열차에 올라타고 동물원으로 향합니다. 월요일 오전인 데다가 날씨도 추워서 다른 손님들은 한 팀 밖에 없었습니다. 입장료는 제로 페이로 30% 할인을 받습니다. 만 6세 이하는 입장료도 무료입니다.
표를 사서 동물원 입구로 들어갑니다. 항상 가장 먼저 우리를 맞아주던 플라밍고(홍학)가 보이지 않습니다. 너무 추워서 우리로 들어갔다는 설명이 쓰여있네요. 기린도 보이지 않습니다. 추워서 집으로 들어갔다고 설명해주니 진이는 기린 집이 보고 싶다고 합니다. 제1 아프리카관의 실내 동물사로 향했습니다. 기린과 물소, 코뿔소가 실내에서 추위를 피하고 있었습니다. 때마침 먹이 주는 시간이라 진이는 먹이를 먹는 동물들을 한참 바라봅니다. 무등을 태워주니 기린이 샐러드를 먹는다고 하네요. 밖으로 나와 유인원관으로 향합니다.
유인원관에선 밖에 나와있는 동물 친구들이 꽤 많았습니다. 침팬지, 바분, 오랑우탄, 로랜드 고릴라, 맨드릴 등 거의 모든 종류의 유인원이 밖에 나와 있었습니다. 진이는 고릴라를 보며 깜짝 놀라는 눈치였습니다. 덩치가 매우 크고 생김새가 사람과 비슷하기 때문이랍니다. 얼굴에 매우 다채로운 색깔이 나타나는 맨드릴은 '라이온 킹'에서 본 것이라며 반가워했습니다. 오랑우탄도 밖에 나와있었는데 매우 추워 보였습니다. 나무 위의 아지트에서 생수병을 빨아먹고 있었는데 이불은 나무 밑에 떨어져 있고 약간 추워서 정신이 나간 느낌이랄까. 마음이 어지러워지는 느낌입니다.
동물원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동물은 아마 몸집이 큰 맹수들일 것입니다. 진이도 사자, 호랑이를 보는 걸 좋아합니다. 그러나 평소 사자가 누워있던 제3 아프리카관에서 사자를 볼 수는 없었습니다. 역시 추워서 실내로 들어갔다고 합니다. 실내관으로 들어가 사자를 만나려는데... 실내관의 문을 열자마자 바로 코앞에 수사자가 엎드려 자고 있어 진이가 화들짝 놀랐습니다. 너무 놀라 할 말을 잃었는지 "아빠 동물의 왕이야"를 무한 반복하네요.
밖에 나와 있는 렛서팬더, 퓨마, 코요테를 한동안 관찰하고 추워진 우리는 동양관으로 들어가 실내 전시를 보며 몸을 녹였습니다. 동남아시아에 살고 있는 동물들과 뱀을 전시하고 있어 실내는 여름 기온입니다. 덥고 습한 기운을 참지 못한 우리는 5분도 지나지 않아 외투를 벗어 가방에 넣었습니다. 진이는 구렁이에 가장 큰 관심을 보이네요. 전래동화에 많이 나와서 친숙한가 봐요. 동양관에서 한참 있다가 서울대공원 동물원의 하이라이트로 향합니다. 바로 호랑이가 살고 있는 맹수사이지요. 때마침 사육사들이 호랑이에게 생닭을 한 마리씩 주고 있었습니다. 호랑이들은 추위에 익숙한지 잘 돌아다니면서 잘 먹고 잘 놀았습니다. 큰소리로 울기도 해 우리를 깜짝 놀라게 했지요. 그러나 이날 가장 인상적인 동물은 바로 표범이었습니다. 통행로 머리 위로 사육사 두 곳을 연결해 놓은 연결 통로로 왔다 갔다 하면서 울음소리를 들려줬지요.
왼쪽부터 스라소니, 표범, 늑대입니다. 추위가 익숙한 이 동물들은 굉장히 활동적인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맹수사 맞은편에 있는 호랑이 휴게소에서 돈가스와 우동으로 늦은 점심을 해결하고 비탈길을 따라 내려왔습니다. 예전에 돌고래쇼 공연을 했던 해양관 일대는 '제돌이 이야기관'으로 바꾸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그런데 공사장 옆으로 물속에서 뭔가가 움직이는 모습을 발견하고 내려가 봤더니 신나게 헤엄치는 바다 동물들이 있었습니다. 바다사자, 물개, 물범이었습니다. 추운 바다에서도 문제없이 살았던 녀석들이라 그런지 신나게 헤엄치며 놀았습니다.
한사코 귀가를 거부하는 진이를 달래느라 코끼리만 보고 가자고 했지요. 아마도 코끼리는 나와있지 않을 거라는 생각에서였습니다. 그러나 거짓말처럼 코끼리 한 마리가 운동장으로 나오더니 흙을 긁어모아 등에 뿌리고 있었습니다. 추운 날 동물원에서는 여러 동물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었습니다. 어떤 녀석들은 추위를 즐기며 어떤 녀석들은 추위를 피해 가며 살고 있었지요. 녀석들과 우리의 제자리는 어디일까 생각해보는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