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보우, 실손보험 적용은 1년??

by 선정수

처음 팔꿈치가 아프다고 느꼈던 건 테니스 레슨을 한참 받고 나서 동호회 활동을 한 지 1년쯤 지나서였던 걸로 기억한다. 한참 재미있게 테니스를 쳤는데, 치고 나면 또는 한참 치다 보면 팔꿈치에 뻐근함이 느껴졌다. 별 것 아닐 거라고 생각하고 치다 보면 좋아지겠지 하는 생각으로 치료받을 생각은 전혀 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아이와 함께 두메산골로 생태유학을 떠나면서 테니스와 거리를 두게 됐다. 주말에 본가에 들를 때 어쩌다 일정이 맞으면 테니스를 쳤을 뿐이다. 물론 이 당시에도 테니스를 치고 나면 약간의 뻐근함이 있었다.


건보공단 홈페이지에서 의료기록을 찾아봤다. 상과염(엘보우)으로 처음 치료를 받은 건 2024년 7월이었다. 강원도 산골에 봄은 굉장히 늦게 찾아왔지만 자연의 생명력은 대단했다. 아이들이 통학로로 쓰는 마을 체육관 뒤편과 학교로 이어지는 길이 순식간에 어른 허리 정도 높이에 이르는 풀밭으로 변한 거다. 뱀이 워낙 많은 곳이라 그냥 두면 아이들이 뱀을 밟는 일(또는 밟힌 뱀이 아이를 무는 일)이 일어날 것 같아서 낫을 집어 들었다. 최대한 팔꿈치를 아낀다고 왼손으로 낫질을 하기도 해 봤지만 결국 오른팔을 쓰지 않을 수는 없었다.


아이들이 만든 텃밭도 있었는데 우리는 공심채(모닝글로리), 옥수수, 방울토마토 등을 키웠다. 급수 시설이 따로 없었기 때문에 집 화장실에서 20리터 들이 양동이에 물을 길어 날랐다. 아마도 치명타는 이거였던 것 같다. 이것도 오른팔 아낀다고 왼손으로 들기는 했지만 오른팔을 아예 안 쓴 것은 아니니까 말이다. 통증은 심해졌고 과천 본가에 들를 때마다 안양 평촌의 중형 정형외과 전문병원을 찾았다. 이때가 2024년 7월이었다. 이후 체외충격파, 스테로이드주사, 고주파레이저, 온열치료 등을 해봤지만 별달리 나아지지 않았다.


통증이 줄어들었다 싶으면 달려 나가서 테니스를 친 잘못이 분명히 있다. 거기에 겨울철 제설작업, 학기가 끝나고 이사를 하면서 무거운 걸 들기도 했고, 팔꿈치를 고생시킨 건 분명하다. 2025년 4월. 마지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MRI를 찍어보고 내 팔꿈치 상태가 어떤지 알고 싶었다. 치료를 받으면 나을 수 있는 건지, 아니면 수술을 해야 하는 건지, 수술을 하면 테니스를 치고 무거운 걸 들어도 되는 건지. 알고 싶었다.


그래서 서울의 한 관절전문병원을 찾았다. 병원에 대한 평판이 좋지 않았음을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가장 가까운 곳에서 MRI를 찍어보고 치료를 받을 수 있는 곳이었기 때문에 선택했다. 대학병원은 가고 싶지 않았다. 중증환자를 위해 아껴놔야 하는 곳이라고 했기에 말이다. 역시나 예상처럼 첫 진료에서 10분 가까이 상담을 했고, MRI를 찍어보자고 했다. 판독 결과 내측과 외측 상과염이 함께 진행돼 있었다. 내측 인대의 손상 정도가 더 심했기 때문에 먼저 치료를 해보자고 했다.


치료방법은 PRP(Platelet-Rich Plasma: 혈소판 풍부 혈장). 환자 자신의 혈액에서 혈소판을 농축하여 추출한 후, 손상된 조직에 주사하여 재생을 돕는 방법이다. 이 병원이 무릎 환자에게 이 방법을 적용해 재미를 봤기 때문에 힘을 주고 있는 치료법이다. 내외 측 상과염이 힘줄의 손상으로 인해 발생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방법을 적용해 손상을 회복시키는 기간을 단축하려는 게 목적이다.


방법은 간단하다. 왼팔에서 피를 뽑아 추출한 PRP를 팔꿈치 손상 부분에 주사한다. 채혈이야 뭐 어디에서 어떻게 해도 바늘 들어갈 때 따끔할 뿐이지만, 이 PRP 주사는 굉장한 고통을 수반한다. 주사가 들어가고 PRP가 주입될 때 굉장히 엄청 뻐근하고 주사를 맞은 뒤에도 한동안 묵직한 뻐근함이 지속된다. 의사는 1주일 간격으로 4회 PRP 주사를 맞고 체외충격파 치료를 병행하도록 계획했다.


5월 7일 처음 PRP 주사치료를 시작하고 두 달이 지났다. 다음 화부터는 PRP 치료와 주차별 경과, 주의 사항 등에 대해 적어보겠다.


아... 6월 말에 실손보험 들고 있는 보험회사에서 문자가 왔다. <팔꿈치 내측상과염 질환 통원, 약제 청구건 관련 보상가능 기간을 알려드린다. 2024-07-11~2025-07-10까지, 이후 180일 면책기간이 발생되며, 면책기간 내 해당 질환으로 인한 통원 약제 청구 시 보험금이 부지급됨을 사전 안내드린다>는 내용이다. 실손보험이 허용하는 1가지 질환에 대한 치료기한은 1년이라는 뜻이다. 모르고 있던 거라 조금 충격받았다. 7월 10일 이후로 엘보우 때문에 치료를 받아도 실손보험은 적용되지 않는다는 의미다.


앞으로 얼마나 병원비가 더 나갈지는 모르겠지만 큰 비용이 드는 PRP주사는 끝났으니 일단 하라는 대로 치료를 해보겠다. 4월 30일 첫 진료 때 6개월 동안 팔꿈치에 휴식을 주기로 했으니 10월 30일까지는 충분한 휴식을 취한다. 무거운 것 들지 않고, 테니스 치지 않고 '준 왼손잡이'로 살아간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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