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보우, PRP 그건 또 뭔데?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

by 선정수

PRP는 Platelet Rich Plasma를 줄인 말이다. 우리말로 바꾸면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 정도 된다. 인체에 혈소판이 풍부한 혈장이 따로 존재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피를 뽑아서 가공을 한다. 환자의 혈액을 채취해 원심 분리기에 걸어주면 혈액의 각 성분들이 무게에 따라 분리된다. 무거운 혈구들은 아래쪽으로 가라앉고 상대적으로 가벼운 혈장은 위로 말갛게 뜬다. 혈소판은 중간 정도 높이에 모이는데 이걸 따로 빼서 정제하면 PRP가 되는 거다. 이걸 손상 부위에 주사한다.


왜냐면? PRP에는 각종 성장 인자가 보통 혈액보다 많이 들어있기 때문이다. 이 성장인자들이 손상된 부분의 기능 향상과 통증 완화를 돕는다고 알려졌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2022년 9월 의료행위전문평가위원회를 열고 PRP 치료에 대해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90%를 적용키로 했다. 당시 회의록을 찾아봤다.



-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 치료술'은 보존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상과염 환자를 대상으로 말초혈액을 채취한 후 원심분리를 통해 분리된 자가 혈소판 풍부 혈장을 상과염 병변에 주입하여 주관절의 기능 향상 및 통증 완화를 위한 행위로,

- 신의료기술 안전성·유효성 평가결과 상 기존기술(스테로이드 주사치료)과 비교 시 시술 후 6개월 뒤 기능 상태개선 및 통증완화를 보여 유효한 기술로 평가되었고, 일부 교과서, 가이드라인, 문헌에서 상완골의 건증에 대해 PRP 시술의 효용성이 확인되나, 임상적 근거를 종합적으로 분석 시 동 행위의 장점이 뚜렷하다고 말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는 내용과 PRP의 최대 효과를 낼 수 있는 시간과 양을 포함한 연구가 필요하다는 내용이 확인되며 제외국 보험에서 '혈소판 주사, 자가혈 주사'라는 명칭으로 신의료기술로 분류된 것은 확인되나 상과염 적응증에 대한 내용은 확인되지 않음

- 기존의 보존치료에 추가하여 증상을 조절하는 행위로 현존하는 약물 및 주사치료, 물리치료 등의 추가·보완적 행위인 점, 유사목적 행위에 비해 고가의 치료재료와 장비가 소요되어 비용·효과성이 불분명한 점, 과거 동 행위의 안전성·유효성이 검증되기 전 일부 요양기관에서 실시 후 비급여로 징수하여 민원이 발생된 사례가 있어 동 행위의 오·남용이 우려되는바, 실시행태 등에 대한 관리가 필요한 점을 감안하여 선별급여 본인부담률 90%로 함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아직 효과가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고, 기존 치료의 보완적 치료로 비용대비 효과가 불분명하다"는 거다. 게다가 오남용 우려까지... 그래서 PRP 시술을 받으면 진료비 총액의 90%를 환자 본인이 부담하게 된다. 그런데 그마저 제한 조건이 있다. <3개월 이상 적절한 보존적 치료에도 불구하고 기능이상 및 통증이 지속되는 내·외측 상과염>이 급여 대상이다. 급여 횟수도 <6개월 간격으로 시행하여야 하며, 부위별(내·외측 상과염 각각 1회)로 인정>된다.


실손보험 없이 건강보험에만 가입한 사람이라면 쉽게 PRP 치료를 받을 엄두가 나지 않을 상황이다. 그러라고 정부는 제도를 이렇게 짜놓은 것이고 말이다. 그렇지만 실손보험을 들어놓은 나는 PRP치료를 선택해 4번 주사를 맞았다. 작년 7월부터 내측 상과염 치료를 시작했으니 급여 대상에 부합한다. 제도 상으로는 PRP주사를 1번만 맞을 수 있지만, 병원에선 일주일 간격으로 4회 주사를 처방했다. 의료비 세부 내역서를 살펴봐도 PRP주사는 1회분만 청구됐고, 나머지는 체외충격파 시술만 청구됐다.


일주일 간격으로 4회 주사를 맞고 그때마다 체외충격파와 고출력 레이저 시술을 함께 받았다. 주사를 다 맞고 나서는 2주 분량의 비스테로이드성소염진통제 처방을 받았다. 무거운 것 들지 말고, 무리를 주는 행위도 금지됐다. 덕분에 왼손잡이처럼 살고 있다. 4회 주사를 맞고, 그 뒤로 두 달 동안 소염진통제를 먹으며 지냈다. 치료 경과는 순조로운 편이라고 하겠다. 치료받기 전에는 팔을 뻗어서 물건을 잡으려고 하면 팔꿈치에 찌릿한 통증이 느껴졌는데 그런 건 거의 사라졌다. 하지만 팔꿈치를 완전히 접을 때와 완전히 펼 때 욱신거리는 통증이 남아있는 상태다. 산책을 하면서 팔을 내려뜨린 상태로 오래 걸으면 팔을 들어 올릴 때 통증도 있다.


PRP치료가 끝난 뒤 4주가 지나자 담당 의사는 스트레칭을 하라고 주문했다. 손을 쭉 뻗은 뒤 손바닥이 하늘을 본 상태에서 왼손으로 손가락을 잡은 뒤 몸 쪽으로 구부려서 15초 동안 버티는 게 첫 번째다. 이건 내측 상과염(골프 엘보우)을 다스리기 위한 스트레칭. 다음은 역시 손을 쭉 펴서 손등이 하늘을 보게 한 다음 왼손으로 손가락을 잡고 몸 쪽으로 당기면서 버티는 스트레칭. 이건 외측 상과염(테니스 엘보우)을 다스리는 방법이다. 틈날 때마다 하고 있는데, 하고 나면 조금 시원한 느낌이다. 하지만 뻐근한 통증은 쉽사리 가시지 않는다.


통증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면 다음 단계로는 근력강화운동이 기다리고 있다. 아직은 금지된 상태다. 공놀이를 하지 못하니 정말 인생의 큰 낙이 사라져 버린 느낌이다. 산책으로 달래보고는 있지만 확실히 공놀이만큼 재미있지는 않다. 달리기는 뭔가 또 탈이 날 것 같아 무서운 느낌이라 당분간 도전하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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