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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구의 가을... 7전4선승제는 틀렸다!

4승제라고 부르면 될 듯

by 선정수

야구의 가을이 깊어간다. 곧 2025 한국시리즈가 열린다. 한화이글스-삼성라이온즈의 플레이오프 승자가 LG트윈스와 맞붙는다. 그런데 많은 언론이 한국시리즈 일정을 7전4선승제라고 표현한다. 언론뿐만 아니라 프로야구를 주관하는 KBO(한국야구위원회)도 7전4선승제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일정표 상으로도 한국시리즈는 7경기가 잡혀있는 게 확인된다.


그렇지만 이 표현은 잘못됐다. 9월 28일 KBO가 발표한 포스트시즌 일정 관련 보도자료를 뜯어보자.

kbo공지_포스트시즌.png

자료에서 알 수 있듯이 무승부가 발생하면 시리즈별 최종전이 끝난 후 무승부가 발생했던 구장에서 이동일 없이 연전으로 경기가 치러진다고 돼 있다. 또 한 시리즈에서 2경기 이상 무승부가 나올 경우 하루의 이동일을 두고 연전으로 개최된다고 정해놨다. 이게 무슨 말이냐 하면... 무승부 경기가 나올 경우 추가 경기가 편성된다는 뜻이다.


따라서 7경기로 예정된 한국시리즈에서 무승부 경기가 나올 경우 전체 시리즈가 7경기가 아닌 8경기(또는 그 이상)가 될 수 있단 말이다. 예를 들어 6경기를 치러 3승 3패로 양 팀이 맞선 가운데 치러진 최종전에서 무승부가 날 경우 양 팀은 3승 1 무 3패 씩 나눠가진 뒤, 8차전 경기가 열려 승부를 가른다는 뜻이다. 7경기를 치렀는데 무승부가 2회 나오고 나머지 5경기에서 승패가 결정됐다면 3승 2 무 2패, 혹은 2승 2 무 3패의 성적을 안고 8차전을 치르게 된다. 여기서 몰리고 있던 팀이 이겨 3승 2 무 3패가 된다면 9차전까지 승부는 이어진다.


실제로 2004년 현대 유니콘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가 2차례 무승부를 포함해 9차전까지 이어진 사례가 있다. 이렇기 때문에 7전 4 선승제가 아니라 그냥 '4승제'라고 부르는 게 맞다. 일각에선 7전4'선'승제라고 부르지만 이것도 역시 적확한 표현은 아니다. 한 팀이 먼저 4승에 도달하면 우승을 차지한다는 의미로 사용했다고 볼 수 있는데, 한 팀이 4승에 도달하는 순간 시리즈가 끝나기 때문에 경쟁팀은 어떤 방법으로도 4승을 차지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4'선'승제라는 말은 무의미하다.


미국 야구 메이저리그의 최종전인 월드시리즈에서는 'best of seven'이라는 표현을 사용한다. 역시 7경기를 치러 4경기를 이기면 우승을 확정하는 구조다. 미국 야구에는 무승부가 없기 때문에 7경기를 치러 우위를 확정하는 승수는 4승이다. 한 팀이 4승을 달성하면 우승이 확정되고 시리즈는 종료된다. 이걸 번역하면서 7전4승제를 가져온 것 같은데 적확하지는 않다. KBO 한국시리즈는 9회 정규 이닝에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연장전에 돌입하고 연장 15회까지 승부를 가리지 못하면 무승부로 끝내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7전4승제' 또는 '7전4선승제'라는 정확하지 않은 말 대신 '4승제'라고 정확한 표현을 사용하면 어떨까. 처음에는 입에 붙지 않겠지만, 말에는 정확한 뜻이 담겨야 불필요한 오해를 막을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무승부를 없애든지 '7전'이라는 말을 없애든지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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