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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음모론을 말하는 사람에게

팩트체크

by 선정수

1. 오늘 팩트체크는 <기후위기 음모론>에 대해 짚어봅니다. 유엔기후변화회의 당사국 총회가 브라질 벨렘에서 열리고 있는데요. 기후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힘을 모으고 있습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기후위기를 부정하는 음모론도 퍼져 나가는 것 같은데요. 오늘은 이 기후위기 음모론에 대해 팩트체크 해보겠습니다. 기후 변화는 자연적인 거다 이런 주장을 종종 볼 수 있는데요.

- 우리가 학교 다닐 때 배웠던 것처럼 오랜 지구 역사 속에서 빙하기와 간빙기가 반복되고 있습니다. 빙하기는 지구의 온도가 낮아져서 남극과 북극, 고산 지역에 눈과 얼음이 더 많이 쌓이게 되고 지구 전체적으로 바다에 고인 물이 줄어들기 때문에 해수면은 낮아지죠. 간빙기는 빙하기와 빙하기 사이에 날씨가 따뜻해지는 기간인데요. 이때는 반대로 눈과 얼음이 녹아서 바다로 들어가기 때문에 해수면이 높아지죠. 지금으로부터 2만 1000년 전쯤이 마지막 최대 빙기로 추정되는데요. 이 때는 지금보다 해수면이 100m 정도 낮아서 서해는 아예 육지였고, 일본은 대륙과 연결된 상태였다고 합니다. 동해는 담수호에 가까운 얕은 바다였다고 하는데요. 이런 빙하기와 간빙기의 반복은 지구가 태양 둘레를 도는 공전 궤도가 바뀌고, 지구 자전축 기울기가 달라지기 때문인데요.

산업화 시기 그러니까 1880년대 이후 지구온도의 급격한 상승은 자연현상이 아닌 인간활동에 의한 것이라는 확실한 증거가 많이 나와 있습니다. 탄소 동위원소를 측정해 보면 산업화 이후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는 증가했지만 C-14의 농도는 낮아지고 있는데요. C-14는 반감기가 매우 길기 때문에 화석연료에는 거의 들어있지 않다고 합니다. 자연 활동으로 이산화탄소 배출이 늘었다면 C-14의 농도가 높아져야 하는데, 인간이 화석연료를 태우면서 C-14가 들어있지 않은 이산화탄소를 엄청나게 뿜어댔기 때문에 전체 C-14 농도가 낮아진 거죠. 인간활동을 배제하면 설명이 되지 않는 지점입니다. 남극에서 빙하를 시추해 연대별로 이산화탄소 농도를 측정해 봤을 때도 자연현상 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산업화 시기 이후 10배 빠른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가 관찰됩니다. 그러니 산업화 이후 기후변화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과 다릅니다.


2. 기후위기는 사실이 아니다. 그러니까 기온이 올라도 재앙이 닥칠 정도는 아니다. 이런 주장도 있어요?

- 최근 빌 게이츠가 “기후 변화는 분명 심각한 문제이며 가난한 나라 사람들이 가장 큰 타격을 받을 것”이라면서도 “그렇다고 인류가 멸망할 정도는 아니다”라고 밝혀 그동안 기후 위기 대응에 노력했던 빌 게이츠가 기후재앙론에서 선회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많이 나왔습니다.

게이츠는 “기후변화를 반드시 해결해야 하지만, ‘인류 종말론적 시각(Doomsday outlook)’이 단기 탄소 감축에만 집착하게 만든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는데요. 그는 “진정으로 인간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 노력이 뒤로 밀리고 있다”며, 청정에너지 기술의 가격 인하, 농업·제조·운송 분야의 오염 저감 기술 개발에 투자를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단기적인 탄소 배출 줄이기에만 매달리지 말고 가난한 나라의 농업과 건강을 개선하는 것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렇게 말을 하기는 했지만 기후변화가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부인하지는 않습니다.

그렇지만 세계 과학자들의 합의로 채택된 IPCC 최근 보고서는 1.5도 이상 지구 기온이 오르면 10억 명 이상이 해수면 상승으로 연안 위험 증가 지역에 거주하게 된다는 내용과, 가뭄·홍수 위험 증가로 식량 가격의 변동성이 극대화될 우려가 있다고 경고합니다. 2도 이상 오르면 생태계 전반에서 회복력이 붕괴하고 각국의 재난 대응 비용이 급증할 걸로 예측됐습니다. 3도 이상 상승하면 전 세계 항만 도시 삼각주 지대가 대규모로 침수하는 걸로 예상됐고요, 30억 명 이상이 식수 스트레스에 직면할 걸로 내다봤습니다.


3. 기후위기는 서구사회가 책임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어요. 여기에 우리나라는 산업화 시기 이후 세계 배출량의 1.3%에 불과하니까 책임도 그만큼 적게 져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요.

- 인류는 산업혁명 이전에는 온실가스를 거의 배출하지 않았는데요. 산업혁명으로 화석연료 사용이 본격화되면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기 시작했습니다. 산업화 이후 각국의 누적 온실가스 배출량을 따져보면 집계 기관마다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0.6~1.4% 정도로 추산이 됩니다. 개발도상국 위주로 선진 서구사회가 역사적으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고 기후위기에 대한 책임이 더 크므로 더 많이 기여를 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국내에서도 일부 언론 칼럼 등에 우리나라는 전 지구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 배출량이 많지 않은데 선제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논의에 뛰어드는 것은 스스로 족쇄를 채우는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됩니다.

국제사회는 이런 주장을 인정하고 기후위기 대응에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의 의무를 다르게 설정하는 방향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선진국에서 기금을 만들어서 개발도상국을 지원하는 형태가 많은데요. 여태껏 우리나라는 책임은 다하지만 과도한 부담에는 반대한다는 입장을 취해왔습니다. 개발도상국 논리인데요. 그렇지만 우리나라는 이미 경제적으로 선진국 대열에 진입했기 때문에 국제사회에서 이런 논리가 더 이상 먹혀들지 않고요. 2015년 파리협정부터는 선진국 역할을 하기로 방향을 바꿨습니다. 여기에다가 헌법재판소가 2031년 이후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제시하지 않은 탄소중립기본법 일부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는데요. 정부의 기후변화 대응이 미흡해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한다면서 청소년 등이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이었습니다. 지금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지 않으면 미래세대의 기본권을 침해하게 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진 거죠.


4. 기후변화가 좋은 일일 수도 있다는 입장도 있어요?

- 추위로 고통받는 국가에게는 지구 기온 상승이 나쁘지 않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지난 2003년 러시아의 기후가 더 따뜻해지면 사람들이 "모피 코트에 돈을 덜 쓸 수 있고 곡물 수확량도 늘어나지 않겠냐"라고 언급했습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 러시아 SNS에서는 이러한 주장이 공유되고 있다고 하는데요. 또 북극 바다에 얼음이 녹으면서 배가 다닐 수 있는 '북극항로'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기후 변화로 인한 그 어떠한 부수적인 이득도 전 지구적으로 입는 피해 규모에 비하면 보잘것없다는 점입니다. IPCC는 지구 평균 기온이 2100년 말까지 섭씨 1.5도 상승할 경우 기후 변화로 인한 전 세계적 피해 규모가 54조 달러(약 7경 원, 2도 상승할 경우 69조 달러)에 이를 수 있다고 추정합니다.

중동 지역의 농지가 사막으로 변하고, 해수면 상승으로 태평양 섬 국가들이 사라지며, 몇몇 아프리카 국가는 극심한 식량 부족에 시달리는 등 암울한 미래가 펼쳐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러시아와 같은 추운 나라에서도 작년 시베리아 전역을 덮쳤던 산불처럼, 날씨가 점점 더워지고 건조해지면서 산불이 빈번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기후 피해로 2030년부터 2060년까지 최대 200조 원의 손실이 날 거라는 연구가 나와 있습니다. 2023년 전국 자연재해 피해액이 4400억 원 정도니까 몇백 배 정도 손실이 커지는 거죠. 지구 기온 상승, 전혀 좋아할 일이 아닙니다.


5. 기후위기를 막기에는 이미 너무 늦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는데요?

- 이건 기후위기 담론이 너무 종말론적인 세계관 위에 그려져 있기 때문에 그 부작용으로 나오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요. 굵직한 기후변화 회의 때마다 "마지막 기회"라거나 "적색경보" 상황이라는 등의 즉각적인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가 매번 나왔죠. 이런 이야기를 들어온 지가 오래됐다면 오래됐는데요. 그래서 많은 분들이 이미 늦은 것 아니야라는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세계자원연구소(WRI)가 지난달 22일 발표한 ‘기후행동 현황 2025’(State of Climate Action 2025) 보고서 따르면 지구 온난화를 1.5°C 이내로 제한하기 위해 설정한 45개 기후행동 지표 가운데 2030년 목표 달성 궤도에 진입한 것은 단 하나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보고서 공동 저자인 클레아 슈머는 "모든 시스템이 적신호를 보내고 있다. 10년간의 지연으로 1.5°C 경로는 위험할 정도로 좁아졌다. 이제 꾸준한 진전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이어 그는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매년, 격차는 더 벌어지고 오르막은 더 가팔라진다"라고 밝히기도 했는데요.

이런 이야기들은 즉각적인 행동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차원이라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내일 지구가 멸망해도 나는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말처럼, 포기하지 말고 의미 있는 한 걸음을 내딛으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6. 소시민의 실천은 기후 위기를 해결하는데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입장도 있어요?

- 개인의 탄소 배출량이 기업이나 산업 단위의 배출량에 비하면 미미하다. 개인이 아무리 노력해도 정책과 산업이 바뀌지 않으면 효과가 나타나기 어렵다. 개인에게 실천을 강조하는 것은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흐리고 구조적 변화요구를 약하게 만든다. 친환경 제품을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산업 수요 구조가 바뀌지 않는다. 등등 여러 가지 이유를 대면서 개인의 실천을 힘 빠지게 하는 말들이 많죠.

IMF 위기 때 금 모으기 운동 기억하시는 분들 많을 텐데요. 당시 우리나라 외환 부채가 304억 달러 규모였는데요. 351만 명이 금 모으기 운동에 동참해 227톤의 금이 모였습니다. 금액으로는 18억 달러 정도 됐다고 하는데요. 금액으로 따지면 6%에 불과했지만 위기 극복을 위한 국민적 결집을 이끌어 냈고 결국 IMF 구제금융을 3년 일찍 졸업하는 성과로 이어지기도 했습니다.

기후 위기 대응도 마찬가지로 개인의 영향력이 미미해서 효과가 없다고 볼 수도 있지만, 결국 개인의 행동이 사회적 정치적 변화를 촉발하고, 동참하는 개인들이 많아지면 집단적으로 큰 효과를 만들며 실질적 변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 잊지 말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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