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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변이 독감엔 백신 소용없어?

by 선정수

1. 오늘 팩트체크는 <독감>에 대해 짚어봅니다. 어린 자녀가 있는 가정은 초비상이라고 하네요. 각급 학교들도 신경이 곤두서 있고요. 일단 독감 유행 현황부터 살펴보죠.

- 올해 인플루엔자 유행은 작년에 비하면 한 달 정도 빨리 시작했습니다. 지난달 17일 독감, 그러니까 인플루엔자 유행주의보가 발령됐고요. 최근 의원급 표본감시 의료기관 내원환자 1000명당 독감 의심증세를 나타내는 환자가 70.9명으로 급증하고 있습니다. 작년 같은 기간 4.8명에 비하면 14.7배, 재작년 45.8명과 비교하면 1.5배 정도 환자가 늘어난 겁니다. 보통은 12월 중순 이후부터 환자 수가 치솟기 시작하는데요. 올해는 이례적으로 빨리 시작된 거죠. 독감 관련 보도도 많이 나오고. 주변에 독감에 걸렸다는 아이들도 굉장히 많고, 실제로 소아청소년과나 이비인후과에 가보면 독감 또는 감기 증상으로 병원에서 진료 대기하는 분들이 정말 많습니다.

평균적으로 보면 인플루엔자 유행이 정점을 찍는 시기는 12월 말부터 1월 초중순까지입니다. 따라서 앞으로 5~6주 정도는 바짝 주의를 기울이는 게 좋습니다.


2. 독감 관련 보도들을 봐도 그렇고, 주변에 이미 독감 걸렸던 분들 얘기를 들어도 그렇고 한 번 걸렸으니까 예방 접종은 안 해도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하시는 분들이 많아요. 어떻습니까?

- 독감,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주로 A형과 B형이 인체 감염을 일으키는데요. 이번에 유행하고 있는 바이러스는 A형 계열입니다. 독감에 걸렸다 회복되면 우리 몸에 항체가 형성돼서 상당 기간 동안 같은 바이러스의 침입을 막아주는데요. 문제는 A형 독감에 걸렸다가 B형 독감에 또 감염될 수 있다는 거죠. 그래서 독감 예방접종에는 보통 3종류 또는 4종류의 항원을 집어넣습니다. A형 계열 두 개, B형 계열 두 개 이런 식의 조합인데요. 매년 독감 유행 패턴을 보면 12월부터 1월 사이에 가장 큰 유행이 지나가고 2월부터 3월 사이에 작은 유행이 한 번 더 지나가는 패턴을 나타냅니다. 그러니까 이번에 독감에 걸렸다고 해서 또 걸리지 말라는 법은 없는 거죠. 예방 접종 안 받으셨다면 받으시는 게 좋습니다. 특히 고령층이나 어린이처럼 특별한 보호를 필요로 하는 분과, 그런 분들과 함께 사는 사람들은 꼭 접종을 받는 게 좋습니다.


3. 해외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양상으로 이른 독감 유행이 나타나고 있다면서요?

- 북반구에선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영국과 일본에서 독감 환자가 이른 시기에 급증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미국은 지난겨울에 최악의 독감을 맞았는데요. 최소 56만 명이 입원하고, 280명의 어린이가 독감으로 사망한 걸로 집계됩니다. 올해에도 독감이 대유행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도 합니다.

남반구 나라들은 우리가 여름일 때 겨울을 보내는데요. 독감이 겨울에 유행하는 특성이 있잖아요. 호주는 지난겨울(우리가 여름을 보내는 기간 동안) 호주 역사상 최악의 독감 유행을 겪었습니다. 호주 인구가 2800만 명 정도 되는데요. 지난겨울 45만 명이 독감으로 확진됐습니다. 5세 미만 아동의 감염 사례가 4만 4500건 이상으로 이례적으로 많았다고 하고요. 전체 사례의 3분의 1 이상이 15세 미만 아동에게서 발생했다고 합니다.

4. 올해 독감 예방 접종 상황은 어떤가요?

-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어제 기준 65세 이상 독감 백신 접종률은 76.1%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2% p 하락했습니다. 7~13세 어린이 접종률은 56.5%를 기록해 지난해보다 3.2% p 올랐고요. 노인층에선 소폭 하락했고 어린이 및 영유아는 소폭 상승했습니다.


5. 그런데 이번 독감은 새로운 변이가 나타나서 백신의 효과가 떨어진다는 말도 있어요. 어떤가요?

- 이번에 빠른 유행을 일으킨 건 A형 독감 바이러스 중 H3N2에서 변이를 일으킨 K subclade, K변이입니다. 이 변이는 앞서 말씀드린 올해 남반구 유행을 주도한 변이인데요. 우리나라, 영국, 일본 등 북반구에서도 우세종이 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독감 백신은 세계보건기구(WHO)가 매년 2월과 9월에 전문가 회의를 거쳐 다음 시즌에 유행할 바이러스 형을 예측합니다. 북반구에 적용되는 바이러스는 전년 2~3월에 선정을 하고 남반구는 9~10월에 선정하는데요. 이 K변이는 올해 남반구에서 유행하기 시작했으니까 남반구 백신에도, 북반구 백신에도 포함이 되지 않은 거죠. 그러니까 백신이 겨냥하는 표적 바이러스를 정하는 회의를 하는 시점에 K변이는 주목을 받지 못했던 거죠. 그래서 표적에서 빠지게 된 겁니다. 이번 백신에 포함된 항원은 A형 독감의 H3N2 계열과 H1N1 계열, 그리고 B형 독감의 빅토리아계열이 표적으로 선정이 됐는데요. 이번 유행을 주도하고 있는 K변이는 H3N2 계열에서 일어난 변이입니다. 큰 변이가 일어나서 유전자 형이 크게 바뀐다면 백신 효과도 크게 떨어지는 것이고요. 작은 변이라면 백신 효과도 조금 떨어지는 겁니다.


6. 그럼 이 K변이 독감은 백신을 맞아도 걸릴 수 있는 건가요?

- 그건 어떤 백신이든 마찬가지인데요. 100% 감염을 막아주는 백신은 없습니다. 백신 접종을 하게 되면 우리 몸에서 특정 항원에 대한 항체를 만들어내고 바이러스가 체내로 들어왔을 때 이 항체가 바이러스와 싸우는 것이거든요. 그런데 사람에 따라서는 항체가 충분히 많이 만들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감염 예방도 중요하지만 백신 접종을 하면 감염이 된다고 해도 중증으로 이행하는 것을 막을 수 있거든요.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고, 감염된 세포를 파괴하는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건데요. 이런 방식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질병이 중증으로 이행되는 걸 막을 수 있는 거죠.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은 "주로 유행 중인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는 A형(H3N2)으로 일부 변이가 확인되고 있으나, 현재 접종 중인 백신은 여전히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예방접종 시 충분한 사망 및 중증 예방효과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힙니다. 입원 예방하는 데는 50~60% 정도 효과를 발휘하고, 사망 예방에는 80% 정도 효과가 예상된다는 거죠.


7. 오래전부터 있던 이야기긴 하지만 요즘에도 아이들이 독감 옮겨주기 이런 걸 한다고 하더라고요. 어떻습니까?

- 11월 2일부터 8일까지 현재 인플루엔자 의심 증상 환자 비율은 초등학생 연령대인 7~12세가 가장 높습니다. 병원 내원 환자 1000명당 189명 꼴인데요. 그다음이 6세 이하 130.7명으로 많아서 소아‧청소년 연령층 중심으로 많이 발생 중이라는 게 특징입니다. 예년에는 독감 유행 절정기가 학생들 방학기간과 겹쳤는데, 올해는 유행 시작이 빨라지면서 초등학생들이 아직 학교 수업을 받고 있는 시기라서, 유행 규모가 더 커진 게 아닌가 싶습니다.

독감 옮겨주기는 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는 주제죠. 제 딸도 초등학생인데 "누가 독감에 걸렸다더라 학교 안 가서 너무 부럽다." 이런 이야기를 하거든요. 그런데 당장은 학교에 안 가서 좋을 수는 있겠지만 독감 걸려서 열나고 앓아누우면 키가 안 클 수 있습니다. 미국 USC대학 연구진은 140쌍의 쌍둥이를 조사한 결과 키가 작은 쪽이 감염 빈도, 특히 고열 질환 감염 빈도가 높을 확률이 2배 높다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연구진은 "우리는 아동기의 누적된 감염 노출 또한 성인 키 결정에 영향을 미치며, 따라서 키와 관련된 일부 성인 질환의 근본적인 원인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성장하는데 쓰여야 할 에너지가 질병과 싸우는 데 사용되기 때문에 그 결과로 성인기의 키가 작아진다는 분석이죠. 아이가 있는 집에선 '독감 걸려서 열나면 키 안 큰다'라고 아이에게 조언할 수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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