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씻기 중요하다면서 정부는 뭐 하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때문에 모두가 얼어붙었다. 날도 추운 데 갈 곳이 없다. 사람 많이 모이는 데는 원래 싫어하기도 했지만 아이를 데리고 가기에 겁이 난다. 아무리 마스크를 쓴다고 해도 사람 많이 모이는 곳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일곱 살 아이를 데리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것은 생각보다 쉽지만은 않다. 호기심 덩어리 어린이는 잠시도 가만히 있지 않는다. 아이에게 자리를 양보해 주는 사람도 생각보다 많지 않아서 아이와 나는 주로 서서 탄다. 나는 손잡이를 잡고 아이는 내 다리를 붙들고 서서 가는 경우가 가장 많다.
딸내미는 신종 코로나 초기에는 지하철, 버스에 올라타기만 하면 마스크를 벗어던졌지만 지금은 하도 잔소리를 들어서인지 제법 오래 쓰고 있는다. 지하철에서 내리면 손을 씻고 싶다. 손잡이를 많이 잡고 다니는 편이기 때문에 손을 씻지 않으면 솔직히 불안하다. 그래서 손을 씻으러 간다. 하지만 요즘엔 손 씻기가 고통스럽다. 대부분의 공중 화장실에선 온수가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30초 이상 꼼꼼히 씻어야 바이러스가 제거된다고 하는데 30초 이상 씻을 재간이 없다. 물이 정말 너무 차갑다. 지하철, 공원 등 공공장소는 말할 것도 없다. 번듯한 상가 건물의 화장실에도 온수가 나오지 않는 곳이 너무너무 많다. 화장실 동파방지용 히터가 설치돼 있는 곳은 많지만 세면대 위에 온수기가 설치된 곳은 가뭄에 콩 난다.
20년 전 미국 LA에서 편의점을 운영하시던 한 사장님이 이렇게 말씀하셨다. "여기는 모든 화장실에 온수가 나와야 돼 안 그러면 위생 점검에 걸려 영업정지를 당해." LA는 한 겨울에도 눈이 오지 않는 따뜻한 곳이라서 온수가 무슨 필요 있을까 싶었다. 그때는 그랬다. 하지만 지금 신종 코로나 사태를 접하고 보니 미국의 그런 정책은 우리에게도 정말 꼭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미국 노동부 산업안전보건청은 "고용주들은 반드시 위생적으로 화장실을 관리해야 한다. 화장실은 반드시 온수와 냉수 또는 미지근한 물, 비누 또는 세정제, 온풍이 나오는 손 건조기 또는 개인별 핸드 타월(종이 또는 천)을 제공해야 한다. 물 없이 쓰는 손 세정제와 수건/헝겊은 비누와 물의 적절한 대체제가 아닙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 Employers must maintain restrooms in a sanitary condition. Restrooms must provide hot and cold running water or lukewarm water, hand soap or similar cleansing agent and warm air blowers or individual hand towels (e.g., paper or cloth). Waterless hand cleaner and towels/rags are not adequate substitutes for soap and water. https://www.osha.gov/SLTC/restrooms_sanitation/)
하지만 우리나라의 공중화장실 관련 규정인 화장실 법에는 온수와 관련된 얘기는 나오지 않는다. 동파방지를 위한 난방장치와 환풍시설, 세면기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도록 규정돼 있을 뿐이다. 소규모 상가에 설치된 화장실은 공중화장실로 규정되지 않아 설치 기준을 적용받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