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억수로 퍼붓지 않으면 상관없대
*비 오는데 무슨 미세먼지야?
어제는 하루 종일 추적추적 비가 오더니 오늘 아침에서야 갰다. 아침에 창문을 열어 놓고 청소를 했다. 이불도 털고 걸레질도 하느라 한 시간 정도 열어놓은 것 같다. 문을 닿고 공기 청정기를 켰는데 수치가 200까지 올라간다. 이 기계가 미쳤나... 미세먼지 센서가 더러워지면 오작동이 일어난다고 하는데 아직 그 정도로 오래되진 않았다. 그냥 놔두니 열심히 돌아가더니 한 시간쯤 지나 파란색으로 내려간다.
어제는 하루 종일 비가 오고 오늘 아침까지 비가 왔는데 미세먼지 농도가 그렇게 높았나? 우리 동네 미세먼지 농도를 보여주는 한국환경공단 에어코리아 사이트를 확인해봤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측정소의 한 시간 전 초미세먼지(PM 2.5) 농도는 81(㎍/㎥)이다. 빨간색. 오늘의 예보 등급은 '나쁨'이다.
*비가 오면 먼지가 씻겨 내려가는 것 아냐?
어제의 미세먼지 측정치도 찾아봤다. 어제는 아침부터 비가 내리기 시작해서 하루 종일 비가 왔다. 그러나 미세먼지 수치가 매우 낮지는 않았다. 노랑과 초록을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비가 오면 먼지가 씻겨 내려가 공기가 깨끗해질 것 같다. 어릴 적 기억에도 비가 온 다음엔 하늘이 더 파랗게 빛났던 게 생생하다. 태국에 살 때도 비가 쏟아지고 나면 하늘이 맑게 빛이 났다. 태국에 미세먼지가 심할 때는 정부가 인공강우를 실시했던 적도 있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대한민국 정부도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서해상에서 인공강우 실험을 했던 적도 있었다. 그런데 왜? 비 오는 것과 먼지는 아무 상관이 없는 건가?
*비가 쏟아져야 미세먼지 줄어든다.
그래서 찾아봤다. 여러 매체들이 분석을 해놓은 기사들이 눈에 띈다. 결론은 비가 억수로 퍼붓지 않으면 미세먼지가 줄어들지 않는다. 억수로 퍼붓는다고 해도 미세먼지를 모두 줄이지는 못한다. 이런 정도다.
*논문을 찾아봤더니 시간당 10mm는 돼야...
국내 연구진이 같은 문제의식을 갖고 이미 연구해 놓은 결과가 있었다. 결론은 시간당 10mm 이상 내려야 미세먼지가 줄어든다. 비가 3시간 이상 내릴 경우엔 누적 강우량 4mm 이상이 돼야 효과가 있다. 중앙대학교 사회기반시스템공학부 박규홍 교수 연구팀이 2015년 대한상하수도학회 한국물환경학회 공동 학술발표회에 내놓은 논문이다.
연구진은 "대기 중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유효 강우량 산정을 한 결과 시간 강우량은 최소 10mm 이상 이었으며, 지속시간이 3시간 이상일 경우 누적 강우량 4mm 이상으로 추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미세먼지의 가장 결정적 변수인 풍속을 고려하지 않아 조금 아쉽긴 했지만 그래도 대체적인 경향성을 파악하는 데는 충분할 것 같다.
*시간당 10mm면 도대체?
시간당 10mm? 도대체 얼마나 비가 오는 정도일까 감이 안 온다. 찾아보니 기상청에서 설명해 놓은 자료가 있었다. 시간당 강수량이 1~3mm 정도면 우산을 쓰지 않고도 견딜 수 있는 정도. 약간 물이 고인 곳이 생기고 양철 지붕에 빗발치는 소리가 들린다. 시간당 20mm 정도면 빗소리가 심하고 땅에 온통 물이 고인다. 시간당 30mm가 내리면 밭이나 하수구의 물이 넘치는 정도. 시간당 50mm 정도 비가 내리면 양동이로 퍼붓는 듯이 쏟아지는 느낌을 받는다. 시간당 100mm 이상이면 마치 폭포가 쏟아지는 것처럼 느껴진다.
태국에 있을 때 시간당 50mm는 맞아본 것 같다. 굵은 구슬로 머리를 계속 때리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시간당 100mm 폭포가 쏟아지는 느낌... 언젠가 한번 맞아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