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 전문가 집단은 3월 중순~말 경에 코로나19 사태가 정점을 찍을 것이라고 예상한다. 모건 스탠리 등 경제 전문가들도 대체로 비슷한 의견이다. 다만 감염 관리가 효과를 발휘할 때라는 단서가 붙는다. 최소 한달 동안은 매일 같이 확진자가 쏟아져 나오는 난리통을 겪어야 한다는 뜻이다.
우리 사회 각계각층이 코로나19에 대응하는 방식은 새삼 계층 간 격차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된다. 대기업과 공공기관들은 재택근무, 유연근로제 확대, 시차출근 등 접촉자수를 줄이기 위한 몸부림에 돌입했다. 중소기업은 그럴 여력이 없다. 자영업 중심의 소상공인은 생계 자체가 위협받는다. 돌봄이 절실히 필요한 취약계층은 생존 자체에 심각한 위협을 느낀다.
지금 이 시점에서 우리 사회 모든 구성원들에게 필요한 것은 의연한 자세이다. 건강한 사람들은 앓고 넘길 것(자가 치료)을 요구받는 지경이 됐다. 코로나19 환자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대구 경북 지역의 의료 시스템은 과부하 상태에 빠졌다. 정말 치료가 필요한 중증 환자들에게 의료 서비스 자원이 돌아가도록 시스템을 재정비할 시점이다. 건강한 또는 경증 환자들은 패닉에 빠지지 말고 증상에 맞는 적절한 치료를 요청하자. 현재까지 인류가 알고 있는 한 코로나19는 건강한 보통사람들에겐 치명적인 병이 아니다.
정신건강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외부와의 단절에서 오는 심각한 우울감을 호소하는 계층이 많다. 특히 어르신들이 그렇다. 감염되면 중증으로 이어진다는 공포심과 바깥출입을 삼가면서 관계 단절에 따르는 고립감이 심해진다. 경로당 등 각종 편의 시설들이 폐쇄되고 다중이용시설이 감염의 온상으로 알려지면서 마땅히 갈 곳이 없는 것도 문제다. 무료 급식소들이 문을 닫으면서 끼니를 걱정하는 노령층의 고통도 커진다.
어린이집 유치원의 휴원이 길어지고 각급 학교의 개학이 연기되면서 갈 곳 잃은 어린이들과 이들을 돌봐야 하는 부모들의 처지도 딱하다. 이보다 더 심각한 것은 돌봄의 사각지대에 놓인 아이들이다.
의연해지지 않으면 국가 시스템이 총체적으로 붕괴할 위기이다. 이미 우리 경제는 상당한 충격을 받았다. 정부가 추경을 예고하고 있긴 하지만 위축된 심리를 얼마만큼이나 회복시킬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렵다. 여러 이유로 대기업들이 공장을 일시 폐쇄했다. 혼란을 틈타 한몫 잡으려는 빗나간 상혼은 혼란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경기회생에 올인하던 정부가 너무 성급하게 긴장의 끈을 풀어버리는 바람에 화를 키웠다. 이제부터라도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확실히 지키겠다는 다짐을 새롭게 가져야 한다. 경제는 사태를 진정시킨 뒤에 매섭게 살펴야 할 것이다. 이미 중국 경제에 먹구름이 드리운 마당이라 국가 경제를 재구조화한다는 각오로 다시 시작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차제에 그린 뉴딜, 내수 시장 선진화 등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기회로 삼는 것도 좋겠다. 기존의 수출 드라이브 구조로는 외래 변수에 휘둘리는 고통을 되풀이할 뿐이다.
당장 아이와 함께 긴긴 시간을 보내야 하는 엄빠들은 어떻게 이 난국을 헤쳐나가야 할까. 일과표를 정해 그것을 따라 움직이는 것도 좋을 듯하다. 루틴을 만들면 정신 건강을 지키는 일이 조금 쉬워지니 말이다.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 아침 식사 시간을 정해놓고 오전 일과와 오후 일과를 적절히 배분한다. 어린이 놀이터, 공원, 산책 등 붐비지 않는 실외 활동을 적절히 포함시키자. 감염 가능성은 최대한 낮추고 반격리 생활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아이를 돌보다가 번아웃 상태에 빠지지 않게 도와주는 혼자 만의 쿨링 타임도 필요하다. 아이에게 충분히 설명하고 엄빠도 휴식이 필요함을 알려주자. 그럼 아이들은 책을 보거나 인형 놀이를 하거나 장난감 놀이를 하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낼 것이다. 안팎이 모두 난리통인 가운데 정신줄을 챙기면서 나도 살피고 아이도 살피고 집안도 살피고 집밖도 살피고 잘 살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