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정석 Oct 13. 2018

가우디의 자기애, 까사밀라(Casa Mila)

                                                                                                          

    바르셀로나와 가우디. 이 둘에 대해 딱히 뭐라고 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더 이상의 수식어는 필요 없다는 흔한 말을 나도 한 번 사용해본다. 그래서 어쨌거나 난 지난 여름 바르셀로나에 갔었고 거의 모든 가우디를 봤다. 고3땐가 EBS에서 해주는 가우디에 대한 다큐를 본 적이 있다. 건물을 믿을 수 없는 곡선으로 휘어놓은 것을 보고 크게 감동을 받았고 꼭 직접 보고 싶었다.
 

    가우디의 여러 건출물 중에서도 이번엔 카사밀라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 그라시아 거리라는 번화가에 위치한 이 건물은 여느 가우디의 건물처럼 온갖 상징들로 가득 차있다. 바위로된 섬, 뱀의 척추, 물, 불, 로마 군대의 투구, 열대 우림의 덩쿨 등등. 이런 작품을 일반 주거용으로 지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이런 건물에 지금도 사는 사람이 있다는게 부럽다. 개인적으로는 이 곳이 가우디의 건축물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비교적 화려하지 않으면서 숨막힐정도의 통일감? 그런게 있었다. 달리 말하자면 몰입도가 높았다. 


    옥상으로 올라가면 이런 말도 안되는 광경이 펼쳐진다. 저 기괴한 굴뚝들을 프레임에 담아 사진을 찍으면 정말 다른 세계의 느낌이 났다. 가우디의 건축은 그의 건축물이 존재하는 공간의 분위기 자체를 바꿔버리는 능력이 있다. 그 중에서도 카사밀라가 만들어내는 저 옥상 공간의 뒤틀림이 가장 강렬했다

                                                                                                        

    카사밀라에는 볼수록 귀엽기까지 한 스팟이 있다. 사진에서 아치 아래로 보이는 것은 그 유명한 사그라다 파밀리아다. 가우디 최대의 건축물이자 아직까지도 지어지는 중이라는 그 성당이다. 아치와 성당이 저렇게 절묘하게 겹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고 한다. 건축학과 친구에게 들은 말인데 가우디는 '일부러' 자신의 다른 작품이 돋보이게 하려고 저 공간을 설개했다고 한다. 일종의 이스터 에그가 아닐까?

    가우디는 참 재미 있는 사람이다. 그가 천재라는 거야 모두가 알지만 저런식으로 자신의 작품들을 이어 놓았을 줄이야. 정말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었구나! 자신의 작품들을 얼마나 사랑했으면 저랬을까. 좀 건방질 수 있지만 나랑 닮았다고 생각했다. 나도 자기애가 넘치는 사람이다. 가우디만큼 할 줄 아는거야 없지만 항상 관심 받고 싶어하고 내가 한 일을 뽐내고 싶어하는 사람이다. 예전에는 학교 수업 과제를 블로그에 올리고 페이스북에 링크까지 걸어 놓은 적이 있다. 내가 보기에 내가 과제를 너무 잘 써서 막 보여주고 싶었다. 최근엔 대외활동을 위해 자기소개영상 1분짜리를 찍은 적이 있다. 나만 1분 내내 나오는 그 영상을 만들어두고 나 혼자서만 500번은 본 것 같다. 유뷰브에 올린 다음엔 조회수 올라가는 걸 보며 흥미진진했다.

    그래서 나랑 가우디가 닮은 구석이 있다고 생각했다. 차이가 있다면 가우디의 작품은 남들도 봐주었지만 난 그럴만한 게 아직 없다는 것. 내가 앞으로 뭔가 만들어내는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창작이란걸 언제나 하고 싶었다. 하지만 난 예술가도 문예가도 아니다. 그저 평범히 길러진 한국인. 창작이 이루어지는 과정 속에 속한 사람이 될 수만 있어도 좋을 것 같다. 그런 산업, 그런 단체에 말이다. 내게 그럴 능력은 아직 없는 것 같다. 그래도 늦지 않은 거면 좋겠다. 가우디가 평생을 건축에 몰두했고 곁에 지인도 거의 없이 살았을 만큼 건축에 몰두했듯이 나도 나 자신에 몰두할 필요가 있다. 


                                                                                                      

다른 쪽 아치로 보면 저~~ 멀리 카사바트요도 보인다. 그런데 이 사진엔선 알아볼 수는 없다. 


    이젠 더 예리해질 때다. 많은 고민을 하고 오래도 망설여왔다. 아직도 답을 찾은 건 아니다. 하지만 난 칼이 되어야 한다. 늦더라도 결국 다다를 것이다. 내가 남들보다 빨랐던 건 엄마 뱃속에서 몇 주 빨리 나온 것과 이갈이 밖에 없었다. 난 '결국' 해내는 사람이다. 

작가의 이전글 프랑크푸르트의 버스커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