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죽음이 물었다

우리는 살아가는 것인가 죽어가는 것인가.

by 섬세영
공감은 타인의 입장이 되어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느낄 수 있게 해준다.
연민은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그것을 바꿔 놓을 수 있게 해준다.


지난 일 년간 많이 아팠다. 몸과 마음이 다 너덜너덜 해졌다. 를 돌보지 못했고 주위는 더욱이 돌보지 못하였다. 사람을 대할 때면 공감이라는 거죽을 덮어 쓰고 있지만 속은 시커멓게 썩어들어가 아무것도 생각하지 못했다. 오히려 덮어 쓴 거죽으로 인해 더 빨리 썩어들어갈 뿐이었다.


저 깊은 수렁에 빠져 있는 나를 끌어 올린 것은 옆지기이다. 가슴팍을 때리고 쥐어 뜯으며 답답함에 자해를 하는 날 말린 것도, 내 곁에서 나보다 더 고통스러워 한 것도 다 옆지기이다. 나의 병을 나보다도 더 걱정하는 이, 나의 절망을 나보다 더 괴로워 하는 이, 그래서 나를 구원하려 자신의 모든 것을 내어준 이, 모두 옆지기이다. 나는 옆지기의 연민으로 세상을 향해 다시 나올 수 있었다.


정신이 튼튼하고 몸이 건강한 그는 돌보는 것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스스로를 돌보는 일도, 주위를 돌보는 일도 그 무엇하나 놓치지 않고 알뜰 살뜰 보살핀다. 나와 옆지기의 차이는 여기에서 발생했다고 여겨진다. 나는 주위를 돌보는 것만으로도 벅차 스스로를 케어하지 못했다. 마치 '죽음이 물었다'의 저자 '아나 클라우디아'처럼 말이다. 수 많은 환자를 돌보지만 정작 자신의 몸과 마음은 챙기지 못한 그녀는 결국 자신을 돌보는 것이 환자를 잘 돌보는 첫걸음임을 깨닫는다.


죽음이 두렵다고 말하는 사람들은 보다 책임감있게 죽음을 두려워해야 한다. 죽음을 존중해야 한다. 두려움이나 용감함이 인간을 죽음에서 구해주지는 못하지만, 죽음에 대한 존중은 우리의 선택에 균형과 조화를 가져다 준다. 죽음에 대한 존중은 신체적 불멸성을 가져다주지는 못하지만 가치 있는 삶의 의식적 체험을 가능하게 해준다.

인간은 죽음을 속일 수 있다고 생각하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하지만, 죽음을 속이기에는 너무 무지하다. 죽음의 날에만 죽는 것이 아니다. 자신이 살아 있음을 인식하든 그렇지 않든, 살아가는 모든 날들에 죽는다. 하지만 그런 인식이 결여된 모든 날들에 더 빨리 죽는다. 우리는 죽음의 날에 앞서 버림받았을 때 죽는다. 죽음 후 잊혔을 때 죽는다.


나를 돌보지 않던 시간동안 나는 수십만번의 죽음을 떠올렸다. 매일의 나는 매일의 죽음을 생각하고, 어제와 같지만 다른 내일의 죽음을 기약했다. 나는 매일 죽음을 다짐했다. 그러는 동안 나는 수십만번을 죽었던 것과 마찬가지이다. 매일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죽어갔다. 이제서야 나는 내 죽음이 그다지 가치 없음을 자각한다. 삶의 시간이 얼마나 아름답고 반짝이는지 이제서야 눈에 들어온다.


내가 죽음을 경험하지 않았더라면 매일 흘러가는 일상을 이렇게 영롱하게 직시할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죽음과 공존하면서 삶을 올곧이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내일 당장 죽어도 미련이 없으니 오늘을 더욱 가득 살아내야 한다는 생각이 매일 이어지며 내 인생의 스펙트럼이 점점 밝아져갔다.


이렇게 나는 우울의 늪에서 조금씩 빠져나오는 중이다. 아직 발 한쪽이 저 깊은 수렁에 빠져 있으나, 이제 숨쉴 수 있고, 움직일 수 있다. "우리는 죽음의 날이 올 때 까지 인간이 되기 위해 저마다 자신을 체계화 하고, 발견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저자의 말처럼 살아보려 저 하늘을 향해 손을 뻗는 중이다.


나 자신의 회복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회복이다. 기꺼이 새로 태어나고자 한다면 이루어지는 모든 것들이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닐 수 있다.


이 책은 내게 치료제와 같았다. 매일 아침 저녁으로 먹는 약만이 나를 고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한 권의 책으로 마음의 안정과 평안을 얻을 수 있었다. 나의 삶과 죽음을 반추하고 나아갈 길을 제시한다. 조금 더 좋은 방향으로 말이다.


모두에게 나와 같은 경험을 하리라 여기며 책을 추천하지는 않겠다. 다만 한 해가 마무리 되는 시점에서 읽어본다면 남은 시간을 잘 갈무리 하고, 더 맑은 눈으로 새롭게 떠오르는 해를 지켜볼 수 있을것이라 생각된다. 우리의 삶은 모두 소중하다. 그 소중함이 익숙함 뒤에 숨어 무료한 일상을 보내는 이들에게 추천하며 서평을 마친다.



본고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지원 받아 작성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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