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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세영 Jan 03. 2023

정신과일지3] 친정에 다녀온 후, 매일 악몽을 꾼다.

지난 5월, 나는 친정 엄마와 크게 싸우고 연락을 끊었다. 잔뜩 곪아 있던 염증이 터져 나온 것 뿐이었다. 친정 식구들의 관계는 그런 관계였다. 언제 터질지 몰라서 조마조마한 관계.


그 후 나는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나름 평온한 삶을 찾아가고 있었다. 친정 식구들은 여러 방법을 통해 나에게 연락을 해왔지만 나는 피했고, 옆지기와 시댁 식구들 역시 친정에 가봐야 하는 것 아니냐며 걱정하곤 했지만, 쉬이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러다 지난 연말 엄마의 생일 즈음 해서 장문의 편지를 보내 화해를 나눴다. 그렇게 약 7개월만에 친정집에 갔다. 별 일 없는 하루였다. 마치 공백의 시간이 없었던 것 처럼 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여전히 엄마는 내 엄마였고, 내 아빠는 내 아빠였다. 늘 철부지인줄 알았던 동생이 몇 달 사이에 훌쩍 큰 모습이라 어색했다는 점 빼고서는 뭐 하나 불편함 없는 시간들이었다.


문제는 그 날 밤부터였다. 나는 또 다시 악몽을 꾸기 시작했다. 정신과 치료를 받으며 약을 먹은 뒤로는 악몽을 거의 꾸지 않았다. 가끔 꾸더라도 악몽을 꾸었는데 내용은 전혀 생각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그런 내가 약을 먹고 잠을 자도 악몽을 꾸고 있는 것이다. 거의 일주일 째, 매일 악몽을 꾸고 있다. 심지어 어제 새벽에는 악몽에 질려 비명까지 지르며 일어났다.


나의 상처는 아직 아물지 않았나보다. 가족이란 이름으로 행해지 그 폭력들이 남긴 상처가 다 아물려면 아직 시간이 필요한것 같다. 더이상 악몽을 꾸고 싶지 않아서 예약일도 아닌 오늘 병원에 왔다. 병원과 의사 선생님이 내 상처를 근본적으로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은 잘 안다. 하지만 여기에라도 메달리고 싶은 심정이다. 과거를 잊고 미래를 향해 살고 싶다. 병원의 도움을 받아서라도 이 지긋지긋한 늪에서 빠져 나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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