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일지5] 먹을걸로 구박하는 사람 하나 없는데,
눈치보며 폭식을 합니다.
20대 초반에 다이어트에 성공했다. 160cm가 안되는 키에 70kg 나가던 몸에서 48kg까지 감량했다. 정상적으로 감량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극단적으로 절식을 했고 식욕 억제를 위해 양약과 한약을 가리지 않고 먹었다. 그리고 나는 내 몸이 여전히 뚱뚱하다 느꼈다. 그래서 다이어트에 성공했지만 건강한 사람이 되지 못했다. 먹는 것에 예민해 졌다. 먹으면 살 찔 것 같고, 어떻게 해서든 먹은 만큼 빼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아침 몸무게와 저녁 몸무게가 다른 것이 정상인데, 이를 견디지 못했다.
건강을 위해 시작한 다이어트가 내 몸과 마음을 망가뜨리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샌가 나도 모르게 폭식을 시작했다. 그 누구도 모르게, 심지어 나 조차도 모르는 사이에 시작된 폭식은 결국 결국 요요가 되어 돌아 왔다. 코로나라는 운동 안 할 좋은 핑계가 생긴 것은 물론이거니와 혼자 집에 있는 시간이 생기면서 나는 폭식을 하게 됬다. 남들의 시선이 사라진 곳. 그곳에서 나의 폭식은 자라났다.
밥을 두세공기씩 먹고 배가 잔뜩 부른 상태에서 또 라면을 끓여 먹었다. 그 뒤에 빵과 과자까지 꾸역 꾸역 속으로 밀어 넣었다. 배가 찢어질 지경이 되도록 먹어도 허기가 채워지지 않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10kg 이상 쪄버렸다. 그제서야 나는 내 모습이 정상이 아님을 인정했다. 혼자 있을 때면 저렇게 토할 지경까지 먹어대면서 남들과 함께 먹으면 새 모이 만큼 먹는 것이 정상은 아니었다.
다이어트에 대한 압박감과 살에 대한 강박, 그리고 타고난 예민한 기질까지 더해져 나는 많이 아픈 것이였다. 아프면 병원에 가면 된다. 그래서 나는 병원을 찾았다. 이런 내 모습에 대한 부정적인 감정을 토로한 끝에 선생님께서 던진 단 한마디가 나를 참 많이도 울렸다.
"예뻐요. 지금 참 보기 좋아요"
나는 저 한 마디를 듣고 싶었나보다. 아니 사실 많이 들었다. 내가 인정하지 않았을 뿐이다. 가족들과 친구들로부터 날씬하고 예쁘다는 말을 수십 수백 번 들어도 인정하지 않았다. 내 모습을 부정했다. 나의 못난 부분만 들여다 보며 그것이 내 전부인 양 생각했다.
지금 나는 거울을 똑바로 바라 볼 수 있게 되었다. 체중계에 올라가는 일이 조금은 덜 두려워졌다. 아직 치료 중이라 한번씩 식욕을 억제하지 못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모습을 바라볼 수 있게 되었다. 통통하게 나온 배도, 웃으면 접히는 턱살도, 출렁이는 팔뚝살도 이제 무섭지 않다. 나는 지금 건강하다. 조금만 움직여도 쓰러지던 다이어트기의 내 모습도 아니고, 남들 눈을 피해서 음식을 입에 구겨 넣는 내 모습도 아니다. 건강을 위해 식사를 하고, 건강을 위해 운동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