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오리나 기린처럼 태어나자마자 걸음을 걷는 동물이 아니다. 첫 발자국을 떼기까지 1년여의 시간이 필요하고 이 시간동안 단계별로 훈련을 해야만 걸음이라 불리는 행위를 수행할 수 있게 된다. 비단 걸음 뿐 아니라 인간의 생존은 매 순간이 도전이었다. 걸음을 떼고 나면 도구를 쥐고 사용하는것, 말을 하고 글을 쓰는 것, 어린이집에 등원해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 등 모둔 일엔 처음이 존재하고, 누구나 처음엔 어려웠다
뜨개질도 마찬가지이다. 양 손을 움직여 편물을 만들어 내기 전에 코 잡는 기술을 배우기 전에 바늘을 바르게 쥐는 법을 배워야 한다. 그 뿐이랴. 기본적인 겉뜨기 안뜨기를 익혔으면 고무뜨기를 해야하고, 고무뜨기를 익혔으면 변형 고무뜨기와 꽈배기 무늬를 넣는 것을 배운다. 모든 기술에는 첫 배움의 시간이 필요하다. 이 기나긴 인고의 시간을 보내야 능숙하게 해낼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요즘 논문을 쓰고 있다. 정확하게 말하면 석사 수료 1년, 나는 여전히 논문을 쓰기의 첫걸음을 떼기 위해 훈련 중이다.
"우선 넓은 구덩이를 파라. 그 후에 좁고 깊은 구덩이를 파야 하는 것이다."
지도 교수님께서 늘 하시던 말씀이다. 지난 몇년간, 석사 과정생 기간 동안 넓은 구덩이를 파는데 열심히였다. 아둔하고 느린 머리로 남들만큼 해내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밤을 새우는 날도 많았고, 이해 안되는 문제에 눈물 흘리기도 했다.
석사 수료 후 부터 본격적인 좁고 깊은 구덩이를 파내려갔다. 좁은 구덩이 인것은 확실하나 깊은 구덩이라고는 아직 장담 못할 수준이지만 말이다. 하지만 구덩이 파는 것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파내려 내려 가다보면 나만의 수맥을 찾아 낼 수 있을 것이란 믿음으로 삽질을 멈추지 않을것이다.
물론 이 구덩이가 잘못 판 구덩이 일 수도 있다. 그렇다면 서둘러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 잘못된 방향으로 계속 파내려가다보면 다시는 올라오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내가 파는 길이 제대로 되어 있는지를 알기 위해선 구덩이 밖에서 관전하는 사람의 말에 귀기울일 필요도 있다.
지금 내 손이 고된 삽질로 인해 물집 잡히고 굳은살 박히는 것도 다 과정이다. 이 과정을 거쳐야지만 나는 물줄기던 황금맥이던 그 무언가를 찾아 낼 수 있다. 나의 논문을 향한 첫걸음은 이렇게 시작인 것이다.
구덩이를 파다보면 커다란 바위를 만날 수도 있고, 제대로 된 방향인지 아리송할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멈추지 않아야 한다. 그래야만 내 작고 소중한 논문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